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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고려 말 비주류 영웅을 말하다

기사 등록 2014-01-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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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기자]지난 4일 첫방송을 시작한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이 철저한 고증과 배우들의 명연기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고려시대 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도전'은 조선왕조 창업의 공헌자이자 사상가인 정도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사극으로 고려 말의 혼란과 조선 초의 역동성을 그려낼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조재현, 유동근 등 배우들의 열연이 매회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정도전'의 시대 배경이 되는 고려 말은 어떤 시대였을까? '정도전'은 공민왕(김명수 분) 통치기에서 시작된다. 노국공주의 죽음 이후 폐인이 된 공민왕으로 인해 간신들이 득세하고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져있었다.

고려의 기득권 계층으로 공민왕의 개혁정치를 견제해온 권문세가들은 결국 공민왕을 시해하기에 이르고, 고려 조정은 이인임(박영규 분)으로 대표되는 권문세가들이 장악한다.

권문세가들은 고려가 원나라의 부마국으로 전락할 때부터 기득권을 형성해 왕실을 농락하고, 백성들을 착취해 권력과 부를 독점해왔다. 공민왕이 즉위해 권문세가의 대표격인 기철 일족을 몰아내지만 권문세가의 입지는 매우 견고했다.

신진사대부들은 권문세가들의 전횡에 불만을 터뜨리지만 이미 고려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권문세가의 힘에 저항하기 어려웠다. 정도전(조재현 분)처럼 강하게 저항하는 학자는 주류에서 퇴출당하지만 대부분은 정몽주(임호 분)처럼 부조리한 현실을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내부적으로 권문세가의 전횡이 고려 정치를 혼란스럽게 했다면 외부적으로는 여전히 고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북원, 중원의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는 명나라, 시시때때로 고려의 바다를 침탈하는 왜구들로 인해 백성들의 삶은 창끝에 앉은 것과 같았다.

고려 중앙군의 힘이 변방에 미치지 못하면서 군사력을 지닌 또다른 세력들이 등장했다. 명문가 출신으로 전장에서 명성을 얻은 최영(서인석 분)과 변방에서 실전 경험을 통해 세력을 구축한 이성계(유동근 분) 등 신흥무인 세력들이 권문세가, 신진사대부와 함께 고려 정치의 축으로 나섰다.

현재 정도전은 이인임과 권문세가의 전횡을 참지 못하고 강력하게 저항했다가 퇴출을 당해 사실상 정치생명이 끊긴 상황. 하지만 유배지에서 백성들의 고통을 함께하며 이상적인 정치를 꿈꾸고 있다.

이성계는 고려 왕실에 대한 충성을 보이지만 권문세가는 변방 장수인 그를 견제하고 업신여긴다. 하지만 백성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줄 아는 무인 이성계가 변방 장수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정도전과 이성계는 고려 말 혼란기에 자신의 능력을 펼친 인물들이다. 그들은 권문세가가 장악한 고려 사회에서 절대 주류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조선 왕조 창업의 대업을 이뤘다.

고려 사회의 철저한 비주류인 정도전과 이성계는 난세가 만들어낸 영웅인 것이다.

여창용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