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사극돋보기]'대박', 장근석-여진구 형제의 브로맨스 '역사에서는?'

기사 등록 2016-05-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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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대길' 장근석과 '연잉군' 여진구가 '대박'에서 보여준 출생의 비밀은 역사에서 어떻게 그려질까?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은 영조의 청년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다. 뿐만아니라 영조의 배다른 형제가 있다는 설정도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영조는 콤플렉스 덩어리였다. 그 중 첫번째가 어머니의 출신 성분이었다.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윤진서 분)는 미천한 신분이었다. 궁의 허드렛일을 하던 궁녀에서 숙종(최민수 분)의 승은을 입은 숙빈 최씨는 자신의 인생은 활짝 피었겠지만 아들인 연잉군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안겼다.

특히 숙빈 최씨는 사가 시절 혼인을 했으며, 연잉군 또한 숙종의 핏줄이 아니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대박'에서는 대길 역의 장근석이 숙빈 최씨가 낳은 또 한 명의 아들이라는 설정이다. 대길과 연잉군은 한 어머니의 형제인 셈이다.

극 중 대길과 연잉군은 서로 대립하다가도 이인좌(전광렬 분) 일당을 공격할 때는 의기투합한다. 드라마에서는 형제가 사이좋게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면서 의좋은 형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조선시대 왕자들은 우애가 넘쳤을까?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을 사이좋게 나눈 형제는 없다. 특히 모든 권력이 황제 또는 왕에게 집중됐던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왕자들의 치열한 권력다툼이 벌어졌다. 수나라 양제와 당나라 태종은 형을 몰아내고 황위에 오른 대표적인 군주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는 고구려의 시조 주몽과 부여의 왕자 대소의 대립을 비롯해 고려 초기 광종과 그의 형제들, 조선 초기 태종 이방원과 왕자의 난 등이 대표적인 형제들의 골육상쟁이다. 이들은 권력은 나눠가질 수 없다는 진리를 입증했다.

광해군은 형인 임해군, 이복동생 영창대군 등 형제들을 죽이고 왕이 됐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이에 앞서 세조는 자신의 동복형제인 안평대군까지 제거했다. 왕에게 있어 형제들은 잠재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정적이었다.

사실 조선에서 왕자는 부러워할만한 신분이 아니었다. 왕이 되지 못한 왕자는 성장하면 궁을 나와 사가에서 기거해야 했다. 궁에는 오직 왕이 될 국본 즉 세자만이 살 수 있었다. 또한 왕권을 위협할만한 어떤 움직임도 보여서는 안됐다.

왕이 되지 못한 왕자들은 종종 역모에 연루돼 목숨을 잃었다. 정비 소생인 대군들은 물론 후궁 소생인 군들은 역모의 대표적인 타겟이었다. 공식적인 왕의 핏줄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삶을 살았는데 대길처럼 공식화되지 않은 왕자는 그 출신마저 부정당했을 확률이 크다.

공식적으로 영조의 형제는 장희빈 소생인 세자(훗날 경종)와 명빈 박씨 소생인 연령군이다. 숙빈 최씨는 공식적으로 연잉군과 두 명의 옹주를 출산한 것으로 돼있다. 대길은 가상으로 창조된 인물이다.

만약 대길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드라마에서 보여준 우애 깊은 장면은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마저 잔인하게 죽음으로 내몬 영조가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형제의 존재를 곱게 인정했을리 없다. 왕위에 오르기 위해 형마저 독살했다는 누명까지 썼던 영조이기 때문이다.

'대박'에서 보여준 장근석과 여진구의 훈훈한 브로맨스는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이다. 권력 앞에서는 형제의 우애도 없다.

[사진=SBS 공식 홈페이지]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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