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ㅡ구스타프 클림트의 '음욕의 유디트'

기사 등록 2011-11-0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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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유디트1],1901년,캔버스에 유채,빈 오스트리아 미술관.

[박정은 미술컬럼 전문기자]그녀가 우리를 쳐다 보고 있습니다. 지긋히 반쯤 감은 두눈에는 음욕이 가득차 있으며 무엇가를 갈구하는 눈빛 입니다. 볼그스레한 빰과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은 사뭇 관능적이며 황금 목 장신구 밑으로 드러난 몸의 한쪽 가슴은 옷 사이로 은근히 비치고 있으며 다른 한쪽 선홍빛 젓가슴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녀의 눈빛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수가 없습니다. 고혹적인 그녀의 눈빛은 꿈을 꾸고 있는듯 나른하며 아직도 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목마름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를 한참을 바라 보고 나서야 그녀의 왼손에 들린 목만 남은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옵니다. 그녀의 매혹적인 모습에 빠져서 그녀가 누군가를 죽였다는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흥분이 가라 앉지 못한 듯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관능적인 모습이 황금빛 배경과 어우러져 관람자로 하여금 괘락을 깊이 맛보았을 듯한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액자 위쪽에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라고 새겨져 있는 걸로 보아 야릇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고혹적인 여자는 '유디트' 이고 그림에 자세히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그녀의 왼손에 들린 목만 남은 남자는 '홀로페르네스'임을 알수 있습니다. '유디트' 와 '홀로페르네스'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입니다. '유디트' 는 유태인의 과부로 아시리아군(軍)에 포위되었던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 군의 총사령관인 '홀로페르네스'에게 접근 하였고 그는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연회에 초대하였습니다. 연회가 끝나고 단둘이 남게 되자 '유디트' 는 '홀로페르네스'를 술 취하게 하고 그의 목을 잘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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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1598년,캔버스에 유채,국립 고미술관,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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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마시스,유디트,연대미상,판자에유채,왕립미술관,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목숨을 걸고 조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민족적 영웅인 '유디트' 에게 도데체 무슨일이 있었기에 강인한 기개를 드러내는 용맹스런 모습이 아닌 성적 매력을 물씬 풍기는 팜므파탈 [femme fatale] 모습으로 우리를 쳐다 보고 있는걸까요?

'클림트' 는 신화를 주제로 삼은 다른 그림들과 마찬가지로 사건의 이야기나 배경이 중심이 아니라 철저하게 인물 중심으로 그림을 표현하였습니다. 다른 화가들이 '유디트' 를 소제로 그린 작품을 보면 성서에 나오는 사건을 토대로 '유디트' 가 했던 행동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클림트'는 사건이 아니라 여성의 내면에 잠재된 '성녀'와 '요부'의 이미지를 '민족적 영웅 유디트' 와 결부 시켜 작품을 표현 하였습니다.

'유디트1' 그림을 보면서 왜 이 여인을 '유디트' 라고 하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액자 위쪽에 '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라고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로메'로 오해해서 불릴 때가 많았습니다. '살로메' 가 어떤 여자 이길래 '클림트 ' 가 그린 '유디트' 를 '살로메' 로 오해하였을까요? 그녀 역시 성서에 나오는 여자로 '헤롯왕' 의 잔칫날 손님들 앞에서 춤을 추었고 매우 만족한 헤롯이 그녀에 청을 들어 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녀는 세례요한의 목을 베어 올 것을 청하였고 요한의 머리를 받아 들자 '그대만을 사랑해. 그대의 아름다움에 굶주렸고 ,그대의 육체에 목말라 있어' 라고 말한뒤 그에 입술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섬뜩해진 헤롯이 그녀를 죽이라고 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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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유디트2],1909년,캔버스에 유채,베니스 국립현대미술관.

'클림트' 의 작품 '유디트2' 역시 '살로메' 가 아닌지 많은 오해를 받았던 작품입니다. 평면적인 화면과 추상적인 색채가 춤을 추는듯한 그녀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그녀의 드러난 젓가슴과 함께 묘한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유디트'1' 에 나온 그녀보다 더욱 마른 몸매에 섬뜩한 느낌마저 감도는 그녀는 목이 잘린 '홀로페르네스'의 머리카락을 잡고 있습니다.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그녀의 손동작이 그동안 '클림트' 가 묘사한 성적 행위를 나타냈던 여자들의 손모양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 입니다.

그렇다면 왜 '민족적인 영웅 유디트' 와 개인적인 욕정으로 인해 요한의 목을 벤 '사악한 요부 살로메' 와 수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걸까요? '유디트' 는 적장 '홀로페르네스' 를 해치우고 조국을 구한 용맹스러운 승리자이며 고결한 여성입니다. 그러나 '클림트'가 그려낸 '유디트'는 조국을 구한 승리자에 기쁨이 느껴지기보다는 음욕이 가득한 관능적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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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1862ㅡ1918),오스트리아,분리주의.

'클림트' 는 '유디트'를 그려 내면서 민족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적장을 죽인 영웅이 아닌 여성의 내면에 잠재된 성녀와 요부의 이미지를 '민족적 영웅 유디트'와 결부 시켜 작품을 표현하였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살로메' 와 혼동 할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클림트'의 '유디트'는 그만의 화법으로 독창적이고 묘한 성적 매력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클림트' 가 이 작품에서 그려 내고자 했던건 민족을 구한 씩씩한 기상을 드러낸 '유디트' 이지만 어쩌면 그녀의 내면에 숨겨져 있을 그녀의 욕정을 끌어내어 '민족적인 영웅' 이기전에 그녀도 남자의 사랑을 갈구하는 한 사람의 '여성' 임을 표현해 내고 싶었던건 아닐까요.?

 

박정은 pyk73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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