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유연석 “시청자, 작품, 동료들에게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사 등록 2017-02-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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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유연석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응답하라 1994’ 칠봉이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그가 이번에는 의사라는 사명감과 현실의 성공 사이에서 갈등하며 진정한 의사로 성장해 나가는 강동주로 분해 연일 호평을 받았다. 유연석은 시청률과 작품성 그리고 화제성을 모두 거머쥔 ‘웰메이드’ 드라마를 견인했다. 최근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종영 후 조금은 허전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유연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던 강동주가 성장을 거듭했듯이 유연석도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많은 성장을 한 듯 보였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가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았다. 종영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대번 "시원섭섭한 것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고 답한다.

"스태프, 배우 분들이랑 워낙 팀워크가 좋았어요. 언제 또 이런 현장에서 웃으면서 촬영할 수 있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고, 너무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아서 감사한 마음도 많이 들고 그러네요.(웃음)"

유연석이 종영을 아쉬워하는 만큼 시청자들도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안고 있었다. '돌담져스'라 불리는 배우들이 보여줬던 환상적인 '케미'에 시청자들은 시즌2를 요청하기도 했다.

"저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시청자분들의 아쉬움이 그만큼 남는다는 거겠죠. 웰메이드 드라마가 끝났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요. 저 역시도 시청자분들하고 같은 마음이었거든요.(웃음) 팀워크가 좋았던 것도 그렇고. 이 드라마의 시즌2가 꼭 아니더라도 이 스태프, 배우 분들, 작가, 감독님이랑 뭉쳐서 작품 또 하고 싶어요."

이번 작품에서 유연석이 얻은 것 중 하나는 동료들과의 호흡에서 발산되는 에너지였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찍고 난 뒤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도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작품 선택의 기준이 개인적으로 다른 캐릭터를 찾으려는 시도였다면 앞으로는 거기에 더해서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어떤지에 대한 고민도 해볼 것 같아요. 팀워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이번에 정말 많이 느꼈거든요. 어떤 사람들과 만들어 가는지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네요."

양세종, 김민재, 서은수 등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은 인터뷰에서 촬영장 팀워크에 대한 얘기를 빼놓지 않고 전해주고는 했다. 아니나 다를까. 유연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시종일관 촬영장 분위기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으며 배우들에 대한 칭찬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서현진씨는 '밀크'활동할 때부터 관심 많았어요. 박희본씨가 학교 동기였거든요. 어찌됐든 그룹으로 시작했던 분들이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 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이번 작품에서 만나게 됐다고 듣고, '이 배우는 어떻게 연기할까' 설레기도 했고요. 기대 이상으로 보여주는 배우더라고요. 로맨스 부분은 이미 경험이 많으셔서 호흡이 굉장히 좋았어요. 한(석규)선배님이랑 저랑 '우리 긴장 해야겠다'할 정도로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셨죠."

그런가 하면 촬영장에서 줄곧 유연석에서 사랑의 메시지를 보냈던 사람도 있었다고. 이미 앞선 인터뷰를 통해서 유연석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여줬던 양세종이 그 주인공이다. 양세종 얘기를 꺼내니 대번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니 혼자만의 애정은 아니었던 듯싶다.

"양세종씨는 제가 처음 드라마 할 때를 떠오르게 해주는 친구였어요. 그래서 제가 해줄 수 있는 걸 해주고 싶었는데, 그게 연기할 때 편하게 해주는 거였어요. 그래서 짓궂게 장난도 치고 재미있게 지냈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가 저를 굉장히 지그시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좋아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러기도 하고.(웃음)"

"저도 같이 '사랑한다'고 얘기해줬어요. 세종씨 사임당이라는 작품 미리 찍어놓고 방송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잘 되길 응원하고 있어요."


촬영장 얘기를 할 때면 밝게 펴지는 유연석의 얼굴만 봐도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배우들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작품이 이렇게 잘 될지 알고 있었을까.

"작품 출연 전에 성공에 대한 확신은하기 힘든 것 같아요. 대본보고, 리딩도 하고, 배우 분들 만나고 나서 '좋은 작품을 하나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첫 만남에서부터 배우 분들하고 스태프 분들이 너무 좋았거든요."

'낭만닥터 김사부'는 배우 한석규를 필두로 한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진경, 김원희 등 연기를 가까이에서 접하기 힘든 배우들이 포진해있었다. 유연석은 "여러 가지로 배울 점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드라마를 표현했다.

"근래에 제 또래 분들이랑만 같이 연기를 하다보니까 선배님들하고는 연기를 잘 못했어요. 너무 좋은 선배님들, 새로 시작하는 신인 배우 분들이 고루 섞여있어서 좋았어요. 여러 가지로 자각하고 배우는 계기가 됐죠."

무엇보다도 유연석은 드라마를 찍으며 강동주와 함께 성장했다. 강동주가 던진 대사들은 유연석의 연기 인생에도 큰 울림을 던져줬다. 극 중 김사부가 자신을 지칭한 '필요한 의사'라는 단어는 배우 유연석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스스로도 저한테 그런 질문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동주가 성공 집착형 의사였는데 그러다가 김사부한테 그런 질문을 하죠. '최고의 의사냐, 좋은 의사냐', 그랬더니 김사부가 '이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다'고 말해요. 그래서 저한테도 질문을 했어요. '너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냐,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냐,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냐' 그런 질문을 했던 것 같아요."

정확한 답이 나왔냐는 질문에 유연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금 입을 연다.

" 정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어요. 그 과정을 겪어오고 있죠. 좋은 배우, 최고의 배우가 되기 위해서 욕심을 부려본 적도 있고, 여전히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그래도 이 드라마를 끝낸 지금은 시청자와 같이 작품 만드는 제작진, 작품에 꼭 필요한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드라마는 유연석이 실제 했던 말들과 이어지는 부분도 많았다. 과거 유연석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10년만 버티자'는 생각을 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던 그가 벌써 데뷔 14년차를 맞이했다. 동주가 말한 '사명감'이 생각나기도 하는 연차였다. 극중 '사명감으로 일을 하는 것'이냐는 서은수의 질문에 강동주는 '10년 정도는 해봐야 사명감을 말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번 작품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한테 그런 질문을 했었어요. 내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고 있는 걸까. 이 일을 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을까. 그 때 이 작품을 만나고, 그 대사를 만나면서 확신이 든 건, 현장이 즐겁고 절실하다는 거였어요. 동주가 말했던 사명감이나 신념은 이제 찾아가봐야죠. '왜 연기를 하고 있느냐'고 물으시면 좋아하니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을 위해서 연기를 하고 있느냐'에 대한 답은 차차 찾아가봐야 될 것 같아요."

유연석은 언제쯤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이순재 선생님 60주년 되셨어요. 내일 만나서 여쭤보면 답이 나올까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드라마는 유연석에게 배움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했다 . '낭만닥터 김사부'는 30퍼센트에 가까운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전작인 '보보경심:려'와 비교했을 때도 거의 3배에 가까운 시청률 상승을 이뤘다. 유연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부담감'을 하나를 덜지 않았을까.

사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붙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응답의 저주'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너무 큰 사랑을 받고 난 뒤, 다음 작품들에서 '응답하라'만큼의 시청률이나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말이었다. 그런 부담감에 대해 질문하자 유연석은 단호한 말투로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고 답한다.

"사실 저는 '응답의 저주'라는 말이 기사에 나오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 단어 쓰고 싶지도 않고요. 사실 그 작품은 빛을 보지 못했던 배우 분들에게 굉장한 기회예요. 실제로도 많은 분들이 빛을 봤고, 좋은 배우 분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은 아예 언급이 안됐으면 좋겠어요."

"'응답하라 1994' 전에도 잘 된 작품, 안 된 작품이 있었어요. '응답'으로 사랑을 받게 됐다면 그건 잘 된 작품인거죠. '낭만닥터'로 이번에 배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잖아요. 사람이 얻게 되는 행복은 똑같거든요. 넘칠 때가 있으면 부족할 때가 있는 거니까. 그 작품으로 과분하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어요. 안 좋은 수식어로 일반화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유연석은 어떤 질문이든 뚜렷한 소신으로 대답을 들려준다. 14년이라는 연기 내공이 허투루 쌓인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유연석은 드라마가 끝나고 쉴 새도 없이 자신이 존경을 담아 '선생님'이라 부르는 배우 이순재의 60주년 기념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 출연을 결정했다.

"선생님은 아직도 뜨겁고 열정적이세요. 사실 선생님이랑 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기회가 됐다면 서울 공연 때부터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안됐죠. 그래서 지방 공연이라도 함께 하고 싶었어요. 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열정만 제가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아까 신념에 대한 답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배우 이순재의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자신도 이어가고 싶다는 유연석. 그가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어떤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지가 궁금해졌다.

"제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 두려움은 없어요. 제가 잘할 수 있을지 아닐지도 불분명하지만 안 보여줬던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거예요. 때로는 어색할 수도 신선할 수도 있겠죠.(웃음)"

"사실 '응답하라'가 끝나고도 저를 사랑해주셨던 이미지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캐릭터를 찾지 않았어요. 악역을 하다가도 칠봉이라는 캐릭터를 보여드렸던 것처럼. 솔직히 옳은 선택을 했는지, 좋은 결과를 냈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까지 남아있을 수도 있지만 후회는 없어요.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계속 찾아가보려고요."

(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안예랑기자 yrang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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