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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4등' 박해준, "잘못을 묵인하던 사람도 영화를 보고 변했으면"

기사 등록 2016-04-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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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젊은 아빠, 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북한 요원 차진수와 '미생'의 천과장. 배우 박해준은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하며 관객과 시청자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박았다.

그런 그가 영화 '4등'과 함께 관객들의 곁으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폭력의 온상을 표현한 수영코치 광수 역을 맡았다.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박해준을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개봉하기를 굉장히 오랫동안 기다린 작품이에요. 제가 출연한 영화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하나 빠질 구석이 없는 영화인 것 같아요. 영화도 좋고, 대본도 좋고, 감독님도 좋고, 후반작업도 잘 마무리 됐고, 배우들의 호흡도 좋았었죠.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박해준은 연거푸 "4등은 좋은 영화다"라고 표현했다. 촬영을 마치고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며 애정이 더 커져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4등'의 촬영은 재작년인 2014년 겨울에 종료됐다. 하지만 연출에 정지우 감독이라는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은 하지 않았다. 좋은 영화는 반드시 개봉하리라는 확신이 있어 보였다.

"정지우 감독님의 작품을 많이 봐왔지만 실제로 만나게 된 것은 이번 '4등'이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유명한 감독님이 배우들을 편하게 대해주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놔두신 게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자신만의 고집이 있을텐데 정지우 감독님 같은 경우는 '당신이 좋을 대로 연기하세요'라고 말씀하신게 이 사람의 고집이구나 싶었죠."

그래서일까. '4등'에서 박해준이 선보인 광수의 연기는 굉장히 사실적이다. 어린 아이에게 가하는 학대를 통해 역설적이게도 폭력이 낳은 것은 또 다른 폭력이란 것을 일깨워주는 그의 연기를 보다보면 문득문득 소름이 끼칠 때가 있다. 그의 눈빛이 광수의 눈빛과 접점을 이루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어린 아이를 때리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았을 터였다.

"체벌 하는 장면들은 모두 찍으면서 아픔이 있었어요. 감정도 막 울컥거리고. 때리는 입장에서 미안하기도 하고 이걸 왜 촬영해야 되나란 생각도 들었었죠. 사람을 때리는 일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어린 친구가 감내하기엔 힘들었던 부분도 분명 있었을 거에요."

수영코치와 어린 수영 선수의 이야기답게 박해준은 '4등'에서 거의 매 장면마다 아역배우 유재상과 마주친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다가도 서로에 대한 따뜻한 교감도 나눠 흥미로운 '케미스트리'를 연발한다.

"'4등' 촬영할 때 재상 군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었죠. 근데 되게 잘했었던 기억이 나요. 촬영하면서 산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게 또 나름 어린 애 같은 모습을 잘 표현해 준거라 스크린에 잘 비춰진 것 같아요. 저랑 호흡도 잘 맞았고 장난도 많이 쳤어요. 그런 호흡은 재상이도 생각할거에요."

박해준은 '4등'이 꼭 운동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다는 말에 동의했다.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비단 그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4등'이 그런 욕망에 사로잡혀 자잘한 잘못들은 눈 감아주고 있는 현재 세태를 꼬집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4등'에 나오는 어른들 처럼 살아 왔고 '나는 그렇게 안해야지' 하면서도 다시 그 잘못들을 되풀이 하고 묻어 두고 있다는 거죠. 그 정도는 눈 감아주자고 하면서 무감각 해지는 것들, 무감각해져서 덮어 두는 일들이 많은데 그게 별일이 아닌것인가. 사실 별일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4등'은 꼭 해야되는 얘기였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박해준은 '4등'을 통해 많은 변화를 이룬 것 같다. 단순히 배우로서의 연기 변화가 아니라 작품에 대한 자세라던가 영화가 개봉 이후에 관객에게 미칠 파장까지도 기대하고 있었다.

"영화를 찍을 때는 이 정도 까지 좋은 생각을 가진 영화라고는 못느꼈어요. 광수 역할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촬영한다는 자체가 마냥 즐거웠었죠."

'4등'은 동시기 개봉하는 영화들에 비해 작은 몸집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까지 작다고 할 수 없다. 영화는 묵직한 주제를 그리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태도로 사회문제를 다뤘다. '4등'에서 연기를 펼친 한 배우로서 박해준은 관객이 어떻게 영화를 봐주기를 바라고 있을까.

"‘4등’이란 영화가 체벌이란 소재를 건들이기는 하지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다른 모든 부면에 우리가 잘못돼 있는 것들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무수히 나쁜 짓을 많이 하고 정당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묵인해 온 적이 있었던 사람도 영화를 본 순간부터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쳐다보고 잘못된 것에 대해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들이 모여질 때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사진=이슈데일리 남용희 기자)

김성연기자 sean5347@ 사진 남용희 기자 nyh5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