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 ‘택시운전사’, 같은 소재 ‘화려한 휴가’와 다른 울림

기사 등록 2017-07-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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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1980년 5월 18일, 언론이 통제돼 보도되기 어려웠던 광주항쟁. 당시 참혹한 현장을 사진에 담아 최초로 보도한 독일 국정의 피터(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경험담을 모티브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5.18 광주항쟁을 그린 영화로는 장선우 감독의 ‘꽃잎’(1996),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2007) 등이 있다. 세 영화는 한국 근현대사에 가슴 아픈 역사로 기록된 광주항쟁을 가슴 먹먹하게 그려냈다.

그중 5월 광주의 슬픔을 생생하게 그린 ‘화려한 휴가’는 시민을 향해 총성이 울려 퍼지던 순간부터, 광주시민과 공수부대원들의 전투가 벌어진 전남도청 내부까지 참혹한 실상을 스크린에 옮겼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화려한 휴가’는 당시 ‘사건’을 끄집어낸 것이 아닌,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란 거대한 역사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간 군상들의 아픔과 연민을 다양한 시각으로 관객들에게 전했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 또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가장이자 아빠인 소시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평소 운동권도 아니었던 평범한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그리고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가는 것이 기자’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는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즉 ‘택시운전사’는 사건의 본질을 심도 깊게 그리기보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도리와 행동의 당위를 강조하며 ‘과거 속 남의 일’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일’ 일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택시운전사’는 ‘화려한 휴가’에서 보여졌던 가해자와 피해자가 없다. 오로지 광주항쟁을 바라보는 외부인의 시선만 존재한다. 사건을 파헤치기보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을 스크린에 담아내며 고통을 어루만진다.

‘화려한 휴가’ 이후 10년 만에 5월의 광주를 정면으로 다룬 ‘택시운전사’. 이 영화는 68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화려한 휴가’를 뛰어넘어 새로운 명작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실화의 역사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재현될지, 관객들에게 심도 깊은 감동을 전할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던 한 남자가 통금 전 광주를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8월 2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은 137분.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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