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구르미’ 박보검 “인기,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해요”

기사 등록 2016-11-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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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 첫 사극, 첫 공중파 주연. 박보검은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각본 김민정, 감독 김성윤, 이하 구르미)으로 첫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잘해냈다. 첫 방송 시청률 8.3%로 시작해 마지막 회 시청률 22.9%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엔 그의 활약이 컸다. 김성윤 감독은 박보검을 ‘엔딩 요정’, ‘장르가 박보검’이라고까지 칭했으니 말이다.

신조어가 생기고 새로운 수식어가 생길만큼 이번 드라마로 좋은 성과를 거둔 박보검을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구르미’의 첫 티저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화제를 불러 모았다. 시청자들은 박보검이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붐바스틱’ 춤을 추는 영상을 접한 뒤 사극이 아니라 현대극, 코믹장르냐는 반응을 보였다.

“감독님께서 ‘티저영상’을 찍자고 제안하셨을 때 강동원 선배님이 영화 ‘검사외전’에서 추신 영상을 보여주셨어요. 집에서 노래 틀어놓고 연습을 많이 했죠. 함께해주시는 댄서분들은 레파토리가 있었고 저는 그에 맞게 혼자 춤 연습한거에요. 능청맞게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정말 쑥스러웠어요. 부끄럽기 보다는 쑥스러웠죠. 그런데 ‘언제 세자복을 입고 한국 고궁에서 그런 춤을 춰 보겠나’ 싶어서 열심히 했어요. 티저영상으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박보검은 지난 2015년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감독 신원호, 이하 응팔)을 종영 후 사극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응팔’ 이전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에서 사극을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짧은 단역에 불과했다. 게다가 ‘응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박보검이 택한 차기작이었기에 부담감은 상당했을 터.

“해보고 싶었던 사극이라 처음엔 부담감이 없었어요. 그런데 주조연배우분들, 제작진분들이 다 정해지고 ‘내가 좋은 분들께 누를 끼치면 안되겠다’싶어서 부담감이 깊어지고 어깨가 무거워졌어요. 게다가 이영이라는 캐릭터를 알면 알수록 머릿속으로는 이해하지만 제 행동으로, 제 입술로 표현하는 것이 버겁고 힘들었어요. 소속사 식구인 송중기형한테 직접 연락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죠. 형께선 ‘자신감가지고 일해라. 네가 하면 정답인거고 즐겁게 하면 그 자신감을 통해서 즐길 수 있는 단계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그 응원에 힘입어 더 열심히 노력했고 대본과 작가님, 감독님께 의지했어요. 하지만 사실 대본 리딩할 때도 부끄러울 정도로 이영(박보검 분)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요. 촬영 준비하는 동안에 작가님, 감독님과 계속 시간을 가졌지만 서로 만족스럽지 않았고 테스트촬영 할 때도 불확실한 마음이 컸어요.”


불확실한 마음은 그대로 나타났고 촬영 결과물은 아쉬움만 남았다. 다행히도 시간적 여유가 생겨 극중 대신들과 편전에서 기싸움 하는 장면, 홍라온(김유정 분)과 구덩이에 갇힌 장면을 재촬영했다. 덕분에 제대로 캐릭터를 파악하게 됐다고.

“구덩이에 빠진 장면을 찍으면서 이영 캐릭터를 확실하게 알게 됐어요. 대본에는 구덩이에 갇혔다는 것이 안나와있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흘러가겠지’ 상상만 했어요. 실제로 경험하니 별에 별 생각이 들면서 이영이라는 캐릭터가 확실히 파악됐어요.”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해서일까. ‘구르미’ 속 박보검은 세자 이영의 실제 영상물로 착각이 들 정도로 소화해냈다. 신분격차가 있는 홍라온과 가슴 절절한 로맨스를 보여줘야 할 때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외척세력과의 대립 장면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으로 통쾌함을 선사했다.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던 장면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고심하다 “대신, 관료들과 함께 주고받는 장면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정치적인 부분에서 그런 대사를 접할 기회가 적었고 용어가 익숙지 않아 어려웠어요. 하지만 선배님들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어요. 팽팽한 대립각이나 정치적인 구도에서 날카롭게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선배님들이 대본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셨기 때문이에요.”

“선배님들 덕분에 이영이라는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았고 제대로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극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선배님들이 많이 알려주시고 채워주셨어요. 감독님을 만나면서 한 장면에서 한 대사를 가지고 여러 가지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터득했죠. 100%를 알았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이젠 어떤 부분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웠어요.“

‘구르미’로 많은 것을 배우고 터득하게 된 만큼 대중적 인지도 역시 높아졌다.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박보검은 '구르미'로 총 9주 연속 TV출연자 화제성 드라마 부문 1위에 올랐다. 종영 후 팬 사인회현장에서는 5,000여명이 넘는 인원으로 ‘대세배우’임을 입증했다.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팬 분들 연령대가 예전보다 많이 다양해졌어요. 응원해주고 사랑해주셔서 힘을 내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해외 팬 분들도 많아졌고요. 하지만 저는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종영 후 포상휴가로 떠난 세부에서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팬들로 인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행위에 대해 그는 “양면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언제 필리핀에 가서 팬 분들을 만나보겠어요. 그런 생각이 들어 감사한 마음에 손을 잡아드리고 싶었지만 잡아드리면 저로 인해 다른 관광객 분들이 피해를 입게 돼요. 펜스가 무너질 정도였거든요. 드라마로 사랑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이런 부분은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과거에는 (팬들이) 많지 않아서 한분, 한분마다 눈인사를 하고 이름을 기억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많았다면 이제는 좀 어렵다고 느껴요. 이번 팬 사인회 때도 그렇고 세부에서도 인사를 해드리고 싶은데 제가 인사를 하면 몰리고 질서가 무너지니까 조심스러워져요. 뒤돌아 봐달라고 해도 예전에는 뒤를 돌아 볼 정도였다면 이제는 뒤를 돌아보면 다른 쪽도 봐달라고 하시는데 그럴 수 가 없으니 형평성이 없어져요. 그럼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생각이 깊어져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박보검은 반가워하며 생각해 놓은 답이 있다고 했다. ‘구르미’ 제작진들이 박보검이라는 배우와 다른 작품에서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가 소망하는 것처럼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며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물론 인기가 평생 지속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팬들 덕분에 지금 이 현실이 감사하고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아요.”

박보검은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조차도 감사함을 느끼며 소중해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습관처럼 말하는 ‘감사하다’는 모두 진심으로 다가왔다. ‘감사하다고 자주 말하는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감사하다고 말하니 정말 감사한 일들이 생겼다”고 답한 바 있다. 그렇기에 그가 바라던 대로 사극을 찍게 됐고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박보검의 ‘감사의 힘’이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김혜진 사진기자)

 

김지영기자 b33151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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