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영화] 봄에 들춰보는 영화 ‘4월 이야기’, ‘건축학 개론’

기사 등록 2016-04-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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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지민기자] 2016년이 시작되고도 네 달이 지났고, 언제 올까 싶었던 봄은 어느덧 또 찾아왔다. 만물이 생동하기 시작하는 때, 괜히 마음이 살랑거리는 것은 우리 역시 어쩔 수 없는 생물의 일종이기 때문일까. 일에 고개를 파묻다 바깥을 바라보니 거리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개나리도 고개를 빼꼼 내밀었고, 목련도 우아하게 기지개를 켰다. 왠지 커피 하나를 들고 따사로운 볕이 드는 소파 한 켠에 앉아 영화 한 편 보며 느긋함을 부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 보기 좋을 영화 두 편을 꺼내보고자 한다.




# 봄날의 풍경을 그린 ‘4월 이야기’

‘4월 이야기’는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따스한 감각과 색상이 묻어나는 영화다. 영화는 도쿄 근교에 위치한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홋카이도에서 거주지를 이동한 우즈키의 적응기를 스케치하고 있다. 4월에 대학진학, 이사, 사랑 등을 한 번에 새로이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곳곳에서 싹트는 ‘설렘’을 새삼 느낄 수 있다. 4월에 새학기가 시작되는 일본의 풍경은 우리나라의 그 시기와는 또 달라 이색적인 감정의 동요를 유발한다.

우즈키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비현실적인 낚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고, 이웃집 여자와 이상한 만남을 갖는 등 생소한 생활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여기에 적응해나가는 우즈키를 둘러싼 주변은 꽤나 엉뚱하고도 유머러스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풋풋하기 그지없다.

우즈키의 외적인 부분의 변화와 함께 내적인 면은 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아니, 더욱 심화된다고 보는 게 맞는 지도 모른다. 피어나는 감정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인 ‘사랑’이 그에게 인사를 한다. 우즈키는 동네 서점에서 일하는 한 남자를 자꾸만 찾는다. 그 곳에서 산 책에 입을 살며시 맞춰보기도 하며 혼자만의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봄, 사랑, 설렘을 관찰하듯 보여주는 ‘4월 이야기’는 여름이 찾아오기 전까지 딱 그 정도의 감정선만 보여준다. 우즈키의 내면을 60~70% 정도만 살짝 들추며 모호하게 끝나는 영화는 뒷맛을 더 보고픈 아쉬움을 주는 면이 없지 않지만, 영화가 끝난 후 그 성장 중인 감성 그대로를 안고 가도록 만드는 미학이 있다.




# 아련한 첫 사랑의 기억 ‘건축학 개론’

여기 대학 입학을 갓 마친 한 남자의 ‘첫 사랑’ 추억이 ‘4월 이야기’와 대칭 구도를 그리지만 한층 애절한 감성을 전달한다. ‘건축학 개론’(감독 이용주)은 오랜만에 만난 남자 승민(엄태웅 분)과 여자 서연(한가인 분)이 15년 전, 스무 살의 자신들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기는 넘치지만 숫기는 없던 스무 살, 건축학과 신입생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음대생 서연을 만나고 첫 눈에 반한다. 청순하지만 발랄한 그녀를 통해 수줍음 많은 승민은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의 이면을 깨울 수 있게 됐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라는 주제를 강조하는 영화는 사랑 앞에 한 발 다가서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향해 질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찬란하며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첫사랑은 이뤄지지 못한다’는 말을 우리는 쉽게 접하고 쉽게 내뱉는다. 누구나 경험은 할 테지만 아무에게나 같은 추억으로 남을 순 없다. 영화는 상대와 나만이 가진 그 애틋하고도 아린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람은 행복한 사건보다 슬픈 사건을 더 잊지 못하는 법. 서툴기 때문에 미완형 작곡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 사랑의 찬가는 접하는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봄날 서투른 솜씨로 힘주어 그린 자화상은 훗날 내리는 비에 젖어 흐릿한 수채화로 남기 마련이다. 가끔 되새겨 더욱 고결한 추억, 오늘 한 번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한지민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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