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류준열 “‘운빨로맨스’ 속 애교, 밑바닥에서 끌어올렸다”
기사 등록 2016-07-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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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배우 류준열을 보고 있으면 ‘카멜레온’이 연상된다. 좋아하는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못해 여성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다가도 ‘츤데레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의 준말)’의 면모로 설레는 감정을 이끌었다. 그런가하면 ‘역대급’ 사랑꾼이 되는 캐릭터의 감정흐름을 유연하게 그려내 보는 이들마저 연애하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류준열은 올해 초 인기리에 종영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김정환 역으로 대세 배우 반열에 올랐다. 그는 이 기세를 몰아 지상파 안방극장까지 접수, 맹활약했다. 자유자재로 변신을 꾀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인 류준열. 기자는 최근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류준열을 만나 최근 종영된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를 비롯,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회 10.3%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한 ‘운빨로맨스’는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매회 거듭될수록 시청률이 소폭 하락, 마지막 회는 6.4%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많은 이들은 ‘응답하라’ 시리즈로 인기를 얻은 배우들이 후속작에 실패하면서 생겨난 ‘응답하라의 저주다’라고 운운하기도 했다.
“‘응답하라의 저주’와 관련된 질문은 피할 수 없는 질문인 것 같아요. ‘응팔’ 작품 자체는 저에게 소중한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너무 소중하다보니 ‘류준열의 베스트작품은 응팔이었다’라고 평가가 되도 행복하고 감사한 작품이랍니다.”
드라마 성공의 잣대는 무엇보다 눈으로 확일 할 수 있는 시청률이다. ‘운빨로맨스’가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질문은 자연스레 ‘응팔’과 비교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다소 곤란할 수도 있는 질문에도 류준열은 의연하게 대처했다.
“시청률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연기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스태프, 배우 모두 큰 영향이 없었다고 생각할거예요. ‘운빨로맨스’는 분량이나 이야기 자체가 수호와 보늬의 감정 자체에 시청자들이 몰입해서 봤기 때문이죠. 그 부분에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게끔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배신감이란 감정선이 튄다거나 ‘얘가 왜 이러나’ 이런 생각들이에요. 그런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 고민하면서 연기했습니다.”
‘운빨로맨스’는 네이버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류준열은 극중 감정 없이 세상을 0과 1로 판단하는 냉철한 천재이자 게임회사 CEO이인 제수호 역을 맡았다. 그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과 사랑을 막 시작한 연인의 풋풋함까지 다양한 매력으로 캐릭터를 소화시키는가 하면, 예측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신선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원작을 봤지만 부담감을 느낄 정도로 비슷한 부분은 거의 없었어요. 제수호란 인물도 그에 못지않은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원작과 상관없이 또 다른 매력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특히 변화하기 전, 제수호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극 초반, 수호는 사람의 눈을 거의 보지 않았어요. 전혀 새로운 수호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 변해가는 과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여줄지 고민했고 시청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없도록 조절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류준열은 ‘운빨로맨스’를 통해 마음껏 연애했다. 그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직진 로맨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앞서 연기한 ‘응팔’에서는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 한 번의 표현이 없었고 결국, 그 마음을 마지막까지 꽁꽁 숨겨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정환이는 ‘츤데레’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뒤에서 챙겨주는 스타일이죠. 어디에나 있을법한 인물이라 매력적이에요. 또 수호는 연애를 시작하고 나선 자신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표현을 하는 친구에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인물로서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류준열은 김정환과 제수호 중 어떤 스타일에 가까울까.
“둘 다 가까워요.(웃음) 어쩔 땐 무뚝뚝한 성격이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선배님들과 작업을 함께 하다 보니 애교가 생겼어요. 저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촬영장에서 항상 막내에요.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들이 생긴 것 같아요. 숨은 모습을 발견 중입니다.”
자연스럽게 생긴 애교는 고스란히 극에 녹아들었다. 류준열은 ‘운빨로맨스’에서 직접 상황별 아이디어는 물론, 재치 넘치는 애드리브를 펼쳐 유쾌함을 자아냈다. 그는 쑥스러운 듯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애교다”라고 말했지만 드라마와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대본에 쓰여 있기도 했지만 표현은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애교를 부려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하면서도 부끄러웠죠. 여심을 사로잡은 것은 모르겠지만 상대배우가 즐거워하니까 확신을 가지고 만족하며 연기했어요. 제 입이 원래 나와 있는 스타일인데 입을 더 내밀어도 애교로 봐주셨어요. 아이 같은 수호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나와 있는 입 덕에) 생각보다 쉽게 표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제수호란 역할은 매력이 많은 캐릭터다. 일할 때는 천재지만 반대로 사회성이 부족,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반전 매력’을 꾀한 인물인 것. 류준열은 ‘제복치(제수호+개복치)’부터 ‘제린이(제수호+어린이)’까지 수많은 수식어로 ‘별명부자’에 등극했다.
“가장 마음에 든 별명은 ‘제복치’에요. 그 물고기 이름을 처음 들었는데 제복치라는 친구가 민감한 물고기더라고요. 좋은 물고기도 많은데…. 쉬리도 있고…. 그래도 제복치라는 별명이 가장 정감가요.(웃음)”
‘운빨로맨스’는 ‘운’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야한다는 교훈을 전했다.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고, 운명은 때때로 가혹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간 불행에 괴로워하기보다, 오늘의 행복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의미를 던졌다. 류준열 역시 현재에 감사했고 이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인복이 뒤따라 준 것 같아요. 작품은 혼자 하는 예술이 아니에요. 결국, 사람들과 만나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 작품이죠. 그 작업들에는 행복한 감정들이 섞여있어요.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행복해요. 쉬지 않고 일을 해서 팬들이 걱정을 해요. ‘부담감 있지 않냐’는 질문도 받아요. 하지만 작품을 고민하는 순간들이 즐거워요. 현재, 이 순간을 즐기고 있어요.”
인터뷰 말미 류준열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별 탈 없이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작품을 찍고 싶다. 다들 행복하고 재밌자고 하는 작품이니까 서로서로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이제 막 연기 인생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 류준열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의 맹주로 군림할 것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사진=이혜언 사진기자)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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