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선의 영화원정기] '연평해전'은 신파? 기존 한국영화보다 객관적 화법으로 푼 영화!

기사 등록 2015-07-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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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이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데 이어 9일 현재 400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며, '국민영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연평해전'은 지난 2002년 6월 29일 국가대표 축구팀이 월드컵 신화를 일으켜 대한민국이 들썩였던 가운데 한편에서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장병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휴먼 감동 실화를 다룬 '연평해전'은 일각에서 신파극이 아니냐는 혹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억지 눈물을 최대한 배제하고, 실제로 느낄 법한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 연출했다. 소재와 주제부터 일단 눈물을 배제하고는 진행될 수 없는 이야기임은 인정하고 가자.




'연평해전'이 억지 눈물을 자아내려 했다면 일단 영화 전반에 있어서 월드컵 축제 배경과 교전의 참혹한 장면이 수시로 교차편집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연평해전'에서는 흔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이는 시간 끌기, 감동 끌기 교차편집이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은 횟수로만 보인다. 이 교차편집도 최소한의 핵심 내용을 알리는 정도에 그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본격적인 교전 상황에서 부상을 입거나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며 장시간에 걸쳐 필요 이상으로 그들과 얽매여 오열하진 않는다. 그들은 필요한 부분에서 필요한 만큼 의 눈물을 흘린다. 동료가 죽음에 처한 상황에서 모른 척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왜곡 아닐까.




교전 상황에서 동료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의무병 박동혁 상병(이현우 분) 및 대다수 장병들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심한 욕을 내지르는 것으로 슬픔을 표현한다. '연평해전'은 등장인물의 눈물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이며 관객들의 눈물을 뽑아내는 촌스러운 기법은 되도록 자제, 한국 정서에 맞는 걸쭉하고 화끈한 욕을 해 끓어오르는 분노와 설움을 승화하고 있다.

'연평해전'의 마지막 부분 연출은 실존 유가족들과 주변인들의 증언을 다룬 영상을 보여주며 다큐영화로 마무리 짓는다. 이는 단순히 극으로만 끝나는 느낌을 주지 않고 연평해전 사건의 실화를 다룬 영화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실제 인물들의 가슴 아픈 감정을 더욱 절절히 느끼도록 하는 강력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 때도 영상 속 유가족들과 주변인들은 전사한 장병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는 정도의 모습만 보인다. 그들은 장병들을 회상하며 눈물을 떨구기는 할지언정 최소한 통곡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연출기법이 관객들의 더욱 격한 감정을 끌어올리고 있다.




'연평해전'의 관찰자의 객관적인 시선이 담긴 카메라 화법은 그간 억지눈물을 짜낸 한국영화들에 비해 확실히 조미료와 소금기가 덜한 맛이 난다. 이것이 되레 관객들에게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뜨거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연평해전’과 함께 이제는 한국영화의 촌스런 감정과잉 화법이 진화 중이라 볼 수 있다.

관객들의 높아진 안목에 맞춰진 실화 배경 영화 ‘연평해전’의 호소력과 흥행력이 앞으로도 기대되는 바이다. 더불어 한국영화의 달라진 흐름을 기대해본다.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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