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4인용 식탁’에서 ‘해빙’까지, 이수연 감독의 14년 내공 담긴 ‘스릴러 명작’

기사 등록 2017-03-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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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2003년 영화 ‘4인용 식탁’을 통해 감성 미스터리라는 참신한 장르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이수연 감독이 다시 한 번 자신의 특기를 살려 미스터리한 이야기와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가진 심리스릴러 영화 ‘해빙’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이수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었던 ‘4인용 식탁’은 감성 미스터리라는 명칭에 알맞게 스릴러와 공포, 미스터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그러한 공포 상황 속에서 인간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슬픔과 공허함 등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눌러 담아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 사진=영화 '4인용 식탁' 스틸컷

영화는 이사 간 집에서 아이들의 귀신을 보게 된 정원(박신양)으로부터 시작한다. 정원은 우연한 기회로 자신처럼 귀신을 볼 수 있는 연(전지현)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자신의 비밀들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연을 통해 서서히 정원에게 다가오는 진실들은 정원의 과거와 얽혀 점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정원의 무의식 속에서는 점차 연에 대한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독은 세밀한 연출을 통해 관객들의 내면에서 ‘공포’를 끌어올린다. 무서운 장면이나 끔찍한 장면 없이 관객들은 캐릭터의 행동과 표정에서 긴장을 느끼게 된다. ‘4인용 식탁’은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스토리 구조를 통해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특히 영화에서 계속해서 펼쳐지는 비유와 은유, 중의적 표현들은 캐릭터들의 사연과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미학을 살리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하나의 결말을 향해 나아가면서 관객들에게 인물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만드는 것.

신인감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고 참신한 구조를 택한 이수연 감독은 해당 영화로 작품성을 인정받아 시체스 국제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인 시민케인상을 수상하게 된다.

▲ 사진=영화 '해빙' 스틸컷

이렇듯 첫 스릴러로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은 이수연 감독이 무려 14년 만에 더 완성도 높은 스토리에 자신의 특기인 은유, 중의성 등을 녹여낸 ‘해빙’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얼음이 녹은 강에서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비밀을 마주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서울에서 도산 후 경기도 화정신도시로 들어가게 된 내과의사 승훈(조진웅)은 그 곳에서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듣게 된다. 15년 전 발생한 살인 사건을 진실과 마주한 승훈, 그 후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모든 이들에게 의심스러운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이수연 감독은 이 단서를 승훈에게만 알려주지 않는다. 승훈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은 그의 시선에서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 살인 사실을 고백한 치매에 걸린 정노인(신구), 그의 아들 성근(김대명), 자신에게 의미모를 호의를 표하는 간호조무사 미연(이청아)을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승훈은 물론 관객들까지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지 않고 끝까지 의심하게 만들어 모호한 쉼표로 극을 끝마쳤던 ‘4인용 식탁’과 달리 ‘해빙’은 시원한 마침표로 극을 끝내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승훈을 따라 발견한 단서들은 무의식을 파고들고, 결말로 향하는 지점에서 그 단서들은 영화 속 빈 공간에 맞춰진다. 모든 퍼즐이 맞춰져 하나의 큰 그림이 되는 순간 관객들은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감독이 쌓아온 내공이 또 한 번 관객들을 매혹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해빙’은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안예랑기자 yrang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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