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영화읽기]세상에 외따로 남겨진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
기사 등록 2016-06-02 17:15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세상이 녹록치 않다. 뉴스에서 쏟아내는 서슬 퍼런 소식들이 삶의 '훈훈함'을 도려내듯 파고들기도 한다. '혐오'의 문제가 대두되며 의심이 일어나고 일반화가 당연시된다. 이럴 때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보다 '환상적인' 작품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면이 과연 답이 될 수 있을까. 창조와 모방에서 늘 방황할 수밖에 없는 예술인들은 아직도 작품을 만들며 이 질문에 자문한다. 어떤 작품은 포장을 통해 현실을 해석하기도, 어떤 작품은 대중들의 눈앞에 날 것을 들이밀기도 한다. 어떤 것이 옳은지 정하기보다 그 시도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보여주는 영화들을 둘러보자.
# 행운은 예기치 못한 불운으로부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수남은 일을 한다. 하나도 아니고 두 세개씩 한다. 노동만큼은 '장인'의 경지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근근이 먹고 사는 하층민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렇다고 그가 나태한 것도 아닌데, 사회는 그에게 그만한 보상을 안겨주지 않는다. 영화 속 그의 인생은 의도치 않은 살인을 마주했을 때야 비로소 풀리기 시작한다.
주연배우 이정현의 호연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작품이지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것보다 사회의 비정한 모습을 뒤트는 블랙유머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마치 어떤 경지에 선 장인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빼다박은 수남이 결국 이 사회의 탈출구로 선택할 수 있었던 건 노동이 아니란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도 그저 우리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살면서 어딘가에서 마주쳤을 법한 사람들을 빼다박아서 더욱 비참해진다. 그런 인물들로 가득한 사회는 결국 '성실함'으로만 돌파할 수 없는 현실임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 올라가는 방법도 없다 '10분'
'미생'이란 단어로도 상징되는 인턴직도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성실하게 해도 어처구니없게 정직원 자리를 뺏긴 호찬의 이야기도 남 얘기는 아니다. '10분'은 다소 급박한 스릴러를 연상케 하는 제목과 달리 회사 속 군상들을 세세하게 그려내며 사회 초년생들의 고충을 담아낸다.
이 영화는 결국 참는 자가 부조리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잔혹한 현실을 응시하며 일반적인 회사의 사무실을 형상화한다.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될 수 없는 '사무실'이란 공간에 존재하는 인물들은 현실적인 면모로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그것은 기묘한 공감을 자아내며 우리들의 관계들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혹은 모두가 겪어봤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얘기를 담아낸 '10분'은 그렇게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들에게 완벽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응시하는 시선의 힘을 보여준다.
# 투쟁으로 직결되는 삶 '카트'
버틴다고 바람 잘 날 있는 것도 아니다. '카트'에서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이들이 일방적으로 해고 통지를 받으며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들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자랐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겪게 되는 이 상황은 실제로 있었던 '이랜드 홈에버'의 일화라는 사실에 더욱 경악케 한다.
또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의 위치인 여성들이라는 점도 비단 노동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성 불평등에 대한 고찰을 제시한다. 용기를 담보로 한 항의에도 폭력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은 사회의 부조리에 비탄을 자아낸다.
'카트'에서 내세우는 "한국 상업영화 최초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다룬다"라는 문장은 작품에는 장점이지만 사회 전체에는 부끄러움을 안겨준다. 몇 번이고 반복되고 제기됐을 문제가 이제야 표면화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며칠 전 19살 소년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다시금 사회를 들여다보고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본래 2인 1조였어야 하는 현장에 그는 홀로 일을 나섰고, 의도치 않은 사고에 눈을 감고 말았다.
혼자였을 상대에게 얼마나 신경써왔는가, 혹은 혼자라고 느낄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적 있었던가.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 자문해야만 하는 질문의 흔적들을 남겨놓았다. 언제라도 혼자라고 느낄 사람들이 가득한 사회에 발딛고 있다면, 언젠가 이 작품들을 꺼내들어 그들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성찬얼의 영화읽기]6월 첫째주, 여름의 시작은 공포-스릴러와...'아가씨'부터 '무..
[성찬얼의 영화읽기]보기만 하는 영화? 먹고 즐기는 영화제!
[성찬얼의 영화읽기]5월 넷째주, 갑작스런 무더위 날릴 개봉작은?
[성찬얼의 영화읽기] 감동·음악부터 코미디까지...‘계춘할망’ ‘싱스트리트’ ..
[성찬얼의 영화읽기]평론가 만장일치 ‘곡성’에서 감동실화 '꺼져버려 종양군'까..
[성찬얼의 영화읽기]'탐정 홍길동' 탁월한 비주얼로 탄생한 '장르의 변주'
[성찬얼의 영화읽기]‘곡성’ 집념으로 밀어붙인 미학적 성취
[성찬얼의 영화읽기]‘탐정 홍길동’ 이질적 이미지로 현실을 써내려간 ‘조성희 ..
[성찬얼의 영화읽기]이번 주 극장가 '시빌 워'와 찾아온 영화는?
[성찬얼의 영화읽기] 정통코미디 ‘위대한 소원’부터 팬심 가득 ‘바쿠만’까지
[성찬얼의 영화읽기]69회 칸영화제 초청받은 국내 기대작 3인방...아가씨-곡성-부..
[성찬얼의 영화읽기]이번 주 극장가를 찾은 명작은...‘인생은 아름다워’ ‘크로..
[성찬얼의 영화읽기]'해어화' 음악이란 예술과 문화를 담아낸 '엔터테인먼트'
미국 뉴욕증시, 블랙프라이데이에 다우-S&P 사상 최고치 기..
김연경, '통산 4번째' 올스타전 남녀부 통합 최다 득표
NCT DREAM, "칠드림이 선사할 꿈과 감동의 3일"...29일 고..
‘X를 담아, 당신에게’ 12월 개봉...올리비아 콜맨×제시..
돌아온 '송강호표' 코미디...'1승' 루저 향한 강스파이크 ..
'선을 넘는 클래스' 전현무 "NCT 도영 한국사 1급 위해 공..
'별들에게 물어봐', 이민호x공효진 신비스러운 우주 풍경 ..
이해인, 4대륙 선수권 티켓 걸린 피겨 대표 1차 선발전 출..
노래하는 예성과 기타치는 원빈의 만남...SM 대선배 슈퍼주..
트와이스, 새 앨범 수록곡 'Magical'로 따스한 겨울 분위기..
미국 뉴욕증시, 블랙프라이데이에 다우-S&P 사상 최고치..
KB국민카드, '제18회 자금세탁방지의 날' 금융위원장 표..
애큐온캐피탈, 서스틴베스트 ‘2024 하반기 ESG 평가’ ..
김연경, '통산 4번째' 올스타전 남녀부 통합 최다 득표
이율린, ‘데뷔 2년 만에 첫 준우승’ 엠텔리 10월의 MI..
NCT DREAM, "칠드림이 선사할 꿈과 감동의 3일"...29일 ..
더보이즈, 다큐멘터리 공개...월드 투어 제작기 킥오프 ..
트레저, 신곡 티저 포스터 기습 공개..."트레저만의 설렘..
국내 최초 캬바레 전용 공간 ‘캬바레 성수’ 12월 개관..
‘X를 담아, 당신에게’ 12월 개봉...올리비아 콜맨×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