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사극돋보기]'육룡이 나르샤' 척사광 선조 척준경은? '검황'으로 불린 남자

기사 등록 2016-01-1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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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육룡이 나르샤'의 한예리가 척준경의 후예 척사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고려 무장 척준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29회에서는 고려의 마지막 왕이될 정창군(이도엽 분)의 아내 윤랑(한예리 분)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윤랑은 정창군이 위기에 처하자 숨겨놓았던 검술 실력을 선보였다. 이어 "내 본명은 척사광이다. 살육에 휘말리기 싫어 정체를 숨겼다"고 말하며 정체를 공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에 앞서 홍대홍(이준혁 분)은 과거 척씨 가문에 몸담고 있던 시절을 회상하며 뛰어난 검술을 가진 여인을 언급했다. 이방우(이승효 분)는 척씨 가문의 후예가 살아남아 척가 곡산 검법을 전수했다는 사실을 알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척사광의 선조인 척준경은 어떤 인물일까. 어떤 인물이길래 이성계와 모든 고려인들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을 것일까. 척준경은 고려 역사를 통틀어 최강의 무예와 용맹을 지닌 무장이기 때문이다.

곡산 척씨의 시조인 척준경은 고려 숙종 9년 동여진 정벌에 참가해 큰 공을 세우며 이름을 알렸다. 윤관과 함께 북방을 정벌하며 동북9성을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척준경은 그 무용담 또한 화려하다.

1104년 정주성에 침공한 여진족에게 고려군이 패하자 말단 무장이었던 척준경은 말 한필과 무기를 받아 홀로 여진군으로 돌격해 적장 2명을 사살하고, 여진군을 몰아냈다.

1107년 여진 정벌에 참가한 척준경은 고려군이 석성 함락에 실패하자 방패만 들고 성벽을 기어올라 적장 3명을 쓰러뜨렸다. 기록만 보면 슈퍼히어로급 활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1108년 윤관이 이끄는 고려군 8000명이 여진군 수만에 포위돼 전멸 위기에 몰리자 척준경은 결사병 10명과 함께 돌격해 포위당한 윤관을 구출하고 홀로 적장의 수급 36개를 얻는 전공을 세웠다.

이 공으로 윤관과 부자의 연을 맺은 척준경은 바로 영주성을 침략한 여진군 2만을 100여 명의 결사대만으로 돌격해 무찔렀으며, 며칠 후 평북 회령에서 여진에게 패한 고려군을 구원해 패퇴시켰다.

척준경 무용담의 하이타이트는 1108년 웅주성이 포위됐을 때 홀로 야음을 타 밧줄을 타고 성벽을 내려가 적진을 탈출해 구원부대를 이끌고 달려와 성밖에서 여진군 본대를 궤멸시킨 것이다.

기록만 보면 사람이 아닌 슈퍼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고려 말기 최강의 무장 이성계, 최영 못지않으며, 무인권력자들인 이의방, 이의민, 경대승, 최충헌을 압도한다.

태조 이성계의 경우 조선 건국 세력의 미화가 들어갔을 확률이 있고, 최영은 이성계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무공을 더 높이 평가했을 수 있지만 척준경은 '반역열전'에 들어간 인물이기 때문에 미화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미화되지 않은 척준경의 무용담이 이 정도라는 것은 그가 엄청난 무공과 용맹을 갖춘 무장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은 척준경이 삼국지의 여포, 관우 못지않은 무공과 용맹을 갖춘 장수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려의 권력자 이자겸과 함께 권력을 휘두르면서 인종 폐위에까지 가담했다. 후에 인종의 설득으로 뜻을 바꿔 이자겸을 몰아냈지만 후에 탄핵을 받고 유배됐다가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천수를 누리며 살다갔지만 척준경의 말년은 쓸쓸했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그려진 것처럼 척준경이라는 이름은 고려 사회에서는 금기시 되는 인물이었고, 권력자들에게는 경계되는 이름이었다.

실제로 척준경의 후손이 살아남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렇다할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걸 보면 신분을 세탁해 숨어살았거나 외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예리가 연기한 척사광이 그의 후손일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훗날 누리꾼들에게 '소드마스터' '검황'이라고 불리고 있는 척준경이지만 역사에서는 그 무공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SBS '육룡이 나르샤 제공]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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