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모티브가 된 장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니아'

기사 등록 2011-11-2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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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레옹 제롬,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1882년,캔버스에 유채,런던 브리지먼 아트 라이브러리

[이슈데일리 박정은 미술컬럼 전문기자] '갈라테이아' 아름다운 그녀가 지금 막 깨어나고 있습니다. 단단한 상아는 보드랍고 매끄러운 피부로 변화되고 입술은 선홍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그녀의 심장은 뛰기 시작했고 미처 깨어나지 못한 그녀의 하체가 석상 위에 붙어 있긴 하지만 그녀의 상체는 고개를 숙여 자신을 만들어준 창조자 '피그말리온'에게 진심어린 키스를 하고 있습니다.

키프로스의 왕이였던 피그말리온은 여자를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다스리던 키프로스 왕국의 여자들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키프로스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를 방문한 나그네를 죽이고 아프로디테의 신전을 그들의 피로 물들였고 이로인해 비너스의 분노를 샀습니다. 여신은 자신을 모독한 여자들에게 벌을 내렸고 그로인해 결혼하기전의 여자들은 일정기간동안 항구로 나가 남자들에게 몸을 팔게 되었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피그말리온은 지상의 그 어떤 여자도 사랑할 수 없었으며 오로지 혐오스런 마음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고심끝에 자신이 사랑할수 있는 여인의 조각상을 온 정성을 다들여 만들었습니다. 피그말리온이 만든 조각상은 지상에 존재하는 어떤 여자들 보다 아름다웠으며 완벽하였습니다.

그는 조각상이 순결한 마음으로 한결같이 늘 자신을 지켜 보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피그말리온은 상아상에게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매일 밤낮으로 그녀가 진짜 인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였습니다. 상아상은 금방이라도 살아서 움직일거 같았고 그녀의 작은 입술은 달콤한 목소리로 "피그말리온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해요"라고 달콤하게 속삭이며 그에게 다가설것만 같았습니다.

비너스 축제때 피그말리온은 언제나처럼 갈라테니아가 자신의 아내가 될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고 갈라테이아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비너스여신은 그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 주었고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이아에게 키스를 하자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느낄수 있는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습니다. 깜짝 놀란 피그말리온 앞에 갈라테니아는 선홍빛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그에 키스를 받아 들이고 있었습니다. 피그말리온의 사랑은 마침내 이루어졌고 이들은 비너스여신을 초대해서 결혼식을 올렸고 '파로스'라는 딸까지 낳고 아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동화같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그림은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입니다. 그는 똑같은 제목으로 두장의 그림을 남겼는데, 1882년 두사람의 모습을 앞에서 바라본 그림을 먼저 그렸고 1890년 8년이 지난후 뒤에서 바라본 모습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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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레옹 제롬,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1890년,캔버스에 유채,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두번째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갈라테이아가 사람의 몸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어서 엉덩이를 기본으로 그 위는 따뜻한 온기를 느낄수 있는 살구빛 살색이고 그 아래로는 아직은 차디찬 상아상 대리석입니다. 피그말리온은 갈라테니아의 허리를 격정적으로 껴안고 있으며 갈라테니아는 수줍은 듯 왼손으로 파그말리온의 손을 살짝 밀쳐내면서도 오른손으로는 그의 목을 감싸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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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레옹 제롬(1824ㅡ1904),프랑스,회화,조각가

장 레옹 제롬은 19세기 신고전주의 계열의 화가지만, 오리엔탈리즘 화가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세기 중반 터키와 이집트를 방문하면서 동방의 정취와 분위기에 매료된 제롬은 이후 아라비아의 풍경을 그려내는데 주력했습니다. 원래 제롬은 오리엔탈리즘 이전에 역사와 신화를 다루는데 정통한 아카데미즘 화가로 유명합니다. 제롬의 작품들은 대개 사실적인 표현에 짜임새 있는 구성을 바탕으로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게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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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영화 오드리햅번 주연의 '마이 페어 레이디'는 192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영국의 희곡작가 버나드쇼의 '피그말리온'(1913년) 희곡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버나드쇼의 원작은 신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갈라테니아는 피그말리온 대신 다른 남자를 선택합니다. 거리에서 꽃을 팔던 일라이자(갈라테이아)는 히긴스(피그말리온)에 의해 전혀 다른 인생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일라이자는 히긴스의 혹독한 훈련을 통하여 상류계급에 어울리는 여성으로 거듭나게 되지만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히긴스가 아닌 다른 남자였습니다. 자아를 갖게된 일라이자는 선택을 받는 대신 자신이 마음가는 다른 대상을 선택한 것 입니다.그러나 할리우드는 일라이자의 선택에 난색을 표현하였고 그 결과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는 히긴스를 선택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선택이 현명하고 아름다운 선택이라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는 어찌보면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입니다. 피그말리온은 세상의 그 어느 여자도 믿지 못하여 자신의 손으로 직접 완벽한 여자를 창조해 냈으며 인간으로 변한 순결한 갈라테니아와 결혼까지 하게 되는 꿈같은 일들이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완전한 사랑'을 얻은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갈라테이아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졌으며 이미 짜여진 운명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도 피그말리온처럼 완벽한사랑 이라고 믿으며 그의 사랑을 받아 들이고 단 한번의 흔들림없이 그를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요?살아 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단 한번의 반문도 의심도 품지 않았을까요?

피그말리온에 의해서 창조되고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으로 변화되면서 그녀가 본사람은 유일하게 피그말리온 이었으며 선택의 여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준 피그말리온에게 순응하며 살았을 것 입니다.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가면서 그녀는 인간으로 자아를 갖게 될 것이고 본인에게 지금 놓여진 상황들이 자신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모든 결정은 피그말리온에게 있었음을 알게 될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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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번 존스,1875ㅡ78,캔버스에 유채,버밍엄 미술관

상처받는 것이 두려운 나약한 인간 피그말리온은 자신을 배신하지도 상처도 주지 않을 피조물을 만들었고 갈라테이아는 그녀가 원하든 원치않든 선택의 여지도 없이 그의 여자가 되었던것 입니다. 사랑이라는 명분하에 피그말리온은 자신 위주의 이기적인 사랑을 했으며 이를 온전한 사랑이라 믿으며 자의 마음을 속였는지도 모릅니다. 8년이 지나서 그린 두번째 그림에서 첫번째 없었던 에로스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를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쏘는 장면은 사랑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않고 영원한 사랑을 얻고자하는 피그말리온, 즉 인간의 불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박정은pyk73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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