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 ‘채비’ 고두심, 이별을 준비하는 엄마의 사랑

기사 등록 2017-10-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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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채비' 스틸 컷
[이슈데일리 한동규기자]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가 엄마라는 말이 지닌 뭉클함을 다루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힐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극중 애순 역을 맡은 고두심은 ‘채비’를 통해 기존 엄마와는 결을 달리한 연기로 특별함을 더한다.

‘채비’는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인규(김성균 분)와 그를 30년 동안 돌보며 살아 온 엄마 애순의 이야기다. 애순은 인규와 점점 다가오는 이별을 대비하며 하나 둘 체크 리스트를 채워나간다.

고두심은 올해로 데뷔 45주년, ‘반짝반짝 빛나는’ ‘결혼해주세요’ 등 수많은 작품에서 엄마 역할만 50번 이상을 맡은 원로 배우다. 하지만 ‘채비’ 속 애순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이별을 준비하는 자세다.

애순은 어느 날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병원을 찾게 되고,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이후 애순은 자신보다는 아들 인규를 떠올리며 담담히 현실에 맞춰 적응하기 시작한다.

요리부터 길찾기까지 애순은 작은 것부터 인규에게 가르치고, 인규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이때 인규를 향한 애순의 시선은 이별에 대한 슬픔보다는 애정이 가득하다.

기존 작품에서는 엄마와 아들이 헤어져야 하는 아픔이 주된 내용이었으나, ‘채비’는 이 같은 부분을 사랑으로 승화시켜 차별점을 뒀다. ‘채비’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아픔과 함께 힐링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모두 고두심의 열연에서 비롯된다.

또한 고두심은 ‘채비’ 속 억척스럽지만 부드러운 애순을 연기하면서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변화시킨다. 애순은 인규의 앞에서 절대로 울지 않지만, 자신이 믿지 않는 신에게 까지 간절히 소망을 얘기하며 가슴 절절한 눈물을 흘린다. 고두심은 이를 통해 자식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아픔을 현실적으로 투영하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최근 ‘아이캔스피크’의 나문희, ‘희생부활자’의 김해숙 등 중년 여배우들의 연기 변신은 극장가에 화제를 몰고 왔다. 나문희는 ‘아이캔스피크’에서 영어를 직접 구사하는 노력을 기했으며, 김해숙은 ‘희생부활자’에서 온화한 이미지를 버리고 아들을 습격하는 엄마로 분하며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고두심은 자신에게 틀에 박힌 캐릭터로 다가올 수 있는 엄마 역할을 색다르게 표현하면서 이들의 바통을 이어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는 겪어야 되는 과정. 다가오는 현실이 두렵지만 피할 수 없는 엄마와 자식의 이야기가 ‘채비’에서 펼쳐진다. 오는 11월 9일 ‘채비’가 어떠한 메시지를 전할지 기대해본다.

 

한동규기자 eor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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