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영화] ‘곡성’ 모호, 난해함의 미학은 흥행방정식?

기사 등록 2016-05-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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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지민기자] 예술은 모호함과 난해함으로 특히 가치를 존중받는 분야임이 최근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의 연이은 박스오피스 1위 수성을 통해서다.

지난 11일 전야개봉을 했던 ‘곡성’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약 17만 명의 관객 몰이를 하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순위는 25일인 오늘까지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최근 일반인들이 모이면 ‘곡성’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대중들에게 있어 화제성의 체감지수도 가장 높다.

오늘 박스오피스에서 역시 ‘곡성’의 인기는 증명됐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4일 하루 동안 ‘곡성’은 13만 638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수는 481만 7965명을 기록, 개봉 2주 만에 500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웬만한 천만 영화들의 개봉 초반 스코어를 갈아치우며 제69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출품될 정도로 흥행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곡성’만의 매력을 놓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화는 ‘추격자’, ‘황해’로 이미 스릴러 장르에서는 정평이 난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일단 신뢰감을 안고 출발한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 곽도원, 천우희를 비롯해 황정민까지 가세해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일본 명품배우 쿠니무라 준과 아역배우 김환희의 시선을 잡아끄는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곡성’의 매력은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를 충족시키는 가운데 펼쳐지는 모호함과 난해함이 맹점으로 작용한다. 사실 일반인들의 언급이 많아지는 이유도 영화를 보고난 후에 가시지 않는 갖가지 질문 때문이다. ‘오컬트’라는 단어로 영화를 설명함으로써 ‘곡성’에 대한 이해도는 충분히 높아지겠지만, 일반 관객들에게는 영화의 부분 부분적인 요소가 미스터리하다. 평론가들조차도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해설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타 영화들에 비해 맥거핀이 압도적으로 많은 ‘곡성’은 나홍진 감독도 명확한 해석에 말을 아낄 정도로 한국영화들 중 역대급 난해한 영화로 손꼽히기도 한다. 혹자들은 이러한 점에 관람 전부터 난색을 표하지만, 그러면서도 영화를 ‘누구보다 명확하게’ 해석하려는 시도를 해보게 된다. 이는 인간 본연이 가진 호기심과 승부욕을 동시에 발동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심리를 가장 영리하게 활용한 감독을 언급하자면, 한국의 김기덕, 할리우드의 크리스토퍼 놀란, 프랑스의 레오 까락스가 대표적이겠다. 그 중 난해함의 극치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는 여전히 전 세계인들의 ‘도전작’이자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비해 ‘곡성’은 모호함 쪽에 더 가깝겠지만, ‘메멘토’ 같이 복잡한 두뇌회전을 요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비슷한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항상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클라우드 아틀라스’, ‘루시’는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해석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나머지 다수가 등을 돌린 비운의 작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5세 관람가와 수많은 상영관 수라는 혜택을 받기는 했지만, 앞서 언급한 실패작의 위험을 탈피한 ‘곡성’은 분명 관객들의 발걸음을 유도하는 매력이 있다. 여전히 갑론을박의 목소리를 내게끔 만드는 ‘곡성’의 흥행 추이를 눈여겨봐야겠다.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한지민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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