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커튼콜’ 박철민 “루저였을 때의 초심, 의미있기에 출연”
기사 등록 2016-1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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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진심이 담긴 작품이다. 영화 ‘커튼콜’에서 박철민은 연극 프로듀서이자 코미디언 출신이라 고충을 겪는 철구 역으로 분해 최고의 존재감을 선사했다. 그는 실제로도 이 영화와 자신의 연기를 언급하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쾌하고 그러면서도 내면에 깊은 중심을 가지고 있는 그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철민은 연이은 인터뷰에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기자들을 맞이했다. 그는 “사진을 찍는데 시간은 한정되고 저희로서는 혼을 실어야 하니까 지치네요”라고 말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커튼콜’의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촬영이 끝나고 1년이 지난 작품입니다. 잊혀지고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야 할 시간인데도 그대로 기억이 남아있어요. 그만큼 뜨겁게 찍은 영화입니다. 아직도 함께 한 친구들이 단톡방(모바일 메신저 단체 방)에서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나누고 있죠. 그래서 시끄러워 죽겠어요(웃음). 나갈 순 없고 귀찮으니까요. 이렇게 오래가는 방도 처음이에요. 거의 형제고 가족들이죠. 가난할수록 정이 깊잖아요. 풍족해지면 서로에 대한 걱정도 덜해지고 관심도 줄어들고. 그래서 이 영화에도 그런 감정이 응집된 거 같습니다. 몸으로 떼우면서 사랑이 커진 거 같아요.”
흐뭇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박철민의 표정에는 함께 했던 시간들이 즐겁게 남아있었다. 그는 ‘커튼콜’에서도 중심이 되는 연출가 민기(장현성)의 뒤를 지켜주면서도 가장 진심어린 무대 사랑을 가진 인물을 연기했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제가 지나왔던 이야기, 이 영화의 90프로가 그래요. 상황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젊은 날 걸어왔던 제가 사랑했던 연기자의 길인 거죠. 초반부, 중반부의 안타깝고 고통스러웠던 그 시절의 이야기였어요. 제가 못났을 때, 루저였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미있을 거 같아서 망설임 없이 출연했습니다. 또 역도 크잖아요(웃음). 어릴 적 고난의, 처절했던 시절을 따듯하게 끄집어내는 영화에요.”
‘커튼콜’은 도전적인 작품이다. 무대와 백스테이지를 오가는, 그러면서도 관객의 표정도 함께 담아내야 했던 ‘라이브 코미디’였다. 배우로서도 이런 작품에 도전하는 건 쉽지 않았을 터. 그에 대해 박철민은 이렇게 말했다.
“독특한 영화라서 어떻게 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영화입니다. 새로운 형식이라, 더욱 특이한 형식이라 더욱 두렵기도 했어요. 시나리오에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지만, 대중들을 만나지 않은 입장에서 겁이 나기는 합니다. 그리고 ‘햄릿’을 알면 더 재밌어요. 하지만 대체로 ‘햄릿’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죠. 그래서 부담도 되고, 반대로 장점은 그런 ‘햄릿’을 이야기하면서 또다른 맛도 경험할 수 있다는 거예요.”
박철민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맹활약하고 있는 배우지만, 그 시작은 무대였고 지금도 ‘늘근도둑 이야기’라는 작품으로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다. 그가 아직도 무대를 지킬 수 있는 그 원동력은 과연 어떤 것일까.
“주위에서 ‘무대를 지켜줘서 고맙다’라고 하시는 분들 있어서죠. 하지만 저는 무대가 우리를 지켜주고 보듬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가 나를 받아줘서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하고, 관객들의 에너지와 질책을 받아가면서 저를 다시 고쳐나가기도 하는 겁니다. 지금은 배고팠었다고 하지만, 어느 때보다 배불렀던 시절이에요. 어느 순간보다도 즐거웠던, 행복했던 시간이구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던 시절이니까. 언제 먹을지 모르니까 먹을 때 많이 먹고, 성공한 선배가 사주는 치킨과 맥주, 삼겹살과 소주가 지금의 비싼 것보다도 더 맛있었어요. 그런 시절이 아니면 언제 그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실은 우리가 경제적으로 봤을 때 힘든 거지, 그 안의 배우들은 절대 행복합니다. 무대에 오른다는 행복과 짜릿함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무대를 서왔던 박철민, 그래서 ‘커튼콜’에서도 그의 진심은 유례없이 뚜렷하게 묻어났다. 애드리브 때문에 배우로서의 길을 포기하는 철구 역은 박철민이란 배우의 자전적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박철민은 누구보다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이전에도 암기력이 떨어지는 걸 스스로 밝혔던 그는 다섯 줄의 대사를 위해 수백 번은 반복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대사를 깜빡깜빡하곤 합니다. 나이 들어가는 배우의 절대 고독이에요. ‘늘근도둑 이야기’는 재미로 애드리브를 가져갈 수 있지만,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할 때 7초동안 깜빡한 적이 있어요. 7년 같은 고통이었습니다.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이었고요. 이한위 선배는 ‘배우는 진짜 천상의 직업이다, 누가 대사만 외워주면’이라고 말해요. 그래서 더 많이 연습하고 반복해야 해서 더 두렵기도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였지만 여전히 정통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고 덧붙였다.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다시 하고 싶다고도 하고, 모노드라마를 해보고 싶다며 한 연출가에게 제의 받은 적도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햄릿’에 대해서 묻자 “(장)현성이도 했는데”라고 영화 속 장면을 언급하며 웃다가도 클로디어스 역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의 관성도 있고, 공식처럼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기 쉽지 않아서 ‘약장수’나 ‘구르미 그린 달빛’이 더 애틋해요. 이런 과정들 속에서 조금씩 그리던 악역들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절절한 철구의 마음은 저도 많이 공부를 하고, 절제와 생략도 공부하고 있죠. B급 배우의 다양한 행복이랄까요. 대사 없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또 오해영’에서 이한위 선배가 등으로만 연기하셨을 때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어요. ‘커튼콜’은 감독님이 형은 애드리브 하는 캐릭터니까 마음대로 하다가 감정에 빠지는 캐릭터로서 더 많이 해달라고 했어요. 저로서는 그래서 더 절제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구르미 그린 달빛’나 ‘약장수’를 하면서 절제나 생략이 훨씬 더 크구나, 맛있구나, 그게 더 깊게 전해줄 수 있구나 느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배우이기에 해보고 싶은 배역의 갈증을 더 할 것이다. 박철민은 과감하게 그런 욕심을 드러내면서 더욱 확장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 악역을 준다면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달려갈 거예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처럼 인간적인 매력이 가득한 배우 박철민, 그의 매력과 숨결이 가득 담긴 ‘커튼콜’을 그는 기적이라고 불렀다.
“늘 꿈을 먹고 사니까, 이걸 만든 거 자체가 우리에게 기적이에요. 개봉 때문에 인터뷰를 하는 것부터 벅찬 일입니다. 이게 3억으로 돼? 말도 안 돼 했던 작품인데 극장을 무료로 빌리고, 13일 만에 찍어내고. 이것 자체도 실은 어마어마한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결과인 거죠, 관객 분들이 힘을 실어준다면, 기적이 있어야 아름다운 세상에 작은 선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성찬얼기자 ent@ 사진 김혜진 기자 hyejin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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