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TV]'기억'에는 타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반성과 깨달음이 있다

기사 등록 2016-04-0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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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tvN 금토드라마 '기억'이 주인공 이성민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으나 외면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다루며 각성시키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왕따 사건, 어른들의 성희롱에 괴로워하지만 나설 수 없는 학생의 고충까지 폭넓게 다뤘다.

8일 방송한 '기억'에서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정우(남다름 분)가 돌로 동규의 머리를 때렸고, 학교 이사장이었던 동규의 아빠는 분노했다.

정우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둔갑돼 있었고, 동규는 우의에 서서 뻔뻔하게 피해자 행세를 했다. 이사장은 무조건적으로 아들을 감싸고 정우를 학교 폭력의 상징으로 몰고가며 '구제불능'이라고 윽박질렀다.

아버지인 박태석(이성민 분)은 더 이상 가만두고 볼 수 없었다. 정우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학교 폭력에 대해 무관심하고, 눈을 돌리려 했던 어른들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남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주며 사건을 해결하는 자신이, 아들의 상처에 귀기울이지 못했다며 "가장 구제불능인건 바로 나"란 말로 아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태석의 발언에 명수는 용기를 얻고, 동규의 사실관계가 다른 만행을 고했다. 담임선생님 역시 깨달음을 얻고 사건 당사자인 이사장은 빠지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다. 명수의 부모님도 정우에게 사과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정우는 영화 감독이 꿈이라며 "희망은 좋은 것이다.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로 아빠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 정우는 이 날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알츠하이머로 혼란을 느끼는 태석은 '아들이 멋있다고 처음 말해준 이날을 난 기억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 되뇌이며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박태석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게 사장 신용카드를 훔친 수지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수지가 가게 사장에게 성희롱과 협박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됐고,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에 사건에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정진(이준호 분)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돕기로 한 것.

앞서 수지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표현에 서툰 박태석은 소리를 지르기 일쑤였다. 그 모습에 수지는 실망을 하고 돌아가려 했으나 정진의 설득으로 다시 로펌을 찾았다. 태석은 수지에게 용돈까지 쥐어주며 사건의 해결을 암묵적으로 약속하고 돌려보냈다.

태석은 알츠하이머로 주변을 둘러보며 하나, 둘 씩 변해가는 것일까. 잊고 살았던 본성을 다시 되찾는 것일까. 어찌됐던 태석의 달라진 행동에 시청자들은 감동을 하고 눈물도 흘렸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자신도 '무관심한 어른', '이기적인 어른'은 아니지 않을까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선물했다.

'기억'이 다른 드라마와의 노선을 달리하며 호평 받는 것 이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단순히 보는 재미와 판타지 캐릭터로 치장한 것이 아닌,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무언가를 얻어가고,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오늘(9일) 8회가 방송되며 '기억'은 반환점을 돈다. 박태석이 울릴 사회의 경종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온전히 '나'로서 지난 날을 고민하게 만들 '이야기의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한편 9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8일 방송한 tvN '기억'은 지난 방송보다 0.3%포인트 상승한 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유지윤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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