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범죄와의 전쟁'-불온한 힘의 시대를 관통하는 한남자의 인생극장

기사 등록 2012-02-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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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속보팀]남자들 여럿이 마초포스를 잔뜩 풍기며 늘어선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 이하 범죄와의 전쟁)의 포스터는 인상적이다. 이들 중 센터를 차지한 하정우와 최민식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이지만, 유독 지나치게 거들먹거리는 몸짓의 최민식의 느낌은 남다르다.

영화는 투탑으로 최민식과 하정우를 내세웠지만, 뚜껑을 열어 본 '범죄와의 전쟁'은 전적으로 최민식이 연기한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내려가는 전쟁 같은 인생 드라마이다. 영화는 최익현에서 시작해 최익현으로 끝난다.

1980년대는 불온한 힘의 메커니즘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었다. 출처가 불분명한 거대한 힘의 발현을 위해 폭력이 너무 쉽게 용인되던 그때에, 사람들은 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생존방식을 터득해갔다.

최익현은 그 시절을 그렇게 살아가던 평범한 가장이자 세관공무원으로 일하던 최주임 이었다. 그는 다른 동료들과 똑같이 적당히 받아먹고 적당히 챙겨먹으며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살아왔다. 하지만 그저 힘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최익현은 비리의 책임으로 등 떠밀려 총대를 메고, 직장을 세관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최익현은 억울한 마음에 세관에서 우연히 획득한 마약을 빼돌려 최형태의 조직과 거래하게 되고, '경주 최씨 충렬공파'라는 혈연을 바탕으로 관계를 트게 된다. 그는 최형태로 인해 처음으로 힘의 맛을 보게 된다. 최익현은 자신을 자른 직장상사와 술자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최형태 부하의 비호 아래 그에게 마음껏 발길질을 가한다. 약자였던 그가 강자 위에 발을 올리던 그 순간, 그는 힘의 짜릿함과 쾌감을 절절하게 느낀다.

그 뒤로 최익현은 힘을 향해 달려간다. 평범했던 그의 삶은 최형태의 조직을 통해 검고 거대한 야망으로 부풀어 오른다. 가족들을 쪽방 밥상 앞에서 대리석 식탁 앞으로 옮겨 앉힌 최익현은 식탁 위에 앉아 그의 삼대독자에게 영단어 테스트를 하며, "English is power"라는 말을 강조한다. 그의 힘에 대한 욕망은 계속해서 진화한다. 음지에 국한할 수밖에 없던 자신의 힘과는 달리, 아들에게서는 양지의 힘을 끌어올리기를 원한다.

하지만 최익현은 그런 힘을 다만 욕망할 뿐, 힘 앞에 굴절된 채 완전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불완전한 힘은 최형태와의 갈등과 1990년대를 맞이하는 시대 변화의 국면 앞에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그 앞에서도 그는 끝까지 발버둥 친다. 최형태와의 몸부림을 끝내며 최익현이 숨 가쁘게 반복해 내뱉는 "내가 이겼다." 라는 문장은 의미심장하다. 건달들에게 반쪽짜리 건달이라며 '반달'이란 은어로 조롱당하면서도 끝까지 끌어안고 있던 최익현의 힘은 결국 반쪽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문장이였다. 목숨을 걸고 몸부림치면서 그는 '이겼지만' 결국 그것은 본인 스스로 이긴 것이 아니었다.

'범죄와의 전쟁'은 폭력배들의 물리적인 힘, 절대적으로 이행되는 정치적 힘, 냄새나는 돈의 힘 그리고 학연, 지연, 혈연이 만들어 내는 비합리적인 힘 등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지배하는 힘들의 얽히고 섥힌 추악한 모습을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 힘에 기생하여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는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 힘의 허상과 사회의 검은 단면에 대해 날카롭게 파헤친다.

힘이라는 것은 분명 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모든 인간이 끝없이 욕망하는 것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최익현이 욕망했던 그 힘은 그가 애지중지하며 갖고 다니던 실탄 없는 총 같은 껍데기뿐인 힘이다. 그것은 어쩌면 1980년대의 대한민국이라는 어두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건으로 힘이 불온하고도 폭력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런 시대를 관통하여 살아남은 최익현이 비록 비열하고 찌질하지만 그를 절대적인 악인으로만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리라.

 

속보팀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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