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분석]'군함도', 침묵을 깨고 역사를 말하다

기사 등록 2017-07-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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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은비 기자

[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진실을 가린 채 침묵을 지키는 한 섬이 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희망을 울부짖었던 과거 우리 민족들의 한(恨)이 소리치고 있다. 제국주의를 앞세운 일제의 인권유린과 폭력을 통한 억압으로 지옥을 그려낸 섬 군함도(軍艦島).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 영화 ‘군함도’가 오랜 침묵을 깨고 역사를 그려낸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류승완 감독,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군함도’는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인 만큼 영화의 사실성에 대해 대중들의 궁금증이 모아졌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실제 탈출 사례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제가 만든 세계에서 이야기를 상상하고 진행했다”며 “이것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희망과 소망을 담고 싶었다”라고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 사진=박은비 기자

영화는 이분법으로 조선과 일본을 나누지 않는다. 오히려 조선인으로 인해 조선인이 절망하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실제 조사를 해봐도 항상 좋은 조선인과 나쁜 일본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억지로 관객들을 자극시키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이 역사를 왜곡할 것 같았다. 지금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며 “군함도는 역사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물론 알려졌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부가적인 것일 뿐, 영화의 의무나 책임감은 오히려 작품을 진행하면서 들었다”다고 영화 제작에 대한 소신을 덧붙였다.

‘군함도’는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쟁쟁한 배우들의 멀티캐스팅으로 제작단계서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바 있다. 특히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화제를 모은 이후 다시 한 번 군인으로 등장한 송중기에 대해 누리꾼들의 관심이 쏠렸다.

송중기는 “제 캐릭터가 멋지다고 생각하거나 ‘슈퍼히어로’라는 생각을 촬영하는 동안에는 해본 적이 없다. 다만 드라마와 영화 모두 촬영이 끝나고 보고 나니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제가 박무영을 연기할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며 “군인으로서 임무만 하면 되는 캐릭터가 점점 본능적인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고 변하게 되는 모습에 초점을 뒀다. ‘측은지심’을 가장 많이 떠올린 것 같다”며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전했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사실 캐스팅할 때는 ‘태양의 후예’가 방영되기 전이었다. 때문에 그런 모습을 알지 못했다. 캐릭터가 멋있는 것은 역할이 아닌 배우 자체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인물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오히려 송중기가 꼽은 ‘슈퍼 히어로’는 따로 있었으니, 작품 전체를 계속해서 끌어가던 황정민이었다.

황정민은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그래서 내 그릇이 크게 보였던 것 같다”며 “그러나 내가 그릇이 커진 것이 아닌 모두의 그릇이 모여 내가 커진 기분이 들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이게 멀티캐스팅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며 동료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지섭 역시 “캐스팅이 될 때 까지는 몰랐는데 멀티캐스팅이었다. 결과적으로 너무 좋았다. 힘도 났고 기회가 된다면 또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강옥(황정민 분), 최칠성(소진섭 분), 박무영(송준기 분)등 영화의 배우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듯 각자가 작품을 이끌어 갔고 그 힘이 모여 거대한 흐름을 형성했다. 그중 늘 여배우로서 힘든 도전을 택하지만 매번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이정현은 이번 역시 위안부로 끌려간 오말년으로서 뛰어난 호연을 펼쳤다.

그는 “아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당당하고 약한 몸으로 같은 조선인들의 버팀목이 돼 주는 말년에게 너무 끌렸다”며 “특히 다른 배우분들이 실제 그 역할의 인물인 것처럼 살아서 저까지 거기에 동화된 것 같다”며 겸손을 보였다.

또 이날 ‘부산행’에 이어 아빠를 의지하며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해야하는 역할을 맡은 김수안은 감독과 배우들의 끊이질 않는 연기 칭찬을 받았다. 영화에서 가장 연기로 관중을 압도했던 것은 쟁쟁한 배우들이 아닌 김수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김수안은 황정민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츤데레 같은 매력에 아빠다”라며 “너무 친근하고 좋았다”고 전했다.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날 언론시사회 말미에 류승완 감독은 “행여나 영화가 실제 역사에 누를 끼칠까 걱정된다”며 “영화 ‘군함도’는 꼭 봐야할 영화는 아니지만, 실제 군함도는 꼭 알아야할 역사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로 인해 역사에 폐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역사적인 사실에 상상력을 더했지만 더 사실 같은 영화 ‘군함도’. 눈부신 멀티캐스팅, 배우들의 호연과 뿌리 깊은 이야기까지. 꼭 봐야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꼭 봤으면 하는 영화 ‘군함도’는 오는 26일 두꺼운 벽을 넘어 대중들을 만난다. 러닝타임 132분.

 

허재성기자 wwsw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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