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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 사진] '나쁜남자'(Bad Guy)

이 세상에 절대 진리란 없다

기사 등록 2011-06-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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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석원위원] 나쁜 남자(Bad Guy) - 이 세상에 절대 진리란 없다 -

김기덕 감독의 7번째 영화인 '나쁜 남자(Bad Guy, 2001)'는 처음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서울 30만, 전국 70만 명이 관람하였다. 이 영화는 남녀 간의 사랑과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과 소유욕 그리고 섹스에 대해서 많이 고민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랑과 섹스에 관해서 개인적인 가치관이 많이 드러나 보인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나쁜 남자> 한기의 행동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한기의 행동에 대한 가치관을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영화 속으로 들어가 알아보자. 사랑하는 여자를 창녀촌에 팔아 버리고 순수했던 여자가 타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장면과 결국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장면 등은 대부분의 여성과 남성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다. 극단적인 표현을 빌리면 비현실적이며, 잔인하고 더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김기덕 영화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영화를 나쁘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 몇 가지 예를 통해서 접근해보자. 우리 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미는 이차원의 평면을 기어 다니기 때문에 입체공간이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경험할 수도 없다. 그런 개미에게 아무리 삼차원 공간이 있다고 설명을 해봤자 개미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삼차원의 공간을 경험하는 인간의 시각에서 개미를 판단할 때는 한심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이 세상의 구조는 인식 주체와는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인간이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구성한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진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등식이 성립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진리는 절대적 혹은 보편적이며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라 잠정적인 결과이며 오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믿음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대부분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었던 많은 사실들이 인간의 제한된 감각과 함께 아울러 자신의 인식 범위 안에서 생각한 주관적인 시각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학창시절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180도라고 배웠다. 이것은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성립되는 명제이지만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결과가 다르다. ‘구면기하학’에서 보면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180도보다 크고 ‘쌍곡 기하학’에서는 180도보다 작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어느 하나만 맞고 나머지는 모두 틀린 것이 아니라 사실은 셋 다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닌 다른 주장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옳으면서 동시에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정과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며, 기존 지식을 반박하는 사례가 나타나서 그 한계를 인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이분법적인 잣대에서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으며 또한 진리와 거짓으로 구분하는 발상은 다분히 상대적이다. 인간이 어떤 현상에 대한 가치를 판단할 때 상황과 의도에 의존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겸손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이 완벽하게 옳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사고는 입체를 상상하지 못하는 개미와 다를게 없다. 타인의 시각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때 '나쁜 남자'에서 한기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고 그를 인간쓰레기라고 몰아세울 수는 없다. 다시 영화 얘기로 되돌아가보자.

'나쁜 남자' 에서 한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창녀촌에 팔아서 그녀가 타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태도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될수 있다. 그렇다면 감독은 왜 이런 비상식적인 설정을 하였을까? 그것을 일반적인 관점에서 얘기하면 한기가 사랑하는 여인은 여대생이며 집안도 상류층 이상이다.

이 정도의 여자를 만나려면 그 여자와 비슷한 조건이거나 더 좋은 학력과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감독은 반대로 그 여자의 신분을 한기와 동등한 상태로 끌어내리고 결국, 그녀가 한기를 사랑하게끔 만든다. 이것은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을 거부하는 행위이다.

나의 경우 어렸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남자는 출세를 하면 자신이 원하는 여자와 만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다는 말을 수고 없이 들었다. 그런데 그 누가 출세하기 싫고 부자가 되기 싫겠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보다 좋은 조건의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평생 얻을 수 없는가? 그것을 자신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나쁜 남자'에서는 오히려 평범한 여대생이 자신의 환경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바뀌면서 삶과 가치관이 새롭게 형성되는 현상을 운명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김기덕 감독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번듯한 직장도 없으며 많이 배우지도 못한 억눌리고 소외된 계층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는 일종의 환타지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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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에서 한기는 선화는 자신과 사회적인 신분을 제외하고는 똑 같이 동등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기는 자신의 신분과 비슷하게 될 때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영화 속 대화에서 선화에게 ‘6만 원짜리’라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는 마담의 대사를 통해서 한기의 사고가 구체화된다. 그렇다면, 몸이 팔린 선화가 옛 남자친구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6만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과 함께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기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믿음과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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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귀하게 느껴지던 미대생 선화도 사창가의 여성들과 다를 바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기에 이른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김기덕의 영화세계에 대해서, 그가 삐딱한 시각으로 본다고 해서 그의 영화가 나쁘다고 매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형식이 거칠고 상황 설정이 허구적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영화가 가지고 있는 허구성을 적절하게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혹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설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납득하기 힘들다. 영화의 장르와 형식이 다르긴 하지만 남자의 신분이 여성의 신분에 비해서 격하되고 볼품없게 표현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것을 남녀 간의 성 윤리, 인격적 불평등에 따른 피해의식으로 해석하기보다,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병리현상을 뒤집어서 표현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란 없는 것이다. 김석원1-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