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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쇼핑왕 루이’ 남지현, 서강대 심리학과 진학이 ‘연기 과도기’에 끼친 영향

기사 등록 2016-11-22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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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배우 남지현이 아름다움을 내려놓고 촌스러운 캐릭터에 뛰어들었다. 22세. 그 나이 대 여배우들이 외모로 가장 꽃피우고 싶어 할 때 남지현은 주저하지 않고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극본 오지영, 연출 이상엽) 고복실이 됐다. 서울 한복판에 떨어진 온실 기억상실남 루이(서인국)와 파란만장 서바이벌 로맨틱 코미디를 그리는 고복실(남지현)은 강원도 오대산에서 약초와 산나물을 캐다 동생을 찾으러 상경한 인물. 독특한 캐릭터 대변신의 노력이 통했는지 드라마는 1회 시청률 5.6% 동시간대 꼴찌에서 최고 시청률 11%로 1위까지 오르며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 물론 남지현의 연기자로서 비약적인 발전 또한 일궈낼 수 있었다.

이제 성인 연기자로서 완벽하게 자신의 색깔을 찾아 발돋움 한 남지현과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얼떨떨하기도 하고 신기했어요. 끝나고서 곱씹어보니 ‘쉽지 않은 일 이었구나’를 느꼈죠. 1위 하고 종방 할 때까지 촬영 현장에 있다 보니 사실 체감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항상 바빴어요. 시청률 1위한 날도 저희가 가장 바쁘게 찍을 당시여서 자축할 틈이 없었어요. 모든 게 끝나고 돌아보니 진짜 생각할수록 기특했구나라고 느꼈어요.”

‘쇼핑왕 루이’는 남지현이 공중파 드라마 첫 주연배우로 임한 드라마로 더욱 주목받았다. 10세부터 아역 생활 이후 받아든 이번 작품의 성적표는 성인 연기자로서의 긍정적 가능성을 단번에 입증한 결과이기도 하다. 동시간대 수목극이 동시에 시작할 당시 경쟁작은 KBS2 ‘공항 가는 길’, SBS ‘질투의 화신’이었다. 경쟁자는 베테랑 연기자 김하늘과 공효진이었다. 흥행 퀸들의 틈에서 보기 좋게 입지를 다졌다고도 할 수 있다.

“같은 상대로 있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생각했어요. 선배님들 모두 이미 톱 배우이시고, 저는 완전 갓난아기 상태였는걸요. ‘너무 체급이 다른 걸?’ 생각했죠. 처음 우려감이 많았을 때도 당연하다 생각했어요. 촬영하면서는 ‘일단 나는 내 할 일부터 열심히 하자’ 마음먹었고요. 미니시리즈 주연을 처음 하는 거니까 에너지를 잃지 않고 무사히 잘 끝내는 걸 목표로 했어요.”

“같은 소속사 공효진 선배님 생각 많이 났죠. ‘우리도 이렇게 열심히 촬영하는데 선배님도 바쁘게 촬영하고 계시겠지’ 하면서요. ‘질투의 화신’ 감독님이 제가 출연한 ‘엔젤 아이즈’ 감독님이셨기 때문에 현장이 더 잘 그려졌던 것 같아요. 한 번은 저희가 선배님과 가까운 곳에서 촬영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효진 선배님이 촬영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제 촬영시간과 맞물려서 차마 찾아가지는 못하고 카페에서 작은 초콜렛을 사서 힘내시라고 드렸어요. 촬영 마지막 주라서 굉장히 정신이 없었을 텐데 선배님이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동시간대 드라마 중 가장 큰 인기를 선점한 ‘질투의 화신’이 독특한 소재로 승부를 본 만큼, ‘쇼핑왕 루이’ 역시 만만치 않은 코믹함으로 인기를 끌어 모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물들 개개인이 포복절도할 만한 상황을 농도 짙게 던진 가운데 남지현의 능숙한 ‘촌녀’ 캐릭터는 단연 돋보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전작 ‘가족끼리 왜 이래’와 비슷한 이미지가 아닐까 싶었어요. 하지만 대본을 잘 살펴보고 그 생각을 바꿨죠. 서울이는 가족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아이여서 강인한 면이 강조되고 러브라인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캐릭터였잖아요. 복실이는 확실히 여성스러운 면도 있고 러브라인 주인공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잘 보면 사투리가 둘이 달라요. 서울이는 충청도, 복실이는 강원도 사투리를 썼죠. 저의 예쁨을 버린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복실이는 실제로 예뻐야 할 캐릭터라기보다 건강하고 맑은 캐릭터라 생각했거든요. 예쁨이 주가 된다기보다 진짜 건강하고 순박한 이미지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복실이와 싱크로율은 70% 정도? 그래서 연기하기 좀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복실이 만큼 무턱대고 착하지는 않죠. 제가 B형인데 저 진짜 발랄해요. 주변 사람들이 딱 비형이라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요. 그래선지 화나는 일이 별로 없어요.”

공중파 미니시리즈 첫 주연에 부담감이 없냐는 질문에 “도리어 처음 하는 거라 잃을게 없을 거라 생각해서 부담은 없었어요. 재미있게 찍다보니 다 끝나있더라고요.”라는 답변만 봐도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촬영 현장도 작품 성격을 따라 유쾌함이 넘쳤고, 이에 따라 서인국과의 능청스러운 케미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인국 오빠와 함께 촬영하며 파트너를 잘 만났다 생각했어요. 워낙 타고난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확실히 맞더라고요. 서로 되게 많이 배려하려 했어요. 오빠도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며 편하게 연기하도록 도와줬고,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루이(서인국) 오빠는 가수도 하고 연기도 하잖아요. 연기만 한 사람들에게는 없는 과감함, 독특한 리액션들이 살아있어요. 그래서 저도 다양한 반응과 리액션을 하게 되더라고요. 배울 점이었죠. 생각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었어요. 키스신은 거의 처음이어서 긴장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이야기 정점이고 중요한 신이다보니 그 전에 인국 오빠와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의지가 됐죠. 오빠가 키스신 경험이 있어서 제가 믿고 맡겼어요.”

“첫 시작을 잘 한 느낌이에요. 순조롭게 출발한 것 같아요. 여유가 없을 수 있었는데, 루이가 그런 여유로움을 제공했죠. 저에게 응원을 준 작품이에요. 앞으로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가 있기 전, 남지현은 2004년 10살 MBC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로 데뷔해 연기 경력 12년차에 접어든 배우였다. 2009년 ‘선덕여왕’에서 덕만공주로 주목받은 후 2014년 ‘가족끼리 왜 이래’까지 대중에게 화제를 모으는 데 긴 공백을 거치기도 했다. 이 시기에 그는 학업에 열중, 현재 서강대학교 심리학에 재학 중이다.

“슬럼프라 할 수 있는 그 시기를 중·고등학교,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오랫동안 겪었어요. 그 시간들 속에서 ‘이 일을 왜 하고 있지?’,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생각도 했죠.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하지만 막상 연기 말고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런 고민을 하면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요. 머리로는 고민하면서 몸은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그 와중에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된 후 해결이 됐어요. 버티다보니까 일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생각도 환기할 수 있었죠. 대학교 가고 스무 살이 되면서 생각의 틀이 좀 바뀐 것 같아요. 오래 고민한 만큼 해답을 좀 얻은 것 같아요.”

“심리학은 제가 배우고 싶은 학문이었어요. 필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중·고등학교 때 최대한 노력했죠. 그 학사과정을 실생활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저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여러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문제 하나를 두고 여러 가설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겠죠. 제가 여태까지 걸어온 길은, 전부다 제가 선택한 일이었어요. 맨 처음 연기는 엄마가 도와주셨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제 의견이 적극 반영됐죠. 제가 만들어온 길이기 때문에 후회는 안 해요. ‘가족끼리 왜 이래’부터 성인 역할을 한지 2, 3년이 됐네요. 지금은 성인 연기를 새롭게 습관화하고 익히는 상태라 생각해요. 새로운 시작을 다시 하고 있다 생각해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성인 연기자로 거듭난 남지현이 꿈꾸는 극 중 모습은 다양하다. 지성과 감성으로 자유롭게 캠퍼스를 누비듯, 남지현은 드라마, 영화에서도 왕성하게 꿈을 펼치려 한다.

“아역 때부터 선배님, 선생님들과 주로 연기하느라 제 또래와 연기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청춘시대’처럼 대학교 캠퍼스물 해보고 싶어요. 제가 실제 대학생이다 보니 잘 녹아들 것 같아요. 공감도 많이 될 것 같고.”

‘쇼핑왕 루이’를 통해 성인 연기자로의 과도기 탈피, 연기 복학에 성공한 남지현. 그의 싱그럽고 파릇파릇한 에너지가 그간의 내적양분으로 싹 트려는 순간이다.

한해선기자 churabbit@ 사진 박은비 기자 smart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