[누가누가 잘했나] 우리도 연기자! 압도적인 존재감의 동물들...'워호스' '라이프 오브 파이' '킹콩' '정글북'

기사 등록 2016-10-1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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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이런 말이 있다. 영화에서 피해야 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그것은 바로 어린이, 물, 동물이다. 이 세 가지는 현실적으로 통제를 하기 어렵기에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조련사들의 능숙한 솜씨로, 그리고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동물은 더 이상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인간에게서 탈피한 새로운 표현이나 이야기를 전하는 존재로 거듭나기도 한다. 이번 주 '누가누가 잘했나'에서는 영화 속에서 빛난 '동물', 혹은 그것으로 분한 배우들의 이야기를 펼쳐본다.


# 워호스 (조이)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2011년 전쟁영화 '워 호스'는 많은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긴 작품이다. 전쟁영화지만 주인공은 말 조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많은 관객들에게 "말에게 반하긴 처음"이란 평가를 이끌어낼 만큼 조이의 멋드러진 모습과 감성연기가 화제였다.

실제로도 15년간 말을 키워온 '애마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작품에서 말에 대한 애정을 한껏 담아냈다. '씨비스킷(2003, 감독 게리 로스)'에 참여했던 바비 로브그린을 필두로 말을 관리하는 팀과 말 전문 메이크업 팀, 미용사는 물론이고 대규모 마구간까지 지었다고. 또한 말들의 안전함을 위해 모든 장면은 사전 시각화를 통해 안전성을 검토했고 딱 한 장면, 조이가 철조망에 얽히는 장면만 말에게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애니마트로닉스 모형을 사용했다.

총 14마리의 말을 통해 완성된 '워 호스'는 그래서 설명할 수 없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해당 작품은 2007년에 연극으로 먼저 제작됐는데 여기서는 여러 명의 배우가 말 모형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조이를 표현해내는 독특한 연출법을 사용했다.


# 라이프 오브 파이 (리처드 파커)

CG의 발전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리얼리티를 선사하기도 한다. 1993년 '쥬라기 공원(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이 그랬다면 2012년 '라이프 오브 파이'는 제 2의 정점을 찍었다. 태평양를 표류하는 소년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담을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헐리우드의 기술력이 그만한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안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라이프 오브 파이'에는 그야말로 모두가 피하려 했던 '어린이' '물' '동물'이란 요소가 전부 담겨있는 작품이다. 이안 감독 스스로도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라고 했던 이 작품은 2001년 영화화 논의가 이뤄진 이후 11년이 흐른 2012년에야 그 완성본을 공개할 수 있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지독한 관찰 끝에 탄생할 수 있었다.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완성시키기 위해 시각효과팀은 호랑이에 대한 움직임 관찰에만 1년의 시간을 들였다. 결국 그해 아카데미에서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지만 그보다 2주 전 CG를 담당했던 '리듬 & 휴' 사는 경영난으로 파산해 많은 영화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 킹콩 (앤디 서키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리처드 파커가 있다면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조한 경우도 있다. 골룸으로도 유명한 앤디 서키스의 콩이다. 배우들의 움직임을 그대로 컴퓨터에 입력할 수 있는 모션 캡처 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캐릭터들이 CG의 힘으로 다시 탄생했다. '아바타(2009,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나비족이나 '어벤져스(2012, 감독 조스 웨던)'의 헐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방면에서 앤디 서키스를 빼놓는다면 서운하다. 골룸, 콩,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의 시저 등 그가 맡은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길이길이 남을 존재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특히 킹콩에서 콩은 그의 세심한 연기가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시저 같은 경우 그나마 인간을 닮은 침팬지에다가 속편에서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하지만 킹콩은 그 거대한 몸집이나 거친 외면과 달리 세심한 동작과 표정 등으로 공감을 이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앤디 서키스는 해당 영화에서 나오미 왓츠와 완벽한 호흡을 맞추며 "이 거대한 고릴라가 불쌍해 보일 줄 몰랐다"라는 실관객의 평가를 받을 만큼 섬세한 감정선을 소화해냈다. 피터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는 단 한 번도 맨얼굴을 보일 수 없었던 그를 위해 갑판 요리사 역으로 출연시키기도 했다.


# 정글북 (이드리스 엘바)

가장 최근 작품 중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던 건 '정글북(2016, 감독 존 파브로)'이다. 디즈니의 실사 영화 프로젝트의 출발을 끊은 이 작품은 모글리 역 닐 세티를 제외하면 등장인물들이 CG의 힘을 빌린 동물들이었다. 빌 머레이, 스칼렛 요한슨, 벤 킹슬리, 루피타 뇽, 크리스토퍼 월켄 등이 이 작품에서 목소리로 캐릭터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바로 쉬어칸의 목소리를 맡은 이드리스 엘바다. 한때 정글을 호령했던 설정처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사해야 했을 쉬어칸은 이드리스 엘바의 중후한 목소리와 함께 독보적인 동물 악역으로 발돋움했다. 그에게 썩 좋지 않은 기억이지만 불의의 사고로 생긴 애꾸눈은 그에게 진정한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2018년 워너에서 제작될 '정글북'에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소화한다고 알려져서 또다른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이미 '호빗' 시리즈의 스마우그 역을 맡아 모션 캡쳐와 목소리만으로도 매력적인 악역을 탄생시킨 만큼 '이드리스 엘바 VS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대결구도를 흥미롭게 만든다.


(사진=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 UIP코리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월트 디즈니 코리아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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