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순정’ 박용우 “도경수 연기, ‘내가 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기사 등록 2016-02-2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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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배우 박용우가 영화 ‘순정’의 형준 역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다. 1991년과 2015년을 오가는 ‘순정’에서 그는 도경수가 연기하는 범실과 함께 2인 1역을 맡아 영화의 감성을 전체적으로 조율한다. 박용우는 다소 까칠한 라디오 DJ 형준을 연기해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사연이 담긴 편지으로 추억에 빠진 매 장면마다 완벽한 감정 표현으로 영화의 과거와 현재의 고리를 더욱 두텁게 만든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최근 박용우를 만나 영화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걱정 반 설렘 반입니다. 저는 91년도 즈음에 한참 방황했거든요. 너 뭐하고 싶어, 넌 도대체 뭐야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던 때였죠. 그래서 그때가 기억이 많이 남습니다. 그때를 잘 헤쳐나와서 배우가 됐고요.”

박용우는 어느덧 데뷔한지 20년이 넘은 중견배우다. 94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이후 다양한 배역을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소화해내며 대중들에게 신뢰가 있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번 형준역을 맡게 되었을까.

“음악 방송을 많이 들었어요. 그때는 TV보다 라디오가 훨씬 보편적이었죠. 부모님께서 티비를 못 보게도 했고. 라디오는 몰래 이어폰 꼽고 듣기 좋잖아요. 테이프로도 녹음해서 다시 들으면서 낄낄거리기도 하고 늘어질 때까지 듣고, 참 그때는 왜 듣기만 해도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이전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도경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촬영분만으로 도경수의 연기를 접했을 텐데 박용우의 연기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출연하기 전부터 감독님하고 얘기를 했습니다. 꼭 촬영분을 다 보고 연기하겠다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굳이 평가하자면 연기답지 않은 연기를 했다고 느꼈어요. 저는 경수의 연기를 ‘내가 했다’라고 생각하면서 봐서 그런지도 몰라요. 저도 분석하고 그것에 맞춰 연기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경수의 연기도 그런 느낌이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눈빛이 마음에 든다고 했던 건 그런 말이 있잖아요.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꼭 맞는 말은 아니지만 경수는 굉장히 매력적인 눈을 갖고 있어요.”

박용우를 실제 만나보니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해 보던 것보다 훨씬 깊은 눈빛을 발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언어를 구사하는 그를 보고 있으니 박용우가 어떤 이유로 연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저는 ‘자신을 잘 안다’라는 말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을 알아가는 건 시도하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알고 싶다는 것도 일종의 호기심이죠. 연기도 궁금해 하는 거예요. 저는 배우도 창작하는 사람으로 봅니다. 그런 것부터 출발해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죠.”

대화를 나눠보니 그는 훌륭한 배우이기도 했지만 이전에 고민하는 인간으로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다. 박용우는 고민 끝에 배우로서 도달했던 것을 “본능에 충실했다”라고 대답했다. 어쩌면 그의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은 바로 그 본능과 호기심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일 제가 연극영화과를 가지 않았어도 ‘본질적인 감정이 자유롭고 싶다’라는 마음이 계속 있었다면 전혀 다른 같은 곳에 진학하더라도 결국 제가 원하는 감정을 디테일하게 다가갔을 거예요. 아예 동떨어진 진로에서 고민하다 배우가 된 것 처럼요. 처음의 막연함에 점점 정연화됐었습니다.”



박용우는 최근 ‘시간의 숲’이란 다큐멘터리와 ‘봄’과 같은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의 범위를 넓혀나갔다. ‘순정’ 역시 2인 1역에 사실상 홀로 연기하는 장면들이 주된 것을 감안하면 도전인 셈이다. 그에게 이런 선택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물었다.

“요즘엔 배우로서 책임감이란 걸 생각하게 됐습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 ‘배우로서 너는 무슨 책임감이 있어?’ 하고 물었죠. 그러면 이제 저의 본능적인 움직임이 나오죠. 다만 저는 이 생각이 저의 생각만은 아닙니다. 칼 융의 원형론이나 프로이트의 심리학에서 말하듯 제 마음에 이미 내재돼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석해보면 그 작품들을 선택했을 때는 그런 생각이 없었지만 이미 그때도 조금은 느끼고 있었고 그래서 그런 방향성으로 움직인 게 아닐까요?”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그는 더 이상 배우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박용우의 대답에는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생각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아보고 싶었지만 인터뷰 시간이 결국 마무리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박용우에게 앞으로 어떤 배우로 거듭나고 싶은지 물었다.

“전 평생 살아도 저를 모를 거예요. 그렇지만 자신을 알려고 노력하는 건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죠. 그래야 도전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는 더 도전하고 싶습니다. 무식하게 아무 것도 없이 도전하는 것 말고 지혜롭게 도전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러면 재밌지 않겠어요?”


(사진=박상아 기자)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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