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 영화!]'가려진 시간', 이 영화들의 감성이 좋다면 '추천!'

기사 등록 2016-11-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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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시선을 이끄는 이 영화, 내 취향은 어느 정도 저격할까.’ 문득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영화를 볼 것인지 거를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당신을 위해 이슈데일리 기자들이 유사한 성격의 작품들을 꼽아본다. 연결고리가 흡족한가. 그렇다면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편집자 주>

강동원이 오랜만에 가녀린 눈빛으로 무장한 채 스크린에 돌아왔다. 지난해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과 올해 초 '검사외전(감독 이일형)'과는 또 다른, 특유의 분위기를 띈 채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으로 돌아온 강동원이 들려줄 이야기는 무엇일까.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로 전학온 수린(신은수)이 성민(이효제)과 친구가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급격히 친해진 두 사람, 그러나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갔던 친구들 중 모종의 사건으로 성민이 사라지고 수린은 혼자 남게된다. 며칠 후 처음 보는 성인 남자(강동원)가 수린을 보더니 자신을 성민이라고 주장한다.

제목과 줄거리에서 느껴지듯 '가려진 시간'은 몽환적인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름다운 비주얼과 배우들의 환상적인 앙상블, 그리고 곳곳에 숨겨둔 의미를 읽는 것이 쏠쏠한 이 작품,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성찬얼 기자 - ‘인터스텔라’ ‘라이프 오브 파이’

‘가려진 시간’은 기본적으로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내적으로도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감정이 주를 이루지만 제목부터 명시하듯 시간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엄태화 감독은 이 이야기의 강점을 비주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선보인다.

이 영화를 ‘인터스텔라(2014,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를 좋아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건 이 시간을 통해서 갖는 정서적인 힘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딱 놓고 비교했을 때 무척 다른 두 영화지만(외딴 섬의 폐가와 우주공간의 우주선이 같을 수 있겠는가) ‘인터스텔라’의 이야기 말미가 다른 차원마저 관통하는 애정이라고 봤을 때 두 영화는 무척이나 비슷해진다. ‘가려진 시간’ 역시 3차원의 시간이 통제 불능일 때, 그 속에 놓인 한 소년의 누군가를 향한 애정이 영화 기저에 깔린 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정서를 배제하고 본다면 ‘라이프 오브 파이(2012, 감독 이안)’를 흥미롭게 봤던 관객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영상미는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테마가 유사하다. 불가사의한 일을 겪은 이를 만났을 때, 그의 말을 믿을 수 있는가.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이 화두를 전면으로 드러내는 반면, ‘가려진 시간’은 그걸 관객에게 묻진 않는다. 하지만 그 질문을 제시한다. 대답을 하느냐 마느냐는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유지윤 기자 -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2014, 감독 가와세 나오미)’는 신비로운 섬 아마미를 배경으로 해변에 떠오른 시체를 발견한 소년과 소녀가 삶과 죽음의 과정을 겪어내며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가려진 시간'이 정적이면서 몽환적인 흐름으로 관객들을 이끌어간 것에 끌렸다면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가 이끄는 손길도 꽤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바다에서 시체를 발견하게 된 가이토는 바다와 죽음에 대한 불안함, 두려움을 갖게 된다. 쿄코는 죽음을 앞둔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죽음으로서 삶에 대한 의지, 희망을 가지게 되는데, 소년과 소녀가 죽음을 대하는 자세가 아름답게 대비된다. 가이토 역을 맡은 무라카미 니지로는 이 영화 이전에 배운 적은 없지만 내면연기로 일본은 물론 제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푸른 바다 속에서 그들이 유영하는 모습은 엄마의 양수속에서의 편안함을 선사한다. 일본 영화 특유의 정적이면서 생각에 푹 잠기고 싶다면 안성맞춤일듯 싶다.


한해선 기자 -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가려진 시간’의 감성적인 색채, 순수하면서도 애틋한 사랑, 동화 같은 이야기를 보니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 감독 도이 노부히로)가 문득 떠오른다. ‘가려진 시간’ 성민(강동원)은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이 불가한 어떤 사건을 겪고서 한 순간에 어른으로 훌쩍 성장한 후 수린(신은수)을 찾아온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남편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와 아들 유우지(타케이 아카시)를 남겨놓고 먼저 세상을 떠난 미오(다케우치 유코)가 비오는 어느 날, 숲에서 산보를 하던 타쿠미와 유우지 앞에 거짓말처럼 다시 나타난다.

두 영화 모두 사랑하는 이를 남겨 놓고 의문의 공백기를 거친 후 모습을 드러내 궁금증을 자아낸다. ‘타임리프’를 유일하게 경험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도저히 말이 안 될 법한 설정에 ‘판타지 감성’을 얹어 새로운 논리와 감동을 이끌어낸다. 수많은 ‘타임리프’ 소재 영화들이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가려진 시간’과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인물 내면에 초점을 맞춰 사뭇 다른 여운을 남긴다. 두 영화의 중심 배경 또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가려진 시간’에서 두 소년 소녀는 숲 속 폐가를 아지트로 삼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숲 속 폐공장에서 미오가 나타난다. 이 은둔한 공간은 그들만의 소중한 이야기를 ‘비밀 일기장’처럼 기록해 보관하는 것만 같다.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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