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전도연 "사랑은 잡을 수 없는 것이기에 꿈꾸고 쫓게 된다고 생각해요"

기사 등록 2016-02-2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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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넓게 펼쳐진 설경 속에서 남자와 여자가 걷고 있다. 여자의 이름은 상민. 하나 뿐인 딸은 자폐 증세를 앓고 남편은 자신을 여자로 대하지 않는다. 그 와중 타국에서 만난 기홍이란 남자와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게 된다. 배우 전도연이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에서 맡게 된 상민은 이토록 극적인 배경을 가진 인물이다.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상민은 ‘멜로의 여왕’ 전도연을 통해 모든 관객들의 마음 한구석에 짙은 여운을 남기게 된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상민에 대한 깊은 애정부터 털어놨다.

“핀란드에서의 장면들이 모두 상민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그저 직업적인 모습에 빛나보일 뿐이죠. 집에서는 평범하고 화장도 거의 안하고. 관객들에겐 상민이 지쳐보일 수도 있지만 정작 상민은 자신의 일상이니 지쳤다는 것도 모를 겁니다. 기홍을 만난 후에야 내가 왜 이렇게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지를 느끼지 않았을까요.”

전도연이 해석한 상민은 그래서 모두에게 동정과 공감을 받을 만하다. 매순간 전도연의 눈빛과 몸짓으로 표현되는 상민의 순간들은 무언가 절제돼있으면서도 끝없이 뻗어나가고자 하는 일련의 몸부림처럼 보였다. 그것은 전도연이 그의 본질을 완전히 꿰뚫고 있음을 증명하는 장면들이었다. 전도연이 아니었으면 누가 했을지 상상도 안되는 상민이지만 정작 전도연은 이 작품을 몇 번이고 고사했단다.

“처음 받은 지는 오래 됐어요. ‘하녀’를 촬영하면서 받았는데 그때는 부담스러워 거절했습니다. 딱 시나리오만 왔거든요. 그러다가 나중에 이윤기 감독님이 맡으신다고 하니까 궁금해지는 거예요. 이렇게 뜨거운 이야기를 그렇게 차가운 감독님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고 주변에서 설득해서 결정하게 됐어요. 이후에는 남자 주인공 캐스팅이 잘 안 돼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 기다림 끝에 공유가 기홍 역으로 캐스팅됐다. 관객들의 눈에는 두 배우가 만나는 것만으로도 ‘남과 여’에 기대가 되겠지만 전도연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전했다.

“멜로 영화는 상대방과의 시너지가 중요하잖아요. 아무래도 공유씨가 어려보이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 케미스트리를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처음 만난 거거든요. 그러니 서로 감정을 얼마나 주고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작품 속 두 사람의 연기는 가히 최고의 호흡으로 상민과 기홍의 사랑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두 사람이 빚어내는 ‘남과 여’ 속 사랑은 같이 또 따로 그 자체의 빛깔을 내며 작품 곳곳을 채워나갔다. 전도연이라면 이제는 멜로에 도가 트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그는 사랑이란 감정이 아직도 좋다고 한다.

“사랑은 잡을 수 없는 것이기에 꿈꾸고 쫓게 된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 사랑이 아닌 순간이 오는 겁니다. 그래서 쫓아도 잡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죠. 뜨거움과 차가움을 같이 갖고 있잖아요. 뜨거움으로 시작해서 차가움으로 끝나는. 차가움 때문에 시리고 아파도, 뜨거움에 끌려서 사랑을 하게 될 수도 있고, 혹은 차가움에 무서워서 사랑을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어떤 분들은 저에게 ‘여성스러운 면이 돋보여서 멜로 영화에 어울린다’고 하던데, 굳이 그런 것보다는 제가 사랑이란 감정을 끊임없이 꿈꾸기도 하고 사랑 자체가 설렘을 줘서 그런거 같아요. 그렇지만 이제 그만해보고 싶어요. 조금 쉬었다고 하려고요.”

이제 ‘남과 여’를 개봉하고 나면 전도연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다. ‘프라하의 연인’ 이후 드라마 출연에 대중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면서도 내심 걱정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브라운관 복귀작이 미국의 드라마 ‘굿 와이프’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멜로가 아니어서 기뻤어요. 의도적으로 멜로를 피해간 건 아니지만, 좀 더 선택의 폭을 넓혀볼까 생각하던 차에 들어왔더든요. 생각이 반이다 싶었습니다. 한편으론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까 안 보던 댓글도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걱정하는 댓글도 더러 있지만 외국 정서랑은 다르게 갈 거 같아요.”

그렇게 많은 작품 속에서 열연을 펼쳤던 전도연도 오랜만에 드라마 현장에 복귀한다는 사실에는 다소 낯선 모습으로 걱정했다. 그는 “예전엔 어떻게 많은 대사를 다 외웠는지 모르겠어요”라며 “너무 기대하시면 부담되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굿 와이프’에 대한 확신이 가득한 듯 눈빛이 반짝거렸다.

“‘멜로의 여왕’이란 말, 좋아요. 여성성이 있다는 거잖아요. 20대는 젊고 예뻐서였더라도 지금까지 그말을 듣는 건 지금도 그런 여성성이 드러난다는 거니까.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는 말처럼 들려요. ‘칸의 여왕’보다는 ‘멜로의 여왕’이란 말을, 죽을 때까지 듣고 싶어요”


(사진=쇼박스 제공)

 

성찬얼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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