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해어화' 유연석, 유쾌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지닌 충실한 배우

기사 등록 2016-04-0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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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윤우는 연희가 가시꽃 같은 여자라고 느꼈어요. 집을 데려다주는데 아버지가 돈을 요구하면서 연희를 때리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연희가 얘기합니다. ‘이게 지금 진짜 조선이다. 돈 몇 푼에 딸내미도 팔아먹는 게, 이게 지금 당신의 조선이다’라고. 윤우가 많은 것을 느꼈을 거예요. 편집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들이 있지만 윤우가 곡을 다시 쓰고 연희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배우 유연석은 진솔하다. 그의 표현과 연기에는 진중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유연석이 작곡가 윤우 역으로 변신한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 역시 사랑과 욕망, 음악과 예인이란 화두로 솔직함을 비롯해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다. 진솔한 배우와 뜨거운 작품의 만남인 것. ‘해어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유연석과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 ‘해어화’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얘기보단 두 모차르트의 얘기입니다. 한 여인이 본인의 재능을 믿지 못한 비극적인 운명과 회한을 다루기도 했어요. 그러므로 이 영화를 통해 보는 사람들도 본인이 가진 재능과 사랑에 대한 믿음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유연석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이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했을 터. 그의 말처럼 ‘해어화’는 사랑과 사랑의 충돌과 재능과 재능의 충돌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질투와 배신 등의 감정이 더해져 이 작품은 ‘슬픈 불꽃’처럼 빛나고 있다. 그러나 유연석이 마냥 진지한 것만도 아니었다. 그는 유머 센스도 탁월했기 때문이다.

“제가 운영하는 바가 ‘해어화’ 촬영이 끝날 때 쯤 오픈을 해서 첫 오픈 때 ‘해어화’ 회식도 하고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가끔씩 놀러오고 그랬어요. 굉장한 서비스와 할인을 해드렸습니다(웃음).”



영화 속 윤우가 유쾌함과 심오함을 오간 것처럼 실제의 유연석도 밝음과 어둠을 넘나드는 특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매혹적인 유연석이 열연한 윤우는 인물의 특성상 자칫 여성 관객들이 싫어할 수도 있는 캐릭터다. 일종의 배신자처럼 느껴질 수 있기에 그렇다.

“윤우의 그런 이미지는 영화의 장면들이 몇몇 생략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엔 윤우가 연희에게 마음을 주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나와 있었어요. 그게 생략이 되다 보니 더 그렇게 드러난 것 같습니다. 윤우는 연희에 대해 처음 뮤즈로서 마음이 갔고 이후 여러 과정과 연민을 느끼고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상황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소율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생략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어화’는 예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에 전개상 가곡과 1943년 당시의 대중가요 등 음악이 중요한 영화다. 극중 ‘조선의 마음’과 ‘사랑 거짓말이’는 각각 당대의 시대적 아픔과 개인의 회한을 녹여낸 바 극의 감정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즉 ‘해어화’는 작품 자체가 애절한 서정곡처럼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영화 속 작곡가로 분했던 유연석이 평소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일까.

“평소 라디오를 가장 좋아합니다. 선곡을 찾아서 듣기보단 사람들의 사연들과 함께 흘러나오는 노래들이 보다 더 스토리가 있게 들리는 것 같아요. 노래도 편식하지 않고 듣습니다. 요즘은 ‘위키드’라는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서 동요를 많이 듣게 됐어요(웃음). 동요를 듣다가 울게 될 것이라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전에도 노래를 듣다가 운 적이 없었거든요. 누구나 갖고 있을 수 있는 동심에 대한 자극이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는 어쩌면 욕심과 복잡한 상황을 살아가는데 그런 현실 속 너무 순수하고 꾸밈없는 목소리를 듣게 된 거죠. 동요가 무언가 달래주고 치유해주는 느낌이 있었어요. 아이들을 보면서 웃고 있다가 눈물은 나고 머리는 복잡하고 그랬었습니다.”



유연석은 어쩌면 자신에게 순수함이 있기에 순수함에도 반응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더 정확히는 그의 진심이 또 다른 진심을 만났기에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걸. 그러나 그는 영화 속에서 솔직함을 중시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러므로 유연석은 그 사실을 모른 것이 아니라 이미 자연스럽게 체화시킨 모습에 가까웠으리라. 배우의 깊이 있는 표현력은 순수함과 진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울어야 관객도 울 수 있기에.

“윤우의 감정에 빠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사랑 거짓말이’ 작곡을 마치고 악보 뒤편에 소율에게 편지를 써내려 가잖아요. 나중에 소율이 그 편지를 읽게 되고 그 장면들이 마음이 많이 쓰이고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눈물을 흘렸어요. 윤우는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민중들이 즐길 수 있는 모두의 귀가 들을 수 있는 걸 바라는 인물로 자라나게 된 것 같아요.”

윤우는 기생의 자식으로 태어나 기생인 소율과 연희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가 기생을 사랑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키워간 건 아니리라. 유연석 역시 “그런 운명에 놓여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권번에서 어릴 적부터 자라왔고 윤우는 그 운명을 솔직하게 본능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간 것 같다”고 표했다. 그런가하면 ‘해어화’는 인물들 사이의 질투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다. 통념에 따르면 질투는 ‘욕망의 칼’처럼 쓰일 수 있다. 유연석의 생각은 어떨까.

“질투가 신선한 자극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를 하면서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보고 났을 때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됩니다. 순간 순간 좋은 자극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좌절하고 시기하는 편보다는 다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효주와 천우희에게도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왜 충무로가 두 여배우를 사랑하고 있는지 작업하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매너가 좋고 편안하고 착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두 배우는 연기할 때 굉장한 집중력이 있기에 인물을 끌어가는 힘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동료들에 대한 칭찬과 애정을 잊지 않았다. 이 같은 면모는 배우를 떠나 ‘사람’ 유연석의 따뜻함을 풍긴 바 인상적이었다. 또 그는 영화 속 시대적 배경과 소품이 마음에 들어 사진도 많이 찍었다고 한다. 폴라로이드로 촬영한 것은 한효주와 천우희에게 선물도 했다고. 결국은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도 될 수 있기에 유연석의 배우로서 최종적인 꿈과 목표가 궁금했다.



“저의 꿈은 삶을 잘 살고 싶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언젠가는 배우라는 것과 저라는 인물이 동떨어지지 않고 배우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이와 함께 개인의 삶도 잘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윤우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처럼 충실하고 솔직한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그러고보면 ‘해어화’의 윤우와 유연석은 닮아 있었다.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고 솔직하다는 점에서. 물론 실제로 ‘해어화’를 보게 된다면 윤우를 욕하거나 나무라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유연석이 그만큼 연기를 잘 했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 그는 섬세함과 따듯함을 지닌 배우이기에 현재는 물론 미래 역시 기대될 수밖에 없다. 배우의 성장과 활약은 작품을 통해 증명되기 때문이며 ‘해어화’에는 유연석의 그런 노력이 분명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와 ‘해어화’가 올 상반기 극장가에 어떤 뜨거움을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개봉.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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