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인터뷰]진혁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함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기사 등록 2016-09-14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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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연기자]“오늘 새벽에 한국 들어와서 정신이 없네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등장한 배우 진혁은 피곤한 상태였을 텐데도 밝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 출연했던 그는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권혁수와 휴가 겸 대만여행을 다녀왔다며 아직 채 식지 않은 여행의 여운을 만면에 드러내기도 했다. 대만에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며 목 끝까지 음식이 차도록 먹었다고 농담을 던지던 진혁은 한눈에도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운빨로맨스’에서 프로그래머이자 과시욕 넘치는 얼리어답터 류지훈 역을 맡아 개성 있는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2012년, 26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를 했다.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그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함께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박효준의 공이 컸다고 했다.
“효준이형한테 많이 고마워요. 그 형이 아니었으면 이 일을 할 마음도 못 먹었을 것 같고 시작 자체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을 거예요. 효준이형은 군대에서 만났어요. 군대 전역하고 한두 달 후인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거예요. 받았더니 형이었죠. 안부인사 이런 것도 없이 형이 ‘야 내일 두시까지 시네시티 앞으로 와’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나가보니 효준이 형이 대표님이랑 같이 와있는 거예요. 그 분이 그날 같이 해보자고 하시면서 앞으로 과제를 내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내다가 회사가 없어지고 대표님이 씨제스 이사로 들어가시면서 저를 같이 데려가셨어요. 2012년 초부터 지금 회사와의 인연이 이어지게 됐죠.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거의 바로 작품을 했어요. 그때 되게 과분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복을 많이 받았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의 유쾌함은 긍정성에서 발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긍정적이라고 말을 건네니 그는 어떻게 아셨냐며 반색했다. 진혁은 오히려 너무 낙관적이어서 요즘은 그런 면을 좀 빼야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지금, 그는 자신의 성격대로 힘든 점보다는 좋은 점을 더 많이 나열했다.
“좋은 점이 너무 많은데. 일단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게 좋죠. (류)준열이형, (황)정음누나 등 좋은 분들을 만나면서 복 받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일단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요. 다른 친구들 보면 자기가 하는 일에 회의감 느끼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런 반면 힘든 점은 직장인들처럼 꾸준하게 매일 할 일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일이 있을 때 바짝 하고 없을 때는 아예 쉬어버리니까 거기에서 오는 공허함이 있죠. 한창 바쁘게 일을 하다가 쉬게 되면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그 부분이 힘든 것 같아요. 그것 빼고는 힘든 게 없어요. 연기 자체는 너무 재밌게 하고 있어요.”
사실 진혁이 선뜻 연기자에 도전하지 못했던 이유에는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그는 교수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 속에 성장했고 그래서일까,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기 전 진혁은 자신에게 끼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어엿한 배우로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하고 싶어 했던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고.
“지금 저의 위치에서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드려서 보람을 느낀다기보다는 현장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서 더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주연 옆에서 서포트를 해주면서 그 주연이 시청자들에게 드리는 감동에 도움을 주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서 보람을 느끼는 거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입에 풀칠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부모님께서는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이제는 응원해주세요. 물론 아직 걱정도 하시지만 좋아하시는 게 더 크죠.”
가족을 비롯해 달라진 주위의 반응. 그 시선의 변화처럼 배우로서 본인이 세운 목표도 점차 변하고 성장할 터. 앞으로 그가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까. 그는 지금 자신은 뭐든지 안 가리고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불러만 주신다면 다 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어떤 걸 하고 싶다고 규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밝은 역할이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래도 떠오르는 게 있다면 ‘응답하라 1988’에서 준열이형이나 이동휘형이 맡은 역할이요. 너무 느낌이 다르죠? 실제의 저는 동휘형 캐릭터에 가까운데 워너비는 준열형이 한 것처럼 시크하고 멋있는 역할이에요.”
한복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보니 사극에 출연해도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이나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 사극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작품에서 그의 모습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또 그동안 줄곧 드라마만 해왔던 그이기에 스크린에서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사극도 관심 많죠. 저한테 들어오기만 한다면 하고 싶어요. 영화 쪽도 사극처럼 아직까지 기회가 닿지 않았으니 못한 거지, 그걸 닫아놓은 건 아니에요. 기회가 되면 다 하고 싶습니다. 집에서는 조그만 TV로 보는데 영화관에서는 큰 스크린으로 보잖아요. 영화관에서 보면 얼마나 좋겠어요, 제 얼굴이 이만한데.”
진혁은 손을 뻗어 ‘이만하다’는 제스처를 직접 취하며 해사하게 웃었다. 드라마를 통해 볼 때도 느꼈지만 실물로 보니 더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잘생긴 얼굴이 스크린 가득 차면 관객들에게도 좋겠다고 칭찬하니 의외로 그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사실 잘생겼다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어요. 어디에 숨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진짜 하지 말라고 해요. 제가 노력을 해서 칭찬을 받는 거면 기분이 좋겠는데 이거는 제가 노력한 게 아니니까요. 아, 부모님은 기뻐하시겠죠?(웃음) 딱히 외모를 신경 쓰는 편은 아니라서 저는 평상시에도 진짜 편하게 하고 다녀요.”
배우의 옷을 잠시 벗어뒀을 때의 그를 상상해봤다. 지금까지 느꼈던 대로 유쾌하고 낙천적인 그는 혼자서도 잘 놀 줄 아는 버라이어티한 사람이었다. 진혁은 ‘나 혼자 산다’라는 말이 딱 자기에게 맞는 말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 혼자 산다’ 14년차예요. 고1 때부터 혼자 살았거든요. 제 안에 백종원도 있고 다 있어요. 요리도 좋아하고 또 제가 군악대 나왔거든요.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어요. 기타도 치고. 악기는 웬만한 거 다 해요. 그런 것도 있고 작품 쉴 동안 가구를 만들러 공방을 다니기도 하고. 겨울에는 겨울 스포츠, 여름에는 여름 스포츠도 하고. 그런데 또 집에서도 혼자 잘 놀아요.”
본인을 ‘집순이’라고 지칭하기에 ‘집돌이’가 아니냐며 정정해줬다. 그 말에 또 순수하게 웃으며 수긍한 그는 활동적인 분야를 제대로 즐기는 동시에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도 알차게 보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책 읽는 거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고 그림도 좋아하고. 시즌마다 꽂히는 거에 따라 다른데 지금은 준열이형 때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작품에 너무 꽂혀서 다 찾아보고 있거든요. 거의 다 찾아본 거 같아요. 좋아하는 장르가 그때마다 달라요. 어떤 스릴러 영화를 보고 꽂히면 그 감독 작품을 다 찾아보고. 주로 감독에 집중해서 영화를 파는 거 같아요. 마찬가지로 소설도 작가 위주로 보죠. 오쿠다 히데오의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도 한두 번 꽂혔던 거고. 더글라스 케네디, 무라카미 하루키 등. 물론 요즘에 가장 좋아하는 분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인데 그 분은 준열이형 덕분에 알게 된 거니까 만약에 작품이 저한테 들어온다고 해도 기꺼이 양보할 수 있어요.”
같은 소속사이고 또 최근 같은 드라마에서 출연해서 그런지 그의 입에서는 류준열이라는 이름이 자주 나왔다. 진혁은 원체 류준열이 주위 사람을 따뜻하게 잘 챙긴다며 영화 ‘소셜포비아’에서 그를 봤을 때부터 연기를 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료 배우의 연기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그이기에 배우로서 자신이 나아갈 길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내비치는 것이 당연했다.
“정음누나가 ‘믿보황’이잖아요. 저도 ‘믿보혁’이란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캐릭터에도 잘 녹아들어야 되고, 말 그대로 ‘진짜’를 연기하는 거죠. 꾸며내는 것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저는 그냥 솔직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가식 떨지 않고 솔직하게 하고 싶어요.”
진솔하게 인터뷰에 임하는 그가 촬영장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가식 없고 꾸밈없이,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던 진혁. 자신을 지켜봐주는 모든 이들에게 각오를 전할 때도 그는 변함없이 솔직했다.
“저는 열심히 잘 하고, 또 앞으로도 열심히 할 거고 항상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니까 예쁘게 봐주세요. 저의 성장기를 차곡차곡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인터뷰에서 성의 없는 거 같아서 앞에 길게 말했는데 사실 이 말이 답인 거 같아요. 잘 할게요.”
(장소제공=소란피다 컬쳐)
양지연기자 jy4429@ 사진 박은비 기자 smart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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