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해피엔딩'-한예슬 사과하고 제작진 사과받고!

기사 등록 2011-08-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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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상준기자]한예슬 사태는 그의 복귀와 사과로 평정을 되찾았지만 그동안 사태를 보아오던 시청자들에게는 아무것도 해결되지않은 그저 촌극에 불과했다.

17일 오후 귀국한 한예슬은 18일 첫촬영과 함께 점심식사 시간을 빌어 제작진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오전 촬영까지 어색했던 모습을 뒤로 하고 한예슬과 제작진 그리고 에릭을 비롯한 출연배우들의 사이는 화해무드로 급변했다.

한예슬이 정식으로 사과를 한 것은 두번이었다. 한번은 17일 귀국 직후 방송사 KBS를 찾아 드라마국과 황인혁PD에게 다른 한번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점심 겸 회식 자리에서 고영탁 KBS 드라마제작국장, 황인혁 PD 등 70여 명의 출연진과 스태프 등에게 인사와 사과를 하며 극적인 화해를 완성시켰다.

이들의 극적인 화해는 분명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배우와 제작진이 사과를 주고 받았으니 이제 모든 논란을 덮고 드라마 촬영에 집중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예슬 사태는 배우들, 방송사, 제작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KBS측도 제작사도 그리고 한예슬도 사태의 원인 지목과 수습을 위한 말만 넘쳤을 뿐 시청자와 국민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가 없었다.

앞서 한예슬은 시청자와 약속을 저버리고 촬영거부와 미국행을 택하면서 이번 촌극을 일으켰다. 그의 극단적인 행동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못하겠다면 정식으로 시청자와 국민들에게 이러한 문제로 못하겠는 말을 했어야했다. 드라마의 타이틀롤이니까 제작진과의 기싸움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그가 단 한번도 시청자와 팬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예슬은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형식적인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 외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해명밖에 없었다.

한예슬이 진정 '죄송했다'면 KBS와 황인혁PD와의 화해가 먼저가 아니라 이 촌극을 지켜보며 어이가 없었던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어야 맞다.

한예슬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방송사 KBS와 제작진이다. 16일 KBS는 ‘스파이 명월’ 긴급 기자간담회장에서 한예슬을 일련의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소송불사', '여배우 교체' 등 사태 해결에만 집중했을 뿐, 방송사로서 관리와 감독이 적절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제작사인 이김프로덕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기획의도였다면 모를까 한예슬 사태 이후 17일 방송된 '스파이 명월' 11화의 방송내용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한예슬이 촬영거부전에 찍었을 '11회방송'에서는 한예슬의 상황을 묘사하는 듯한 불필요한 대사와 장면을 삽입하며 한예슬을 조롱하는 듯 했다.

11회분 방송이 한예슬이 촬영거부하기 전 촬영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결국 제작진(pd, 작가등)이 한예슬의 태도를 겨냥한 '장난질'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장면을 삽입하고 한예슬에게 연기 시킨 의도에는 강제로 머리를 눌러 제작진과 국민에게 사과시킨다는 불량한 의도가 숨어있고 그것은 기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건 한예슬의 잘못'만을 강조하는 제작진의 마녀사냥에 동참하는 찝찝한 기분을 전했을 뿐이다.

더군다나 17일 '스파이 명월'의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은 "저희 스태프 및 연기자들은 지금까지 한예슬씨의 기사 및 행동에 대해 계속 지켜봐왔다"며 "그러나 사실과 너무 달라 지금까지 있었던 한예슬씨 행동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자 이 글을 올린다"는 말과 함께 현장에서 발생했던 사실관계 확인서 양식으로 '스태프 성명서'를 게재했다. 이는 국민들을 배심원으로 세우고 "누가 옳은지 보라"는 식의 '인민재판'을 제안한 것이었다.

한예슬과 제작진의 극적 화해는 마치 이제 화해했으니 모 드라마처럼 모든 것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이라는 식이다.

제작진은 아직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된 사과를 하지않았다. 방송이 파행을 겪은 것에 대해 다들 잘 하는데 너만 왜 문제냐는 시선으로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인척 앓는 소리만 했다. 그런 제작진이 한예슬의 사과를 받았고 서로 잘 해보자고 다독였다. 훈훈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그 화해 속에 제작진과 KBS가 배심원으로 내세웠던 시청자들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한예슬에게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저버렸다며 매질을 하던 그들이 정작 시청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잊어버렸다. 시청자와의 약속인 드라마 촬영이 먼저라는 식의 행동은 분명 앞뒤가 바뀐 것이다. 시청자들에 대한 사과와 화해가 선행하지 않고서 한예슬과 제작진의 훈훈한 그들만의 '해피엔딩'을 지켜봐달라는 태도는 불편하기 짝이없다.

 

박상준기자 sj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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