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스플릿’ 이다윗 “영화라는 장르에 없어서는 안 될 심장 되고파”

기사 등록 2016-11-0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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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배우 이다윗은 항상 놀라움을 안겨준다.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외모지만 그의 연기가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펼쳐질 때면 색다른 에너지를 전하곤 한다. 10일 개봉을 앞둔 ‘스플릿(감독 최국희)’에서도 그는 영훈 역으로 분해 자신의 연기 행보에 또 다른 발판을 딛고 만개한 듯했다. 순진한 그의 모습 뒤로 차곡차곡 쌓인 배우의 감각이 슬그러미 고개를 들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다윗은 VIP 시사회까지 마쳐서인지 긴장보다는 안정된 모습이었다. 숨쉬는 거부터 손 하나 움직이는 거까지, 힘들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는 영훈 역을 어느 정도 털어놓은 듯했다.

“작품에 대한 걱정이 항상 걸려있었어요. 이렇게 신경이 쓰인 적이 처음이었죠. 보통은 ‘그때 당시 최선을 다했다, 고칠게 있으면 고치자’ 스타일인데 이 작품은 걱정도 되고 찝찝해서 가끔 감독님께 전화해서 괜찮은지 매번 물어봤습니다. 언론시사회 때도 정리가 안됐는데 VIP 시사회 때 ‘스플릿’ 스태프 분들이 객석에 앉아있는 걸 보니 ‘아, 끝났구나’ 싶었어요.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감정들이 다 풀렸거든요. 잘했나 못했나를 떠나서 최선을 다했고, 이제 보면서 고쳐나가자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스스로는 ‘고쳐나가자’라고 말했지만 ‘스플릿’에서 그의 연기는 호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영훈이 가진 자폐성향을 기반으로 천재적인 볼링 실력과 일상적인 습관들을 그대로 녹여낸 이다윗은 극 중 유지태와 시종일관 균형감을 맞추며 작품을 채워나갔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볼링영화를 처음 보니까 그게 재밌었어요. 이런 저런 요소들이 재밌기도 했고요. 짠한 감동, 스릴까지. 처음엔 영훈 역이 정말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하려했는데, 스스로 자존심이 상하더라구요. 제가 저한테 자존심이 상하고, 짜증까지 났어요. 평소에 승부욕이 있다고 생각을 안했는데 이 영화를 안한다고 생각하니 도망치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도전! 하게 됐죠.”

그렇게 스스로에게 도망치지 않기 위해 마주한 영훈 역은 그래서 그에게 더 힘든 연기적인 장벽이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매일매일이 고민의 연속이었다는 그는 그래서 ‘스플릿’을 연출하는 최국희 감독과 자주 대화했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을 찾아가서 엄청 얘기했어요. 그리고 그런 장애가 있는 분들을 만나는 심리 치료사분을 찾아가서 전화도 하고 공부했어요. 선배님들께는 간혹 가다 여쭤봤지만 사실 저도 질문이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인 걸 알았죠. 어쨌든 제가 준비했어야 하는 부분들이니까요.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감정선 같은걸 물어보고 했을 텐데, 영훈은 감정이 표출이 안 되거든요. 감정이 무(無)처럼 보여요, 그냥 반응할 뿐이지. 어려워서 ‘어떻게 해야 해요’ 그러면 ‘잘하고 있다’고 해주시곤 했어요.”


자폐증 성향에 지적 장애가 있는 영훈, 그 인물을 완성시키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이미 많은 배우가 그런 배역을 거쳐 갔지만 그것과는 다른 ‘스플릿’의 영훈이 돼야 했다. 그래서 이다윗은 영훈을 만들기 위해 최국희 감독과 다양한 방면으로 접근해나갔다.

“정신적인 장애에 대해 공부하면서 특징들을 다 모았었어요. 지적 장애는 어떤 기준으로 나뉘고 그런 분류에 따라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식이었죠. A4 용지에 쫙 써서 감독님하고 의견 나누면서 우리 캐릭터로 만들어가자, 마음 먹고 특징을 잡아나갔어요. 너무 자폐 쪽도 아니고 완전 정상도 아닌 그 애매한 순간을 찾아보자, 그걸 가지고 특징들을 걸러내며 조합했어요. 습관은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 손목 돌리는 걸 넣었어요. 제가 연습한 볼링공이 팽이 볼이에요. 감독님과 제가 손목을 돌리는 공을 연습하다보니 코치님도 스핀이 안 들어가면 손목을 돌리면서 들어오더라구요. 저랑 감독님도 그랬습니다. 어느 순간 그걸 보니까 ‘어? 저거?’ 싶어서 감독님께 여쭤보고 정했어요.”

영훈의 독특한 자세도 최국희 감독과 함께 영상을 찾아보던 중 해외의 한 지적장애 소년이 볼링공을 닦다가 던지는 걸 변형시켜 정하게 됐다. 그러니까 영훈의 처음과 끝에는 배우 이다윗의 고민과 관찰, 공부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촬영장에서 실제로 울컥했던 적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두 번 정도 울컥했는데, 하나는 엄마에게 찾아갔을 때와 마지막 결말부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에서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유지태선배님이랑 눈빛을 딱 마주쳤거든요. 그순간 어, 하고 울컥했어요.”

이 작품에서 인연이 깊은 두 배역을 소화해야 했기에 이다윗과 유지태는 소통을 계속했고 그만큼 돈독한 신뢰를 쌓았다. 유지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다윗을 향해 “연기 열정이 뛰어난 배우”라고 말했고 이다윗 역시 이 인터뷰에서 “유지태 선배님이 판을 만들어놔서 영훈을 소화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지태 선배님은 배우에게 중요한 게 소통이라고 했어요. 예전에 명계남 선배님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고요. 배우마다 중요한 부분이 다른 거 같지만 저는 배우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뇌구조나 자세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연기 잘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해서 얘기하다보면 ‘다시 생각해보자’ 하게 돼요. 출발해야하는 부분이, 마음먹는 자세가 달라야 합니다. 배우는 가끔 미친 거처럼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답답하고 짜증나고 할 수 있어도 그걸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받아들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나를 다치게 하는 작업이기도 한데,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영화를 만드는 분들을 보면 뭔가 자세가 달라요. 그걸 먼저 갖춰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남들과는 다른 것이 중요하다는 이다윗도 사실 이미 14년의 연기 경력을 가진 배우다. 오랜 기간 연기를 해왔지만 그는 오히려 연기가 “점점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요즘 들어 벽이 보이는 거 같아요. 뭔가 뛰어넘어야 할게 찾아온 거 같거든요. 예전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연기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오래 하다 보니 주변에서도 보고 듣는 게 많다보니 머리에 차기 시작한 거예요. 어느 순간 계산을 하게 되더라구요. 전체적인 계산이 도움이 될 때도 있는데, 잘하는 분들은 머리로도 하고 가슴으로도 합니다. 지금 저는 머리를 쓰려고 막 돌아가는 거 같긴 한데 정신이 없어요.”

어린 나이에도 끊임없이 연기를 생각하고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접근해가는 이다윗, 그는 현재 배우 김민석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2015-후아유’로 만나 돈독해진 두 사람은 지금도 함께 집에서 영화를 보다가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하고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착실하게 ‘내공’을 쌓아가는 중이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농담이 섞인, 그러나 그 중심에 뚜렷한 목표가 그려지는 대답을 남겼다.

“예를 들어서 한국영화계에서 송강호 선배님을 뺀다면? 돌아가긴 할까요? 저는 저 빼면 안 돌아가야 해요. 영화라는 이 장르의 없어서는 안 될 심장입니다. 아직 앞으로 한참 남았어요(웃음). 훗날 ‘영화계의 좌심실’ 이다윗이 되고 싶어요. 제가 모집 중이거든요, 좌심방, 우심실, 우심방. 한 명을 찾았어요. 완전 대선배님들을 제외하고 제가 연기 잘하는 배우로 항상 박정민 형을 말해요. 평생 그형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만날 얘기해요, 우심실하실래요, 우심방 하실래요?(웃음)”

 

성찬얼기자 ent@ 사진 김혜진 기자 hyejin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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