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특별수사' 권종관 감독 "한 번의 일탈,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사 등록 2016-06-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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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영화 ‘특별수사’는 오랜만에 찾아온 ‘할 말 다 하는 영화’였다. 사회가 품고 있는 부조리를 지적하면서도 그 변화를 스토리 속에 녹아내린, 절묘한 기획을 탁월하게 소화해낸 작품이었다. 이 ‘특별수사’로 약 10년 만에 장편영화 메가폰을 잡은 권종관 감독을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0년 만이다보니 설렘도 있고, 걱정도 있었죠. 영화 현장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개인적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제는 표준계약이 생겨서 하루에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졌기에 그런 부분이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바짝 집중할 수 있고 쉴 수 있는 현장이 되었어요. 배우분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많이 만들어줬고, 잠도 잘 잤죠.(웃음)”

영화의 강렬함과는 별개로 권종관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액션씬을 찍을 때면 꽤 힘들게 몰아붙인다는 배우들의 발언과도 거리가 있어보였다. 배우들에게 ‘죽을 고비’을 안겨주게 된 사연을 묻자 그는 “사실 미안할 수밖에 없어요”라고 운을 뗐다.

“욕심도 있었지만, 사실 그 상황을 정확히 인지를 못했던 게 더 컸어요. 필재(김명민 분)이 목 졸리는 장면도 ‘이만큼 할 건데 힘들면 신호를 달라’고 명민씨에게 말했죠. 하지만 명민씨도 말했듯이 ‘배우가 먼저 컷을 합니까’라는 마음이 있었나봐요. 그러니까 서로 신호를 기다리다가 정말 큰일이 날 뻔 했습니다. 정말 미안하죠, 미안할 수밖에 없어요.”



배우들의 호흡만큼 빛났던 건 그 배우들이 연기하는 인물들의 모습이었다. “대결보다 관계가 중요하다”는 주연배우 김명민의 말처럼 ‘특별수사’는 각 인물들의 촘촘히 짜여진 관계가 몰입도를 더하는 영화였다. 권종관 감독은 어떻게 시나리오 과정을 거쳤을까.

“원안은 필재와 순태(김상호 분)의 인연에 관한 얘기였어요. 그때도 ‘갑’의 인물은 있었지만 좀 더 두 남자의 관계가 주력이었죠. 쓰면서 고민이 된건 극단적인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안타고니스트(악역)와의 대결 구도가 아니길 바랐죠. 범죄물이니까 그 긴장감을 가져가면서도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관계, 드라마와 정서와 공감을 어떻게 배분을 하느냐, 그리고 너무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하는 것, 이런 점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사님(김영애 분)의 캐릭터가 가진 특별함을 ‘선민의식’이라고 언급했다. 여타 영화에서 남자가 악역인 경우 야망과 그것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경우가 주라면, 여사님은 이미 뒤틀린 선민의식 때문에 희생자를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권 감독은 설명했다.

“그래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 주가 되고 희생자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있다면 우리 영화는 희생자의 드라마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 드라마에서 공감대와 힘을 전달해주는 게 필요했거든요. 필재가 이 영화 속에서 돈을 좇다가 이 사건을 통해 정의를 위해 일을 하잖아요. 그게 저는 필재 인생의 일탈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다시 이런 일을 할까 싶을 정도의 일탈이죠. 그러나 한 사람의 일탈, 단 한번이라도 그 행동이 있다면 혹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바람이 담겨있어요. 물론 저 스스로도 어떻게 할지는 모르지만요.(웃음)”



‘특별수사’가 무척 탄탄한 이유를 뽑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자의 입장에서는 ‘액션장면의 탄탄함’도 빼놓을 수 없었다. 대략 세 번의 시퀀스를 통해 펼쳐지는 액션장면은 모두 공간의 독특함, 정서의 치열함이 공존하면서도 박진감도 빠지지 않았다. 액션장면들에 대해 묻자 권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다.

“준비를 많이 했어요. 이 영화의 시각적인 면을 부각시키자는 생각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테크닉적으로 간 건 아닙니다. 순태의 액션은 처절함과 절실함을 보여주기 위해, 필재의 경우에는 필재가 가진 역할이 싸우는 입장이다보니 액션을 넣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니 액션의 공간을 고민하게 됐고, 헌팅(촬영장소를 찾기 위해 사전답사를 하는 것)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이 많이 힘들어했죠.”

그가 언급했던 순태의 액션 장면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작 ‘이스턴 프라미스’의 사우나 액션씬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에 관한 질문을 하자 “저는 필재의 목욕탕 장면에 더 관련됐다고 봐요”라고 대답했다.

“그 영화에서는 건식 사우나였죠, 국내에는 그런 장소가 없고요. 워낙 어마어마한 작품이 있다보니 이렇게 장면을 짜도 될까 했지만, 그들과 우리가 생각하는 사우나 개념도 다르기에 도전했어요. 순태의 액션장면은 동선과 처음과 끝, 상황만 주고 상호선배와 문식선배에게 ‘몸으로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 전날 리허설을 했지만 촬영 때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그 치열함이 ‘이스턴 프라미스’를 연상시킨 게 아닐까 합니다.”



이외에도 고전영화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장면들로 권종관 감독은 영화에 대한 사랑을 곳곳에 숨겨놓고 있었다. 이토록 깊은 애정을 가진 그가 꺼내든 ‘특별수사’는 과연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권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바라는 건 한 가지입니다. 영화 속에서 어떤 한 장면 정도는 관객분들에게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그 장면이면 좋겠지만 그 장면이 아니더라도요. 범죄물의 매력만 있는 작품은 아니고 인물들의 드라마의 공감대가 중요한 영화니까 따듯함을 얻어갔으면 합니다.”


[사진=이슈데일리 사진팀]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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