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TV]‘기억’ 삶의 위기에서 나타난 한줄기 희망 ‘인생은 아직 살만하다’

기사 등록 2016-05-0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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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록기자] 누구에게나 삶의 위기는 한번씩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 순간을 어떻게 해쳐나가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7일 오후 8시 30분 마지막회를 앞두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기억’(연출 박찬홍,극본 김지우)의 박태석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과 의미를 선사한다.

그는 첫회부터 알츠하이머라는 불치병을 선고 받고 극한의 두려움과 좌절감에 빠진다. 늘 승승장구하며 돈과 권력이 주는 단맛에 길들여져 있던 ‘1등급’ 변호사 박태석에게 갑자기 다가온 날벼락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된다.

알츠하이머보다 치매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병이 40대 중반에게 찾아온다는 것. 일반인이라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누가 되더라도 마찬가지지만.) 상황 속에서 ‘기억’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잃게 되는 것이 있으면 또 다른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태석을 통해 그려냈다.

사실 ‘기억’은 알츠하이머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상은 그 병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기보다는 사회 전반에 걸친 여러 가지 문제와 연령대 간의 갈등을 심도 있게 다뤄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들과 그런 자식을 보면서도 마땅히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시되는 조직의 무사안일주의 속에서 감춰지는 진실과 이를 뒤늦게 파헤치려는 변호사 태석의 모습. ‘기억’은 단순히 병에 걸린 한 남자의 투병기가 아니라,삶의 또 다른 면과 가치를 찾아나서는 기나긴 여정에 가깝다.

비록 더럽고 힘든,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갈지라도, 간절함 속에서 나오는 태석의 고군분투는 안타까우면서도 희망을 엿보게 하는 아이러니함으로 가득찼다.

역시 그 과정을 더욱 와닿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갓성민’으로 불리며 자신의 첫 단독 드라마 주연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이성민의 연기가 결정적이었다.

그는 누가 이성민이고,누가 박태석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과 압도적인 표현력을 뽐냈다. 그저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은 부족하게 느껴질만큼 이성민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명연기,명연출,탄탄한 스토리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 ‘기억’이지만 작품성과 화제성에 비해 실제 시청률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감이 없지 않다. 이는 앞서 방송됐던 ‘시그널’이 일궈낸 결과가 워낙 컸기 때문일 수 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가 그동안 보여줬던 묵직한 주제의식과 탄탄한 구성은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성공 여부를 논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기억’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표현이 아닐지 싶다.

더 이상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고 만천하에 공개한 태석. 이로 인해 일어날 파장과 변화는 그의 삶을 다시 한번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만큼 만만치 않은 폭풍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은 태석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잃게 된 기억 보다 더 중요한 또 다른 기억들을 가슴속에 새길 수 있다면 말이다.

‘기억’이 펼쳐낼 마지막 기억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추억으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tvN)

 

김성록기자 honjk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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