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백'도 노예부터 영웅까지 '사극은 노예를 좋아해'

기사 등록 2011-08-2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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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상준기자]사극에서 영웅은 필수관문처럼 노예 시절을 거치고 있다. '계백'의 이서진은 '광개토태왕'에서 이태곤 그리고 퓨전 사극의 모델 중 하나인 '해신'의 최수종과 마찬가지로 당나라 노예시절을 겪었다. 사극은 왜 이렇게 '주인공은 한때 노예'라는 설정에 집착하는걸까?

MBC 월화사극 '계백'에서 계백 역을 맡은 이서진은 신라의 생구(포로)가 되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살고 있고 KBS1 주말사극 '광개토태왕'에서 담덕은 노예로 팔려가 검투사로 변신했다.

이러한 '노예공식'이 처음 눈에 띈 것은 2004년 KBS2 '해신'이다. '해신'에서 후일 해상왕 장보고가 되는 최수종 역시 방마장과 당나라 양주를 오가며 노예로 전전해야했다.

그동안 사극 속 영웅은 '단계별 학습 코스'를 교과사적으로 답습해왔다. 신화와 역사 속 대부분의 영웅이 원형으로 공유하는 '영웅 코스 5단계'는 비정상적인 탄생, 어린 시절의 고난과 방황, 조력자와의 만남, 권능의 획득, 공을 세우 뒤 영웅으로 귀환하는 싸이클을 따른다.

사극 속 영웅들의 '노예 생활'은 '어린 시절의 고난과 방황'인 2단계쯤에 머물러있는 것. '계백'의 계백, '해신'의 장보고, '무사 백동수'의 백동수는 유년시절이 잘 알려져있지 않다. 특히 계백은 탄생부터 전장의 장수로 등장하기까지의 사료가 없어 이러한 '영웅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역사적 인물이다.

계백의 일대기를 새롭게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아버지 무진(차인표 분)의 설정과 인물설명에 공을 들였던 이유도 계백에게 영웅으로서의 정통성을 부여하고 유년기의 계백(이현우 분)이 아버지 무진을 조력자로 무술을 배우고 영웅으로서의 싹을 잠시 보여주는 영웅일대기의 축소판을 먼저 선보이기 위해서 였다.

특이한 것은 드라마 '계백'에서 재미있는 점은 한명의 영웅이 아니라 두명의 영웅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의자(조재현 분) 역시 왕이 되기 전 사택비에 의해 어머니 선화황후를 잃고 사택비의 끊임없는 위협에서 살아남고자 숨죽이며 살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마치 '해신'의 영웅인 장보고(최수종 분)을 의자와 계백으로 나눠놓은 것 같은 설정이다. 이들은 각자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를 나누어갖고 살아간다. 의자는 얼간이에서 '바람둥이 왕자'로 위장하며 속을 숨기고 살아왔고 계백은 말한마디 없는 전장의 용병 '이리'로 살아왔다.

또 '해신'에서 장보고의 연인이자 가장 큰 조력자였던 정화(수애 분)를 닮아있는 은고(송지효 분)는 의자와 계백에게 도움을 주면서 끊임없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애정의 삼각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사택비(오연수 분)의 끊임없는 위협은 자미부인(채시라 분)이 실권을 쥐고 계략과 음모를 통해서 장보고를 제거하려했던 것과 닮아있다.

한편 22일 방송된 '계백'에서는 계백과 의자(조재현 분)의 숙명적인 만남이 그려졌다. 의자는 계백에게 있어 복합적인 인물이다. 의형제에서 원수로, 또 사랑의 라이벌로 다양하게 얽혀있는 두 사람의 관계가 극의 중심축을 이루는 가운데 사택비(오연수 분)과 교기(진태현 분)을 비롯한 백제 사택가문의 귀족세력의 내적 위협과 김유신(박성웅 분)으로 대표되는 신라의 외적 위협이 어우러지며 드라마는 '영웅만들기' 픽션에서 다시 역사의 수레바퀴 속으로 들어온다.

'영웅의 귀환'이 감동적이고 영웅으로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충분한 담금질이 필요하다. 드라마 속 계백과 의자의 고난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서막이 오른 이들의 본격적인 고난이 이들을 영웅으로 만들만큼 충분한 설득력을 갖게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박상준기자 sj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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