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배기성-양정승 빨간추리닝, '버티기'와 '내려놓음'의 찰떡궁합

기사 등록 2012-11-0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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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하진기자]유쾌한 두 남자가 만났다. 한 남자는 남성그룹 캔의 배기성. 그리고 또 한 남자는 작곡가 양정승이다.약 20년 동안 우정을 쌓아온 이들이 ‘빨간추리닝’이란 팀으로 하나가 됐다.
 
캔으로 대중들의 인기를 얻은 배기성은 최근 뮤지컬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고, 양정승은 ‘불멸의 사랑’ ‘은영이에게’ ‘바본가봐’ ‘밤하늘의 별을’ 등 다수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작곡가로 활약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친 두 사람이 한 무대로 대중들 앞에 섰다.
 
◆ 음악으로 하나 된 배기성과 양정승 ‘빨간추리닝’
 
“마음은 한결 편해졌어요. 첫 방송을 하고 나니까 실감이 나더라고요. 압박감이 살벌했죠. 그러다 무대에서 내려오니까 편안해지더라고요. 신인이었다면 모든 것들을 회사에서 관리를 하고, 시키는대로 하면 되겠지만, 음악을 10년 이상씩 해온 사람들이다 보니, 부담이 더 컸죠”(배기성)
 
“정말 많은 생각들이 들었어요. 지금까지는 작곡가로서 가르치기만 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이렇게 해라’ ‘이런 마음자세를 가져라’ ‘호흡은 어떻다’ 등 조언만 해주던 사람이 무대에 서니까 알고 있으면서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빨리 가슴이 떨리는 걸 처음 경험해봤어요”(양정승)
 
두 사람은 유쾌한 모습으로 첫 데뷔 무대를 무사히 마쳤다. 그룹 이름과도 같은 ‘빨간추리닝’은 펑키 댄스곡으로,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만든 직설적인 가사가 돋보인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이왕 하는 것이니 좋은 반응을 얻으면 좋겠죠. 가수들이 ‘즐기면서, 여유롭게 하자’고 다짐해도 정작 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하거든요. 물 위 백조는 우아해보이지만, 물 밑에 발은 쉴새 없이 움직이는 것처럼요”(배기성)
 
배기성과 양정승이 ‘빨간추리닝’이 되기까지는 두 사람의 20년 우정의 힘이 컸다. 인간적으로, 음악적으로 친분을 유지해온 둘은 항상 ‘언젠가 한 번 작업을 해보자’고 말해왔다.
 
“어느날 ‘음악 같이 한 번 해보자’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원래 시작은 ‘내 노래가 있는데, 피처링을 해달라’였어요. 흔쾌히 수락했는데, 점점 분량이 많아지면서 팀이 돼버린 거죠(웃음). 자연스럽게 팀을 결성했고, 무대에 같이 서게됐습니다”(배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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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기성의 ‘버티기’
 
데뷔 15년차인 배기성은 캔의 ‘내생에 봄날은’부터 봄날을 맞았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런 그도 처음부터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매년 많은 가수들이 나오죠. 15년 동안의 가수 생활을 돌이켜 봤을 때, 속상한 건 저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요. 그런데 후배들은 계속 바뀌죠. 남아 있는 건 항상 저 혼자예요. 후배들이 꿋꿋하게 자기의 길을 가면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늘 같은 곳,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배기성)
 
그라고 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없었겠는가. 시간이 흐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건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행운’은 온다’였다.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버티기’를 하는 거죠. 캔으로 데뷔하기 전에 8년의 무명 세월이 있었고, 캔도 ‘내생애 봄날은’ 이전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룹이었어요. 제가 포기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많았죠. 그런데 버틴거예요. 운은 돌아 돌아 온다는 생각을 갖고, 꿈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행운’이 오게 마련이죠”(배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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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정승의 ‘내려놓음’
 
양정승은 작곡가다. 가수에게 자신의 곡을 주고, 녹음을 할 때 따끔한 충고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그런 그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안무를 소화해내는 가수가 됐다.
 
작곡가로서는 시도하지 않아도 되는 의상을 입어야 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도 지어야 한다. 그런데 이는 꾸며낸 노력이 아닌, 양정승의 본래 모습이다.
 
“주변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었어요. 작곡가지만 실생활에서는 명랑하고 밝은편이거든요. 그래서 무대에서 제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고 하시더라고요”(양정승)
 
혼자가 아닌 배기성과 짝을 이룬 이유 역시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재된 ‘댄스 본능’을 숨기고, 빨간추리닝이 활동할 노래로 수차례 발라드 장르의 곡을 내놨다. 그런데 고정관념을 깨고, 틀을 벗어나니 펑키 풍의 댄스곡이 나왔다.
 
“처음에는 발라드 곡들을 주더라고요. 내면에는 댄스를 하고 싶었는데, 기존 해왔던 음악이 있으니 쉽게 바꿀 수가 없었나봐요. 시간이 좀 지난 뒤 ‘빨간추리닝’이 탄생하게 됐죠. 알고 지낸지가 20년이 됐고, 각자의 분야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기 때문에 눈만 봐도 서로에 대해 알죠”(배기성)
 
“배기성의 보컬, 목소리톤을 정말 좋아해요. 락적인 파워와 감성을 뒤흔드는 요소가 있어요. ‘언젠가는 같이 작업을 해야지’ 했는데, 이렇게 팀을 이루게 됐네요”(양정승)
 
선택이 쉽지만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완전히 변신했다고 말하기 보다, 변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작곡가로서 오래 해왔기 때문에 기획으로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냐, 돌아갈 곳이 있으니 가수에 집중을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시기도 하는데 이렇게 시작한 것, 스스로가 변해야할 것들이 많아요. ‘돌아간다’는 나태함을 갖지 않고, 기왕 시작한 이번음반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곡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싶은 것이 목표예요”(양정승)
 
◆ “‘빨간추리닝’에게 포기란 없어요”
 
가수와 작곡가의 유닛그룹. 하나의 기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단발성 그룹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빨간추리닝의 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캔, M4, 빨간추리닝..많은 팀을 운영하고 있어요(웃음). 정기적으로 빨간추리닝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정말 오랫동안 활동할테니 지켜봐 주시고요”(배기성)
 
“단기적인 계획으로는 빨간추리닝으로서 음반 작업을 할 것이고요. 또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할 생각입니다. 우선 내 생에 첫 팀인 빨간추리닝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니, 잃고 싶지 않아요. 멋진 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양정승)
 
다양한 색깔의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매번 새로운 무대를 위해 고민할 것이다. 한 남자의 ‘버티기’와 또 한 남자의 ‘내려놓음’이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때까지 ‘빨간추리닝’의 활약은 계속된다.
 
“빨간추리닝으로 원하는 것은 아이돌을 이기는게 아녜요. ‘즐겁게 노는 것’ 그것이 또 우리가 갖고 있는 큰 무기죠. 한 번쯤은 우리의 음악을 듣고 여유를 찾고, 웃을 수 있도록! 편안하고 즐거운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이 가장 궁긍적인 목표입니다”(배기성)
 
“다양한 색깔, 음악 장르로 많은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펑키 댄스지만, 다음번엔 또 다른 장르에 도전할겁니다. 추리닝은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고, 자기 자신을 내려놓았을 때 입는 옷이기도 하잖아요. 그것처럼 빨간추리닝도 대중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양정승)

 

김하진기자 hajin1008@ / 사진 김효범 작가(로드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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