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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사극돋보기]화랑, 그 매혹적이고 섹시한 역사에 빠지다

기사 등록 2016-12-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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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1500년 전 신라의 수도 서라벌을 누비던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린 청춘 드라마 '화랑'이 방송 2회를 마쳤다.

드라마 사상 최초로 화랑의 이야기를 다룬 KBS2 월화드라마 '화랑'은 박서준, 박형식, 고아라 등 최고의 청춘스타들의 대거 출연으로 '성균관 스캔들'의 뒤를 이을 청춘사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삼국시대 배경 사극의 소재에 불과했던 화랑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눈길을 끈다.

화랑은 신라 진흥왕(眞興王) 때에 인재(人材)를 선발할 목적으로 만든 조직, 또는 그에 소속된 사람을 뜻한다. 삼국사기에서는 진흥왕 37년인 576년이라고 하지만 분명하지 않다. 진흥왕 때 설치된 원화(源花)가 기원으로, 원화는 여성 우두머리가 여러 낭도를 거느린 조직이었다.

하지만 원화의 여성 리더들이 분란을 일어나자 곧 폐지되고 남성을 리더로 하는 화랑도가 창설됐다. 화랑도는 리더인 풍월주를 비롯해 화랑, 낭두, 낭도 등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위계가 있었다. 화랑은 이후 신라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신라의 정치, 사회 주역으로활약했다.

화랑은 원광법사가 제창한 세속오계를 따랐는데 사군이충(事君以忠 : 임금에게 충성), 사친이효(事親以孝 : 어버이에게 효도), 교우이신(交友以信 : 친구를 믿음으로 사귐), 임전무퇴(臨戰無退 :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음), 살생유택(殺生有擇 : 함부로 살생하지 말 것) 등이다.

이 다섯까지 계율 중 화랑을 상징하는 계율은 임전무퇴(臨戰無退)다. 실제로 황산벌 전투 때 김유신은 화랑의 이런 임전무퇴 정신을 이용해 반굴, 관창과 같은 어린 화랑들을 희생시켜 신라군의 사기를 올렸다. 또한 자신의 아들 원술이 당나라와 전투에서 패퇴해 돌아오자 대노할 정도로 화랑의 '임전무퇴' 계율을 중요시했다.

삼국사기에 인용된 화랑세기의 서문에는 화랑을 가리켜 "어진 재상과 충성스러운 신하가 이에서 나왔고, 훌륭한 장수와 용감한 병사가 이에서 생겼다"라고 할 정도로 화랑의 입지를 짐작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무열왕(김춘추), 경문왕(김응렴)이 화랑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과 국가의 중요한 인물들 중 화랑 출신이 많았던 까닭에 이들은 국가 중대사에 깊이 관여했으며, 가야국을 정벌한 사다함, 삼한일통의 주역 김유신, 후삼국 시대 신라를 지켜낸 김효종 등이 화랑 출신으로 전공을 세운 인물들이다.

'꽃사내'라는 뜻인만큼 화랑은 용모가 아름다운 남자들을 선발했다. 이들은 무사로서의 활동 외에도 심신을 수양하면서 제사를 받들거나 향가를 짓는 등 악사로도 활약했다. '찬기파랑가'라는 향가는 기파랑이라는 화랑을 칭송하는 내용인만큼 신라에서 화랑이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화랑이 사다함, 김유신, 관창 등 긍정적인 인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성여왕 시기 최고 대신이었던 김위홍 역시 화랑 출신이지만 조카인 진성여왕과 통정을 하면서 권력을 장악하며 신라와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진성여왕 또한 여러 화랑들과 정을 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선덕여왕 또한 화랑 출신 귀족들과 정을 통해 자녀를 얻으려 한 것이 삼국사기 등에 기록돼 있다. 모계중심 사회이자 혈족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아름다운 용모에 풍부한 학식과 뛰어난 무예, 고귀한 혈통을 지닌 화랑이 여왕의 배우자(또는 잠자리 상대)가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화랑은 신라의 정치, 사회, 문화를 지탱한 주역인 것만은 분명하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도 있지만, 기록 또한 가장 풍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화랑에 대한 전설 역시 풍부하다. 반면 고구려부터 발해를 거쳐 고려까지 활약한 것으로 전해지는 조의선인, 일본 사무라이의 어원으로 알려지고 있는 백제 싸올아비 등에 대한 기록 등은 부실하다.

여기에 화랑의 용모와 신라의 자유분방(?)한 성개념으로 인해 화랑은 섹슈얼한 면이 부각됐다. 화랑의 이같은 모습은 고려 공민왕 시기 자제위와도 비슷하다. 자제위 또한 아름다운 외모의 고관대작 가문의 남자들로 구성된 공민왕의 친위조직이자 공민왕의 왕비 또는 궁녀들과 정을 통했다는 기록이 화랑을 떠올리게 된다.

분명 화랑은 한국 고대사의 가장 매력적인 소재다. 그동안 삼국시대, 또는 신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서는 화랑들이 등장했다. 또한 이 화랑들에 대한 전설은 작가들의 창작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름부터가 '꽃사내'. 매력적이지 않은가.

[사진=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 오보이 프로젝트]

여창용 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