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완득이’ 이한 감독 “로맨스 영화와 경쟁? 문제없다”

기사 등록 2011-11-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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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원기자]이한 감독은 영화 ‘연애소설’, ‘하늘정원’, ‘청춘만화’등 주로 로맨스 장르의 작품을 연출해왔다. 그런 그가 ‘로맨스 전용 감독’이라는 기존의 타이틀을 벗고 선생과 제자의 가슴 따뜻한 성장 이야기를 그린 ‘완득이’로 돌아왔다.

이한 감독은 ‘완득이’를 통해 소외계층의 삶과 사랑, 가족, 꿈에 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녹여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어느 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영화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로맨스를 배신하게 한 ‘완득이’의 힘

그동안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의 목록들을 쭈욱 보고 있노라면 그가 로맨스 장르를 무척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완득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멜로영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김려령의 원작 소설 ‘완득이’를 읽어보자마자 ‘이걸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강렬하게 스쳐 지나갔어요. 소외계층의 삶과 애환을 알리고픈 김려령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죠”

이한 감독은 ‘완득이’에서 고집불통 괴짜 선생 ‘동주’ 역을 열연한 김윤석 역시 ‘완득이’의 시나리오를 접한 뒤 흔쾌히 승낙했다고 전했다.

“김윤석 씨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 중 한명이죠. 사실 ‘동주’ 역에 김윤석씨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 분도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난 뒤 출연을 결정했어요. 그리고 유아인 씨는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경쟁자들 중에서 살아남은 친구죠. 솔직하고 건방져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이 깊은 친구라는 게 연기를 통해서도 느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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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득이’ 속 다양한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를 모두 전할 수 없어 아쉽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공통 분모가 있다. 바로 소설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와 다양한 이야기들을 스크린을 통해 관중들에게 선보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이한 감독 역시 이 점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원작의 느낌을 많이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장애인 아버지의 비화, 민구 삼촌에 대한 분량이 더 있었으면 아무래도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아니였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죠. 하지만 상업영화 특성 상 두 캐릭터들의 비하인드를 많이 살리지 못한 것 같아요”

더불어 이한 감독은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영화의 주역인 유아인을 꼽았다.

“유아인 씨가 의외로 운동을 참 못했어요. 원래는 야구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공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다리도 잘 안 올라가더라고요.(웃음)”

- 이한 감독의 멘토는 배창호 감독

영화 속 ‘동주’ 김윤석과 ‘완득이’ 유아인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멘토와 멘티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작품을 연출한 이한 감독에게도 ‘감독의 길’을 걷게 한 정신적인 멘토가 있다. 바로 ‘사랑’이라는 테마로 수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배창호 감독이다.

이한 감독은 배창호 감독의 영화 ‘러브 스토리’, ‘정’의 조연출을 맡은 바 있다.

“배창호 감독님은 제 스승님이죠. 감독님과 연출부 생활을 함께 하면서 그 분의 삶의 방식, 영화를 대하는 태도,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를 많이 보고 배웠죠. 인간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많으신 분이예요. 시나리오 쓰는 기술도 남다르시죠”

배창호 감독을 언급하며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는 새내기 감독들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영화감독이 되려면 굉장히 힘들죠. 사실 연극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감독이나 연극배우를 또다른 소외계층이라고 생각해요. 늘 보수도 제대로 못 받으며 힘든 영화판에서 싸우지만 흔들리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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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는 우리의 삶을 담은 거부감 없는 이야기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완득이’는 가을을 맞아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로맨스 영화들과 치열한 경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오직 그대만’, ‘너는 펫’, ‘티끌 모아 로맨스’, ‘커플즈’ 등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들 사이에서 ‘완득이’가 내세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무엇일까.

“멜로는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죠. 사랑 자체를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은 ‘저런 사랑이 있냐’는 삐딱한 생각이 들 수도 있죠. 사랑을 경험하지 않으면 와 닿지 않는 게 로맨스 영화예요. 하지만 ‘완득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에게 영화는 ‘보고 난 뒤’와 ‘보고 난 후’로 크게 나뉜다. 어떤 영화를 접했느냐에 따라서 관객들의 기분이 달라지는 것은 기본이고 영화의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한 영화가 한 사람의 인생을 크게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한 감독은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통해 착한 마음을 가지길 바라는 단순하고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유치하다’는 말을 되게 좋아해요. 저는 순간일 뿐이라도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고 착해졌으면 좋겠어요. 한 편의 영화가 사람을 바꿀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완득이’를 통해 삐뚤어진 마음을 가졌던 사람들도 잠시나마 착해졌으면 하는 바램이죠”

그동안 이한 감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과 정서가 깃든 수많은 작품들을 연출해 왔다. 그는 ‘스릴러’, ‘액션’ 등 잔인하고 거친 이야기는 절대 그리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완득이’의 따뜻한 메시지가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지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기자 jwon04@ 사진 박상준 기자 sj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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