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순정' 황석정 “항상 '순정'이란 마음을 간직하고 싶어요"

기사 등록 2016-02-26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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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그는 화려하지 않고 수수했다. 그럼에도 특유의 멋이 공간을 장악할 정도로 세련됐다. 배우 황석정은 지난해 영화, 드라마, 예능 모든 분야에서 존재감을 떨치며 가장 ‘핫’한 스타였지만 직접 만나본 그는 의외로 차분하고 고풍스러운 마력이 느껴졌다. 영화 ‘순정’ 속에서의 괄괄한 엄마의 모습과는 새삼 다른 매력이었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순정’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순정’은 사실 제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았어요. 다른 여배우들에게 드리고 싶었죠. 시나리오 받고 ‘내가 왜 해야 해요?’ 물었었다니까요. 이 역할은 정말 동네 주민 같아야 하고 눈에 띄면 안되는 역할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시나리오가 좋았기 때문에 결국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고사했다던 황석정은 나중에 결국 작품 속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드라마와 함께 병행하는 동안 서울과 전남 고흥을 오가게 했던 그 시나리오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실 요즘 영화로 보기엔 순진한 구석이 있는 영화예요. 요즘 시나리오는 스타일리쉬하고 음모가 있고 좀 비릿해진 주인공들에 고군분투하지만 풀리지 않는...(웃음) 그런 영화들 속에서 이런 순진한 작품을 만나니 기분이 좋았어요. 이렇게 다양한 얘기들로 사람들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영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산에서 자란 황석정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릴 적 기억을 많이 떠올렸다고 밝혔다. 자신이 살았던 풍경과 정서들을 ‘순정’의 시나리오를 통해 떠올렸기 때문에 그는 다른 관객들도 느낄 거라고 확신하며 출연을 결정짓게 됐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서 살았어요. 바다만한 강을 너무 좋아했고 비와 해질녘 풍경에 감동을 했었는데 ‘순정’으로 어린 시간의 정서들이 몰려들었어요. 어릴 적 희노애락, 알 수 없는 감정들, 외로움, 그 모든 것이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어우러지는 것 아니겠어요?그런 시절을 살아왔던 분들은 이 영화를 보고 다 그런 마음이 들 거예요.”

황석정은 ‘순정’에서 개덕(이다윗 분), 용수(박정민 분) 형제의 엄마로 출연했다. 그는 한껏 볶아진 파머머리와 목이 늘어진 옷을 입고 천연덕스럽게 한 가정을 책임지는 엄마로 분했다. 특히 새까만 피부가 그의 평소 모습을 가리되 인물로서의 특색은 더욱 살리고 있었다.

“그 피부색은 처음엔 분장이었어요. 그런데 촬영지가 바다 근처다보니 계속 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까맣게 되더니 나중에는 드라마랑 병행하는데 피부 때문에 고생했어요. 그래도 피부가 좀 타니까 분장을 해도 훨씬 잘 자연스러웠습니다. 또 촬영 시기가 여름이라 모기가 어마어마했어요. 모기가 섬주민이라니깐요. 섬이다보니 밤에는 나방도 엄청 많았어요. 그래서 영화 속 밤 장면은 너무 고즈넉한데 카메라 앵글 바깥에서는 나방 쫓느라 약을 뿌리고 있었어요.”

황석정은 촬영을 하면서 주연배우 5인방 도경수, 김소현,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의 연기적 태도에 대해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순정’이란 단어를 다섯 배우들에게 붙여줘야할 정도였어요”라며 그들의 열정에 대해 극찬했다.

“다섯 명 다 욕심이 있더군요. ‘내 역할을 잘해서 영화에 누를 끼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누구 하나 돋보이려는 욕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잘 화합하는 장면이 나온 거 같아요. (도)경수는 그 친구가 가진 묘한 매력이 있어서 부럽기까지 하더군요. 경수가 어려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얻은 분위기인거 같아요. (주)다영이는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소녀의 에너지를 가득 채워주고, (김)소현이도 저 나이에 벌써 이런 정서를 다 이해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선배라는 생각을 안 해요. 그런게 있어서도 안 되고. 이 친구들이 다들 성실하고 훌륭해서 오히려 배울 때가 많은 걸요.”



황석정은 작년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와 ‘미생’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해 ‘대세배우’라는 명칭까지 얻었다.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작품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인물의 깊이감을 더했다. 그는 그런 연기적인 표현을 자신이 최우선시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제가 연기에서 제일 중요시한 건 이 역할이 뭘 해야 되는 역할인가 하는 거예요. 작품 속에 이 역할을 어떻게 더 살릴 수 있도록 고민하는거죠. 한 작품을 위해 많은 사람이 모이잖아요. 그러니 작품에 누가 안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해내야 하는 겁니다. ‘역할의 역할’을 해내고 싶어요. 그게 쉽지가 않죠. 언제나 힘들어요”

이렇게 배우로서의 진지한 자세를 논하는 황석정을 보고 있으니 문득 그에게 어떤 과거가 있을지 궁금했다. ‘순정’이란 영화에 걸맞게 그에게 첫사랑을 묻자 그는 짐짓 생각에 빠지더니 말문을 열었다.

“분위기는 범실(도경수)랑 비슷했는데 외모는 산돌(연준석)을 닮았었어요. 그게 첫사랑인지는 모르겠어요. 동네에 같이 놀만한 친구가 없는데 그 친구가 옆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매번 같이 놀았죠. 그러다가 비가 엄청 내리던 날, 감기에 걸려 집에 있었어요. 그때 그 친구를 생각하니까 마음이 울렁거리고 몸에서 열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놀래서 나가서 비를 막 맞았는데 그게 지금 보니 좋아하는 감정이었구나 싶습니다.”

황석정은 다소 로맨틱한 일화로 인터뷰 현장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황석정에게 순정이란?’ 질문을 던지자 그는 “양심”이라고 대답했다.

“거짓말 하지 않고 정직하려고 애쓰는 마음이요. 남을 애틋하게 여겼던 그 마음. 어렸을 때 깨끗한 마음이 순정인 것 같아요. 그 마음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사진=변진희 기자)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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