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사냥' 조진웅 "연기, 캐릭터를 제 몸에 맞춰가는 첨예한 과정"

기사 등록 2016-07-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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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대중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배우들이 있다. 어떤 역으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냈다가 문득 전혀 다른 역으로도 성공적인 연기를 보이고, 그러다가 이번에도 잘 할까라는 기대감을 계속 충족시키는 그런 배우.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도 그런 배우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각기 다른 연기를 펼치며 감히 ‘대세’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그. ‘사냥’에서는 1인 2역에 도전한 그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사회로 처음 ‘사냥’을 봤을 때, 아쉬웠어요. 만족도라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어요. 제가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건 작업할 때 노력했던 지점들이 아주 미묘한 차이로 구현되지 못한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분들이 제가 영화를 잘 못 보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항상 제 부분이 아쉽죠. 저만 잘하면 영화가 좋겠다 싶었었거든요.”

그의 소감과는 달리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진웅의 연기를 극찬했다. ‘살아있는 배우의 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안성기에게 그는 밀도 높은 악역연기로 대응했다. 그 긴장감은 영화 전체를 채우며 끝까지 유지됐다. 왜 하필 쌍둥이였을까. 그는 자신의 배역을 이렇게 접근했다.

“기성(안성기 분)이란 캐릭터가 불사조 같지 않은 느낌이 있잖아요. 그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인물이 끼어들 수가 없는 거죠. 그런 끈질김은 안타고니스트(주인공에 대립하는 반동인물)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봐요. 그래서 마치 ‘람보’ 같은 기성에게 부합하는, 비슷한 위치를 가진 캐릭터를 한 것 같아요.”


그가 연기한 동근, 명근은 쌍둥이 경찰이다. 보기 드문 인물 설정이었는데 영화 외적으로는 사건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함이라고 이우철 감독이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배우로서 인물에 접근할 때 조진웅은 어떤 방법을 선택했을까. 그에게 이 쌍둥이 형제에 대한 전사(인물의 과거사)를 세웠는지 물었다.

“서브 스토리를 따로 만들긴 했죠. 하지만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지는 않았어요. 과거사가 어떻든 산에서 본능에 휘말리는 건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착한 사람, 선생님 같은 분들도 그냥 야수가 될 수 있단 거죠. 이렇게 말하면 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지만, 제가 작업을 하면서도 산이란 공간에 느꼈던 지점도 그랬습니다. 산에 들어가면 동선을 아무리 맞췄어도 해의 각도, 나무들 위치 같은 것 때문에 바뀌곤 했어요. 야간엔 달빛도 드리우고. 그런 공간이 가지는 묘함이 있었어요. 그냥 던져져도 상관이 없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제목은 ‘사냥’인데 무엇 때문에 사냥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는 그래서 동근으로 분하기 위해 취한 분석이 함께 하는 엽사들을 ‘활용’하는 인물이란 점이었다. 경찰이자 리더로서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그래서 무게감이 있는 인물이길 바랐다고.

“정체불명의 엽사들이라지만 고도로 훈련받은 이들도 아니고 그냥 동호회 수준이죠. 그렇기에 그냥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접근했어요. 동근에게 엽사들과의 친목도모가 목적은 아닌 거 같고 이 무리들의 구성원들을 보면 다 활용하려고 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전략을 꾸미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톤이 어떻게 잡힐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효과적인 소집법이나 여러 가지 플랜들을 짜는 방식이요. 그런 사람이라면 이들과의 대화에 목적이 있을 거고, 그게 곧 인물의 톤이 된 겁니다. 엽사 무리 중 한명이었다면 톤이 달랐을 거예요.”


그렇지만 어쩌면 조진웅은 동근과 비슷한 역할을 촬영현장에서 담당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많은 조연배우들과 항상 같이 움직이는 입장이었기에 극중에서 그들의 리더였던 것처럼 촬영장에서도 조진웅이 중심이 되곤 했다고. 그 스스로도 “현장에서 제가 해야할 건 무대감독 역할”이라고 말하며 현장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감독님, 스태프들, 안성기 선배님과 동료 배우들이 항상 있었어요. 안성기 선배님은 편안한 분이지만 지적하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니세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중간에 서야 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나이대였고요. 회식 진행사항 전달한다던지 하는 일도 했어요. 엽사들끼리는 또래여서 우리끼리 맞춰보고 더 나은 장면이 구성되면 아이디어를 내보기도 했죠. 감독님께 말씀도 드려보고 키스태프들과 동선도 맞춰보고요. 소통은 원활하게 잘 됐습니다.”

그런 그였지만 이번 작품은 꽤 괴로운 작업이기도 했다고. 바로 안성기를 짓밟는 몇몇 장면들 때문이다. ‘하늘같은 대선배’를 연기라지만 내동댕이치고 구타하는 장면은 편하지만은 않았다며 그는 얼굴을 가렸다.

“괴롭죠. 이번 영화를 할 때 처음 안 선배님하고 미팅을 했는데, 처음 만난 건 ‘마이 뉴 파트너’에서 양아들 역할이었었어요. 그때는 ‘선생님’이 호칭이었지만, 이번에는 만나니까 호칭을 ‘선배님’이라고 해달라고 하셨어요. 당황스러웠죠. 10년을 ‘선생님’으로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작품을 위한 이유가 있는 걸 알았기에 감히 ‘선배님’으로 모시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맞는 거였으니까요. 그런 장면들을 찍을 때면 대선배가 아니라 우리의 동료라고, 스스럼 없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촬영 들어가면 그냥 ‘들어갑니다’하고 해야 했죠. 하는 것 자체가 인륜이 아닌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정작 선배님은 좀 즐기시는 듯 했어요. 피를 뿜겠다고 하시고(웃음).”


최근 ‘시그널’에서 정의로운 형사 역으로 인기를 얻었던 그는 대중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거 같냐는 질문에 “정의롭지 않아요. 욕도 하고 성질도 많고, 불의를 보면 돌아가고”라고 대답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과 연기에서만큼은 그 묵직함이 살아있는 그는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나는 순간들에서 변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제 연기관이나 정체성이 주연급이 되었다고 해서 바뀌진 않아요. 오히려 그걸 지키려고 하는 게 맞죠. 이런 말씀 드리는 건 위험하겠지만, 팬 분들이 계시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제가 못하면,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분들의 힘을 받아서 연기를 하지만 그렇다고 인기에 휘둘리진 않습니다. 연기를 하는 패턴은 똑같아요. 연출, 작가와 캐릭터의 창조배경을 듣고 제 몸에 맞추는 과정을 첨예하게 해나가요.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암살’의 경우 역사적 배경이 필요해서 따로 공부도 했고요. ‘사냥’은 안타고니스트로서 정당성이 필요했기에 연출과 치열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안 되면 현장이 두려워져요. 두려우면, 망하는 거고요.”

이처럼 필사적으로 자신의 인물을 구현해온 조진웅, 그의 그런 끈기에 대중들은 마음이 움직였는지도 모른다. 사람과 배우, 그 사이의 교묘한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조진웅은 앞으로도 어떤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해줄까. 그의 다음 변신까지 ‘사냥’과 함께 기다리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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