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영화읽기]'사냥' 공간이 만들어낸 파격적 스릴러

기사 등록 2016-06-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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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집어삼켰다는 말,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처럼 그 말이 다가오는 영화가 있을까. 탄광에서 살아남은 자와 산에 오른 남자들의 대결을 그린 '사냥'은 공간이 가진 미지의 힘을 극대화시켜 관객에게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한다.

'사냥'은 산의 영화이다. 기본적인 스토리 자체가 '산에서 벌어지는 한나절의 추격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영화의 상당 부분이 산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사냥'에는 그 산과 대척점인 공간이 있다. 애초 오프닝을 담당하는 건 광활한 산이 아니다. 그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한 탄광이다.

기성(안성기 분)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돌아왔던 그 탄광은 공간의 특성상 산과는 완전한 대칭을 이룬다. 위로 향하고 끝없이 펼쳐지는 산과 정반대로 탄광은 내부로 파고도는 좁디 좁을 길이다. 그 공간을 포착해낸 '사냥'은 기성의 심리까지도 공간에 투영한다.

탄광에 갇혔던 기성은 그 깊고 깊은 탄광에 바닥에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받았음이 분명하다. 그는 악몽을 꾸면서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연유로 그는 산을 떠돌게 된다. 구체적인 계기는 모른다. 아마도 산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생명력에 이끌렸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좁은 길을 지나 도달한 광야에는 이번엔 탐욕이 들이닥친다. 금맥을 발견한 엽사무리들은 목격자인 기성과 양순을 '제거'하기 위해 달려든다. 이제 산에는 생명력을 넘어선 광기가 도사린다. 사람의 살인도 먹이사슬이 모든 걸 통제하는 산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산에 있던 모든 생명들처럼 기성과 양순과 엽사 무리들은 생존의 문제로 귀결한다. 누가 이 싸움에서 살아남는지에 따라 금의 향방도 달라지고, 그 지역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모든 건 '산'에서 시작된다. 조진웅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답을 얻고 싶었다"는 마음에서 참여했듯 '사냥'은 그 해답을 모연이 송골해지는 방법으로 전한다.


5개월동안의 로케이션 헌팅(촬영 장소를 찾는 것)이 무색하지 않게 '사냥'은 매순간 그 산의 공기를 포착해낸다. 높고 길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인간들의 모습이 얼마나 유악한지, 또 그래서 어떻게 빛나는지를 보여줄 '사냥'이 관객들을 어떻게 사로잡을 궁금해진다.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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