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사도', 당신의 슬픔과 열정을 기다린다.. '인문학적인 감동'

기사 등록 2015-09-2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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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사도세자' 이야기는 '장희빈'만큼 흔하다. 하지만 익숙한 이야기에는 대부분 큰 감동이 있다. 신파극은 통속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영조는 기행을 일삼는 둘째 아들 이선을 뒤주에 가둬 8일 만에 굶어 죽게 만든 아버지다. 두 사람은 부자간의 연을 맺고 있지만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로 기록된 주인공. '사도'의 메가폰을 잡은 이준익 감독은 결코 이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도'는 관객들에게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슬픈 가족사를 굳이 왜 보여주려는 것일까?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영화 속 사도세자(유아인 분)의 한 마디는 참혹한 부자사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사도세자는 어떤 순간에도 왕의 후계자로서 품위를 유지해야만 했다. 이는 학문과 예법을 중시하는 영조와 자유분방한 성격인 세자의 관계가 어긋나는 불씨가 된다. 이로 인해 영조는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사도를 매정하게 대하기 시작한다.

중요한 사실은 '사도'가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영조는 완벽한 왕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자신처럼 아들 역시 모두에게 인정받는 왕이 되길 희망한다. 아버지로서 아들이 자신을 닮길 바라는 건 일종의 본능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자유롭고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세자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열정적인 아버지에 비해 아들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이기에 그렇다.



이는 영조와 세자가 갈등 속에 휘말리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표현된다. 그렇지만 '사도'는 '왜' 비극이 시작됐는지를 중시하기 보단 '어떻게' 비극이 펼쳐졌는지에 대해 더욱 주목한다. 사회학의 기본 정신이 '왜?'에 있다면, 인문학의 기본 정신은 '어떻게?'에 있다. 이는 '왜 살아야하는지' 라는 질문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라는 질문만큼 큰 차이가 있다. '사도'는 영조와 세자가 어떻게 해서 비극이 펼쳐졌는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인문학적인 메시지와 감동을 주려고 한다. 이준익 감독이 '사도세자'를 영화의 소재로 선택한 이유.

'사도'의 메시지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서로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어긋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여느 부모와 자식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도'가 폭넓은 관객층을 동원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어머니와 친한 자식보다 아버지와 친한 자식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도’는 역사적 사실만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고 오늘날 우리들 가족사의 현주소를 거울처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얼굴 회상씬'은 이런 차원에서 착안된 것.



'사도'는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배우 유아인과 송강호의 열연이 더해지고 그렇게 메시지의 몰입도는 증폭된다. 뒤주에 갇혀 날이 갈수록 변해가는 세자의 심리를 적날하게 연기한 유아인에게 찬사가 아깝지 않은 이유는 그의 광기어린 연기가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사도'는 관객이 몇 백년의 시간 차이를 넘어서 스크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때 비로소 의미가 되살아나는 영화다. 뒤주에서 숨을 거둔 세자를 바라보면서 독백으로 표현한 영조의 심정은 멀리서 봤을때는 연기일 뿐이고 스크린 속으로 들어갔을 때 보는 이들의 '체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도'는 배우들의 심도있는 연기와 이준익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어우려져 관객들을 결국 스크린 속으로 끌어들인다. 동시에 냉혹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과 원망 할 수밖에 없었던 세자의 심경을 극적으로 구성, 부모와 자식 간의 감정과 갈등 그리고 이해와 용서를 모두 영화 속에서 폭발시킨다. 그러므로 ‘사도’는 슬프면서도 열정적인 영화다. 누군가 열정의 다른 이름은 슬픔이라고 했던가. 열정은 치열한 만큼 고독하고, 고독한 만큼 치열하기에. '사도'는 당신의 슬픔과 함께 당신의 열정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사도'가 관객들에게 '의미있는 슬픔'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사도' 스틸컷)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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