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연의 영화이야기]'사냥', 반짝반짝 빛나는 한예리라는 홍일점

기사 등록 2016-06-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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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사냥'의 예고편만을 확인하고 남성 캐릭터들이 우글거리는 영화를 떠올렸다. 그러나 공개된 캐스팅을 보고 의외의 재미를 느꼈다. 출연 배우에 한예리가 있었던 것이다.

'코리아'를 시작으로 상업 영화에 처음 모습을 그러낸 그는 이전에 벌써 독립영화 떠오르는 충무로 블루칩으로 이미 칭찬이 자자했던 배우다. 이후 '남쪽으로 튀어' '스파이' '동창생' '해무' '극적인 하룻밤' 등 여타 상업영화에도 주조연 가리지 않고 출연한, 충무로가 사랑하는 여배우 한예리가 '사냥'에서는 남들보다 지능 발달 속도가 느린 소녀 양순 역을 맡았다.

'사냥'은 깊 은 산속에서 벌어지는, 목적을 갖고 있는 엽사꾼들과 이들의 계획에 휘말린 사냥꾼 기성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리는 액션 영화다. 이런 줄거리의 영화에 왜 한예리란 배우가, 그것도 '바보' 역할로 출연해야 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한예리는 역시나 이번에도 '사냥'에서 제 몫을 단단히 해냈다.

그가 연기한 양순은 어렸을 적 막장 붕괴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순박한 소녀. 그러나 기성(안성기 분)에게는 반드시 지켜야하는 존재로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다. 기성이 탄광 붕괴 사고에서 겪었던 악몽이 양순에 대한 죄책감으로 발현됐기 때문이다.

'사냥'에서 기성과 양순의 에피소드는 자칫 서로 쫓고 쫓기는 것에 바빠 추격장면에만 몰두할 뻔했던 '사냥'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이에 배우 안성기와 한예리의 연기는 절박함 속에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해낸다.

혹자는 양순을 보고 '웰컴투 동막골'의 머리에 꽃을 단 여일(강혜정 분)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순수하고 앳된 것이 한예리가 그려낸 양순의 모습이다.

같은 연기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다른, 그리고 그 미묘하게 다른 포인트 한가지로 수천 수백만가지를 표현한 한예리의 연기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사냥'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 어느 새 한예리란 이름을 지우고 양순이란 이름을 짊어진 그의 동작과 표정, 눈동자에는 기성을, 엽사꾼 무리를 그리고 산을 담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이런 여배우가 또 있을까. 치열한 남성배우들 사이에서도, 까마득한 위치에 놓여있는 선배 배우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는 한예리의 연기를 보면 볼 수록 '사냥'은 또 하나의 보석 같은 배우를 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냥'에서 한예리는 반짝반짝 빛난다. 여느 보석들처럼.


(사진=롯데엔터인먼트 제공)

 

김성연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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