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SEE:夜]‘옥중화’ 시대를 넘어서는 의인을 완성하다

기사 등록 2016-11-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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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의인은 무엇인가. 그동안 많은 사극드라마가 영웅이나 의인의 모습을 자주 그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인물들은 대체로 남성이었을 뿐만 아니라 어떤 힘과 전술로서 접근돼왔다. 6일 종영한 ‘옥중화’는 조선시대를 한 사극 중에서도 여성 의인의 모습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왔다.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 최정규)’는 지난 4월 30일에 첫 방영을 시작해 6일 51회를 마지막으로 대장정의 끝을 세웠다. 3년 만에 복귀한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의 만남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답게 2회 만에 시청률 2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옥녀(진세연 분)와 윤태원(고수 분)은 윤원형(정준호 분)과 정난정(박주미 분)을 궁지로 몰아세웠다. 간밤의 습격을 통해 소윤 세력을 척결했으나 아쉽게도 핵심 인물인 윤원형과 정난정의 도주를 막지는 못했다.

이후 정난정과 윤형원은 서로에게 잘못을 미루며 내분하기도 했다. 정난정은 윤태원을 진작 죽이지 못한 그의 우유부단함을 비난하고, 반대로 윤형원은 옥녀를 죽이지 못하고 자신을 이 일에 끌어든 게 정난정의 탓이라며 반박했다.

그 와중 문종(서하준 분)과 옥녀는 다시 한 번 남매로서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옥녀는 그를 찾아왔다가 눈물을 참으며 오래 사셔야 한다며 “긴 세월 소인이 전하를 도울수 있게 해옵소서”라고 간청했고 문종 역시 그런 옥녀에게 “내 오라비로서 너의 손을 잡아봐도 되겠느냐”라며 위로했다.

이후 민동주가 윤태원에게 찾아와 정난정과 윤형원의 거처를 알려주겠다며 다만 자신의 가족과 재산만을 지켜달라고 거래를 요구했다. 이에 윤형원은 내키지 않지만 그의 청을 받아들였다.

반면 정난정은 끝까지 옥녀를 향한 칼날을 거두지 못하고 옥녀 암살을 명했고, 그의 명령 때문에 옥녀를 따르던 초희(고은수 분)은 사망하게 됐다. 이 상황 속에서 윤태원은 윤형원과 정난정의 추포에 성공했다. 태원은 “이제 다 끝났습니다, 대감. 어명을 따르십시오”라고 말했으나 형원은 “내가 널 살리지 않았느냐! 난정이가 널 몇 번이나 죽이려고 했어도, 내가 널 살렸다”라며 그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냉정해보였던 태원은 그의 비참한 모습에 “아버지!”라고 소리친 후 “소자, 꼭 한번 불러보고 싶었습니다”라고 간신히 마음을 다스렸다. 그의 모습에 형원은 “내가 네 애비다! 한번만 살려다오!”라고 다시 요청했고 태원은 “아버지는 죗값을 받아야 합니다. 소자 용서하지 마십시오”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결국 윤형원과 정난정은 의금부로 끌려가 고초를 당했다. 문종이 쉽게 윤형원을 처벌하지 못하자 윤태원은 정난정의 처벌을 제안했으나 이조차도 명확한 죄를 찾을 수 없어 난관에 부딪혔다. 이에 옥녀는 정난정이 안국동 마님을 독살한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민동주와 동책으로 정난정이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윤형원과 정난정은 귀향살이를 떠나게 됐다. 그러나 정난정은 쉴 새 없이 옥녀의 환상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렸고 결국 윤형원이 낚시를 하겠다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독을 먹고 자살했다. 그는 옥녀의 환상을 보며 “언제나 벼랑 끝에 서있었다. 난 두려울 것도 없었다”며 “헌데 내가 너 하나를 죽이지 못했는지 천추의 한이 되는구나. 절대로 네 년 뜻대로 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형원은 집에 돌아온 후에 죽은 그의 모습을 보고 오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이 지냈던 전옥서에 모든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옥녀는 이후 성지헌(최태준 분)에게 이 소식을 전해들었고 두 사람은 서로 느낀 복수의 허망함을 털어놨다.


이후 시간은 1년 후로 넘어갔다. 포도청에서 성지헌이 사건을 판결내리려는 순간 외지부가 와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을 맞이하자 모습을 드러낸 건 옥녀와 윤태원. 성지헌이 반가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자 두 사람도 그에게 가벼운 인사를 보냈다. 이후 두 사람의 변호로 사건의 판결이 뒤집히는 순간, ‘옥중화’는 그 막을 내렸다.

‘옥중화’는 단순히 어떤 세력 다툼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함을 뒤엎고 그 위에 피어날 사회의 가능성을 끈질기게 담아왔다. 51화에서도 옥녀가 전옥서가 왜 힘든지 말하면서 죄수들의 병이 악화되지 않게 관리해야 하고 죄수복에도 혹한기 혹서기 용도가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모든 걸 지원하겠다고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가장 천한 ‘감옥’에서 태어난 영웅의 면모임과 동시에 한 인간의 굳은 의지가 돋보였다.

그 속에는 물론 서로 맞물리며 점층적으로 쌓였던 인물간의 갈등은 물론, 그 인물들을 그려낸 배우들의 노력도 담겨있었다. 진세연은 주도적이고 다양한 재능을 지닌 옥녀를 서서히 고조시키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의 곁에서 작품의 균형감을 맞춰준 고수는 윤태원의 태생부터 그의 성격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했다.

두 사람은 이날 방송에서도 함께 움직이는 짝패지만 진세연이 대의적인 움직임에서 깊이를 드러냈다면 고수는 자신의 아버지를 대하는 한 서자의 마음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이를 통해 ‘옥중화’는 인물 묘사와 사회에 대한 시선을 모두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윤형원 역의 정준호와 정난정 역의 박주미도 환상적인 호흡으로 악역의 자리를 메꾸었다. 방송 초반부 박주미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극에서 쉽게 녹아들지 못해 어색한 연기를 펼친다는 시청자들의 평가였다. 정준호는 그런 박주미가 극 속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 안정적인 연기로 악역의 무게감을 지켰다. 결국 극이 진행될수록 두 배우는 베테랑답게 자신의 자리를 찾았으며 마지막 회에서 ‘명장면’을 뽑아내기도 했다.

제목처럼 감옥이란 공간에서 자라나 만개하게 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옥중화’는 이제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에게 배턴을 넘겨주며 떠나게 됐다. 총 51부작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단순히 조선이란 배경을 넘어 지금 이 사회가 바라는 ‘리더’의 모습을 그려냈다. 시청자들은 그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사진=MBC '옥중화' 방송 캡쳐)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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