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 영화]시공간을 초월한 애틋한 운명 ‘너의 이름은.'과 비슷한 영화는?

기사 등록 2017-01-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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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일본 애니메이션계에 부흥을 일으킬만한 작품이 등장했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은 거장 감독들의 부재로 이렇다 할 인기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영화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돌풍은 애니메이션계의 단비 같은 존재일 터. 무엇보다 ‘너의 이름은.’은 현재까지 총 수익 200억 엔을 돌파하며 기존 일본 영화 역대 흥행 2위였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의 기록을 깨는 쾌거를 이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깨지지 않았던 단단한 벽을 깨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잇는 차세대 거장 감독의 신호탄을 알렸다.

최근 한국에서 부는 ‘너의 이름은.’ 바람도 심상치 않다. 개봉 5일째인 8일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 이는 역대 애니메이션 100만 돌파 기간 TOP5,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최 단기 100만 돌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 기세로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가뿐히 넘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뒤틀린 시공간에 존재하는 두 남녀가 서로를 찾아 헤맨다. 그 와중에 마주한 운명의 장난 같은 시간들. 여기에 눈을 사로잡는 영상미와 시기적절하게 흘러나오는 O.S.T가 쉬이 빠져나올 수 없는 여운을 선사한다. 또한 그동안 감독의 약점이라고 평가받았던 스토리를 보완하며 대중성까지 확보한 ‘너의 이름은.’. 이 영화를 보고 함께 떠오르는 영화는 뭐가 있었을까.


# 한해선 기자 -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감독 호소다 마모루)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호소다 마모루 작품으로 각각 다른 감독으로부터 탄생했지만, 타임슬립 소재를 학창시절 두근거리는 첫사랑의 기억으로 풋풋하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너의 이름은.’은 도시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가 각각 다른 시공간에서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곧 서로에게 남긴 휴대폰 메모를 확인하며 두 소년 소녀는 정신적 유대관계를 이어나간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이에 비해 마코토 혼자만이 타임슬립을 경험할 수 있어 비밀스럽고도 다소 외로운 경험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놀랍지만 신기한 체험으로 사소하고 엉뚱한 곳에 시간을 되돌리는 ‘놀이’ 정도로 타임슬립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불행한 사고에 두 영화 속 주인공들은 본격 타임슬립을 이용한 생명 구출 계획에 나선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미츠하의 마을에 떨어지는 혜성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는 코스케의 건널목 사고가 위기 상황이다. 절친을 잃을 위기에 두 영화 속 주인공 타키와 마코토는 타임슬립으로 상황을 변화시키려 고군분투 한다. 이 급박한 과정이 두 영화에서 굉장히 흡입력 있게 그려진다. 이후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는 자신에게 고백한 치아키의 비밀까지 더해져 마코토의 가슴 저미는 ‘시간 달리기’가 또 한 번 그려진다.

처음에는 경쾌하게 시작해 긴박함으로 무르익고, 최후에는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짐을 겪는 과정의 두 영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이란 공식의 애착을 장르물로써 참신하고 뭉클하게 다뤘다. 같은 애니메이션 장르 속에서 ‘너의 이름은.’이 보다 화려한 색채와 풍광으로 시각적 전율을 준다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짜임새 있게 풀어나가는 장점이 있다.


# 안예랑 기자 - ‘시월애’(2000, 감독 이현승)

영화 ‘너의 이름은.’을 이끌고 가는 주요 소재는 ‘운명’이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사실은 나의 인생 중 한 부분을 스쳐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까.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즈하는 서로의 몸이 바뀌는 신기한 일을 겪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쓰는 편지를 남기며 가까워진다. 그리고 단지 몸이 바뀐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영화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기적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소녀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천년 만에 다가오는 혜성만큼이나 아름답고 기적적인 시간들을 만들어간다.

서로에게 남기는 편지 한 장만으로 운명을 바꾸는 영화가 있다. 이 또한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다뤘다. 영화 ‘시월애(時越愛)’는 2000년에 사는 여자 은주(전지현 분)와 1998년에 사는 남자 성현(이정재 분)이 ‘우체통’을 매개체로 서로의 삶에 서서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월애’는 ‘너의 이름은.’과 상당히 닮은 부분이 많다.

2년의 시간을 사이에 둔 은주와 성현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나간다. 은주는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성현은 그 동안 은주의 삶에 몇 번씩 얼굴을 드러내고는 했다. 뒤틀린 시간 속에서 당연히 은주는 성현을 알아볼 수 없었다. 은주가 성현이 자신의 삶에 들렀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성현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은주는 성현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마지막 편지를 쓴다.

만나지 못하는 두 사람과 엇갈리는 시간의 틈에서 오는 아련함, 그리고 두 사람의 시간이 맞물려 함께 돌아가는 순간에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까지, ‘너의 이름은.’의 감동에 공감했던 사람이라면 ‘시월애’를 통해서도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너의 이름은.’이 가지는 화려하고 세련된 영상미를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통해 느껴지는 향수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명대사를 되짚어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영화는 오래됐어도, 감동은 영원할 테니까.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스틸컷)

 

안예랑기자 yrang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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