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영화가 바꾼 현실'

기사 등록 2011-09-2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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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상준기자]영화 한편이 현실을 바꾸고 있다. 영화 '도가니'의 사회적 관심과 파급력이 커지자 민간을 넘어,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 '도가니'가 신드롬에 가까운 큰 사회적 파급력을 일으키고 있다. 소설과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것.

영화속 충격적인 장애학생 성폭력 장면과 철저하게 유린당한 그들의 인권에 관객들이 분노했고 이 분노가 관객의 목소리를 넘어 민간 차원의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으로 이어졌다. 한 포털사이트 청원 란에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에서 우석법인과 감독기관에게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는 등 양심 있는 시민들은 2005년과 2010년 당시 성폭력사건에 대한 재조사 등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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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당시 'PD수첩' 보도영상 캡처]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도가니’는 실화를 바탕으로, 무진의 한 청각장애학교에 새로 부임한 미술교사가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대를 당하던 아이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다. 극화된 만큼 현실과 다른 부분은 다소 있으나 영화의 결말처럼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고 가해자들은 처벌 받지 않은 상태.

당시 사건이 발생된 인화학교에서 장애인 학생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된 교직원 6명 가운데 2명만이 2년 이하의 실형을 살았고 남은 4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나 일부는 다시 학교에 복귀한 상태다. 또한 직접 고소한 재학생 이외에도 공소시효는 지나 고소권은 없지만 재학당시 피해를 당한 졸업생 등 추가적인 피해자와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장애아동에 대한 성폭력 방지와 인권보호를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가니'로 촉발된 사회적 관심은 민간 차원을 넘어서 정부의 대응책 마련까지 이어지고 있다. 28일 오후 경찰청은 청장 직속의 지능범죄 수사대 5명과 성폭력 전문수사관 10명 등을 광주로 급파해 인화학교 사건 관련 특별 수사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은 가해 교직원들의 추가 성폭행 여부와 함께 당시 관리 감독자의 책임과 학교법인의 비리 등을 철저히 파헤칠 예정이다. 또 특별수사팀은 영화 속 경찰의 비리 여부가 있었을지에 대한 의혹도 직접 조사, 해명할 예정이다.

또 영화속에서 '방과후', 기숙사에서 생긴 일은 시청관할' 등으로 책임을 회피하던 모습으로 그려진 교과부도 기숙사가 설치된 전국 41개 특수학교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선다. 복지부도 사회복지 사업법 개정에 팔을 걷어 붙였다. 이는 일명 '도가니 방지법'으로 국회에 상정해 법개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최근 취임한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도 '도가니' 관람 후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었다"면서 "더이상 우리 사회에 이와 같은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 유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영화 '도가니'는 그동안 PD수첩, 소설 '도가니' 등으로 분노를 일으켰지만 이루어지지않았던 공론화를 대번에 이뤄내며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파급력을 방증했다. 영화 '도가니'는 충격적인 장면을 스크린에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들의 정서적 파괴와 분노를 실제 사건에 대한 관심과 공의로 이어냈다.

이는 단순히 '끓는 냄비'의 순간적인 분노에 그치지 않고 '일사부재리'의 사법원칙을 뛰어 넘어 종결된 무덤 속의 사건을 공론의 도마 위에 올리는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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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기자 sj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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