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제훈의 이유있는 '냉·온탕 매력'

기사 등록 2016-05-0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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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지민기자] 한국 히어로도 개성을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게 됐다. 배우 이제훈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홍길동의 정체를 공개하며 3년 만에 복귀하는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 이하 ‘탐정 홍길동’)을 통해 그가 선보인 캐릭터 ‘홍길동’은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알던 평면 단계의 의적 홍길동이 아니다. 어쩌면 악당보다 더욱 악랄하고 표독스러운 모습으로 알 듯 모를 듯한 매력의 입체성을 더한다.

그의 속이 기나긴 악(惡)의 실타래로 엉킨 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김병덕(박근형 분)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장면을 어린 나이에 직접 목격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원수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20년이나 갈아오며 그의 분노지수는 극에 달해 있었다. 따라서 성인이 된 홍길동은 거짓말투성이에 거칠고, 사납고, 신경질적이고, 무자비한 냉혈한이 다 돼 있었다. 어릴 적 정신적인 충격에 좌측 뇌 해마에 손상을 입어 감정 인지 능력과 8살 이전 기억을 모두 잃은 그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결여된 이기적인 면까지 갖췄다. 이 정도의 나열이면 보통의 영웅들이 지녀야 할 미덕을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밉살스러울 수 있는 면면 가운데도 이제훈이 표현한 홍길동은 근간에 정의가 확립돼 있음이 결국 엿보인다. 이는 동이(노정의 분)와 말순이(김하나 분)이가 등장하는 시점부터 알 수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동이와 초등학교 1학년 말순이의 순수성은 홍길동의 얼음처럼 굳은 마음을 깨버리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꼬마 말순이의 황당한 독설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어느덧 정의로운 놀이에 흠뻑 취하게 되는 ‘케미’로 작용한다. 홍길동의 차가움이 말순이의 순진무구함이라는 상충 요소로 중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데서 관객들은 가장 큰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탐정 홍길동’은 홍길동의 복수극과 과거사의 추적을 다루기도 하지만 이것을 쫓는 과정에서 홍길동 자체의 성장담을 그리기도 한다. 때문에 홍길동으로 분하는 배우는 냉정과 열정, 그리고 그 사이의 온정까지 두루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필요조건에 이제훈은 가장 적합한 배우로 자리할 만하다. 일단 이제훈은 외모부터 해당 조건을 충족시킨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과 편안한듯하지만 예리하고 날카로워 보이는 이미지, 말숙이와 사소한 언쟁을 하다가도 진중하게 돌변하는 태도는 경계선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우며 심지어 섹시하기까지 하다.

‘파수꾼’으로 일찍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제훈은 ‘고지전’ ‘건축학개론’으로 섬세한 감정을 드러낼 줄 알았으며 최근에는 드라마 ‘시그널’로 지적인 부분까지 고루 섭렵한 바다. 그런 그가 연기한 홍길동은 ‘파수꾼’에서 선보인 독단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의 기태와 ‘시그널’ 속 예민한 관찰력을 지닌 박해영 캐릭터의 총합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복합적 인물 홍길동은 능숙하게 잘 다듬어진 완성도를 자랑하게 된다.

그렇게 개인적 고뇌와 상처를 안고 있던 홍길동의 범인류적 크기로의 성장과정은 이제훈의 활약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지민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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