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아수라' 악인들이 그려낸 잊지 못할 지옥도

기사 등록 2016-09-23 00:31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이다, 전혀 상응하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에서는 조합을 이뤘다. 가상의 도시 안남에서 벌어지는 악인들의 결투는 현실을 도려낸 듯 사실적이지만 믿지 못할 만큼 처절하다.

김성수 감독이 15년 만에 직접 쓴 시나리오로 돌아온 '아수라'는 삶의 유지를 위해 악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한 형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등 명배우들의 출연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최근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후 호평을 받으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실제로 '아수라'는 처절한 느와르를 극한으로 몰고 가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다뤘다. 이미 과거로 지나가버린 행동들 때문에 새로운 삶의 의지까지 짓밟히고 마는 한도경(정우성 분)과 반대로 성공을 위해 점차 악에 무뎌지는 문선모(주지훈 분)의 대비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간의 비참함을 부각시켰다.


특히 '아수라'는 이런 고통스러운 심리를 공간으로 승화시켰다. 첫 오프닝 시퀀스가 전개되는 지하 공간은 무수히 뻗어나가는 기다란 복도를 통해 알 수 없는 인물들의 앞날을 암시했고, 도경과 문선모(주지훈 분)가 몸싸움을 벌이는 영안실 지하 복도는 정작 그 상황을 만든 이는 배제된 채 좁은 공간에서 살기 위해 발악하는 남자들의 몸부림을 부각시켰다.

또한 '아수라'는 느와르 영화이지만 액션 영화로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영화 중반 카체이싱 장면은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영화 초반과 후반의 맨몸 싸움은 확실한 타격감과 함께 인물들의 심리적인 긴박함, 간절함 등이 아우러져 인상적인 장면들을 선사했다.

그러나 '아수라'의 가장 큰 볼거리라면 역시 배우들의 연기다. 정만식은 이 작품에서 거침없는 욕설과 한껏 냉정한 표정으로 도창학의 잔학함과 충성심을 표현했고, 그런 그를 수족으로 부리는 곽도원은 능청스러우면서도 때로는 비굴한 모습으로 성공만을 향해 달리는 검사의 모습을 소화했다.

황정민은 사실상의 절대악으로 변신해 매순간 능글맞은 표정들로 상대를 도발하거나 혹은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리고 정점을 찍는 건 정우성과 주지훈의 대립이 만드는 시너지다.


두 배우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오히려 더 일관된 연기를 보여준다. 만일 서로의 연기를 받지 못했다면 한도경과 문선모는 몹시 평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우성과 주지훈은 탁월하게 자신의 배역에 몰입해 상대의 연기를 주고받으며 인물을 완성시켜 서로 끈끈한 정 속에서도 결국에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두 남자의 모습을 그려냈다.

제작사 사나이픽쳐스는 전작 ‘검사외전’에서 다소 유쾌하고 가벼운 분위기를 유발했다면 이번 ‘아수라’에서 작정한 듯 밑바닥까지 관객들을 밀어넣는다. 한도경과 함께 추락하는 느낌을 여과없이 전달하는 ‘아수라’는 흥행 여부에 상관없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는 느낌이 준다. 그래서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이번 작품이 과연 또 다른 흥행신화를 쓸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