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영화읽기]'칠드런 오브 맨' 10년 만에 스크린에 찾아온 명작

기사 등록 2016-09-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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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10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제작된지 10년 만에 대한민국 극장에서 걸리게 됐다. 당시 2차 매체인 DVD로 한국 땅에 상륙했던 이 SF 걸작은 마침내 거대한 스크린에서 그 위용을 뽐낼 예정이다.

'칠드런 오브 맨'은 SF라고 하지만 화려하지 않다. 다른 블록버스터처럼 아예 색다른 미래관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P.D. 제임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포함한 작가 5명의 손에서 탄생한 '칠드런 오브 맨'의 세계는 무척 건조하면서도 현실적인 암울한 미래를 그려낸다.

이 세계에 가미된 SF적 상상력은 바로 이것이다. 세계의 모든 남성이 불임이 돼 더이상 여성이 임신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이 설정 하나로 극중 세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었으며 배경이 되는 영국만이 그나마 국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스토피아적 풍경을 제시하진 않지만 이미 세계는 파멸 직전인 셈이다.


그래서 '칠드런 오브 맨'은 암울한 현실을 단순히 이미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극중 세계 속 많은 세부설정들을 통해 드러낸다. 인류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임산부가 등장하는 순간에도 그가 정치적 이점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걱정을 해야 하고, 이미 희망이라고 사라진 세상은 공식적으로 '안락사 약'을 팔기도 한다. 부지불식에 테러가 발생해도 그로부터 보호해주는 것도 없는, 보기에만 점잖은 '생존'의 세계인 셈이다.

'출산'이란 인류와 무척 밀접한 행위가 사라진 이 시대는 그만큼 역설적으로 생명의 귀중함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 여정을 통해 한 생명의 탄생이 얼마나 위대한 감각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행위를 통해 이어져온 이 사회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찰하게 한다.

또 이 작품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 분수령인 작품이기도 하다. 쿠아론 감독은 이 작품을 제작하고 7년 후에야 차기작을 내놨는데, 그 작품이 바로 '그래비티'다. 두 작품 모두 롱테이크를 탁월하게 사용했다는 점, 그리고 한 인간의 '생존'을 통해 인류가 가진 본질적인 귀함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 두 작품으로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은 명실상부 롱테이크의 장인으로 등극했고 이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협업하며 '버드맨'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을 촬영하며 그 명성을 이어갔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암담한 현실에서도 일말의 '빛'을 일구어내는 '칠드런 오브 맨'은 그래서 10년 전 작품이지만 어쩌면 지금의 현실에 더 잘 어울리는지도 모른다. 늦게나마 이 작품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기쁨을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사진=영화사 마농 , 씨네클럽봉봉미엘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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