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TV]'본분 금메달', 아이돌 관찰 카메라 아니죠?

기사 등록 2016-02-11 07:51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박상아기자]KBS의 설특집 예능프로그램 '본분 금메달'이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전파를 탄 직후부터 시청자 게시판 및 SNS 등에는 제작진의 무리수 진행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즐겁기만 해도 모자란 설 연휴 마지막 날, 도대체 무엇이 시청자를 화나게 만들었을까.

10일 오후 방송된 KBS2 설특집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본분 금메달'은 '어떤 상황에도 아이돌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 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상식테스트, 섹시테스트, 개인기 테스트, 집중력 테스트 등 베일에 쌓인 미션을 수행하는 여자 아이돌을 통해 반전 속내를 들여다본다는 취지로 기획된 파일럿 예능이다.

방송은 게스트로 출연한 여성 아이돌들의 몰래카메라부터 시작됐다. 출연자들은 체력 테스트인 줄 알고 철봉 오래 매달리기에 도전했지만 철봉에 매달리면서도 비주얼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관찰하는, 일명 '비주얼 유지 테스트'가 진짜 제작진이 알아보자 하는 테스트였다. 제작진은 철봉에 매달려 오래 버티느라 인상을 찌푸리는 이들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클로즈업했고, 이를 지켜보는 여성 아이돌 및 매니저들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또 상식 테스트 도중 바퀴벌레 다리는 몇 개냐는 문제를 던진 후 직접 확인하라며 모형 바퀴벌레를 손에 던지기도 했다. 이 테스트는 출연자를 깜짝 놀라게 만든 뒤 출연자 몰래 슬로우 카메라로 깜짝 놀라는 표정을 촬영, 위기 상황에서도 얼마나 프로답게 이미지를 관리하는기를 관찰하는 '이미지 관리 테스트'였다.

이후 MC 전현무는 "철봉에 아무리 오래 매달려도 금메달이 아니다. 아이돌의 본분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걸그룹은 예쁜 외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평소 이미지를 체크하는 테스트였다"고 설명했다. 김구라 또한 더 오래 매달리는 사람보다 더 예쁜 표정을 유지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임을 전했다.

섹시 댄스 테스트도 실제로는 '정직도 테스트'를 위한 트랩이었다. 출연자들이 춤을 추고 있는 무대와 체충계를 연결해 춤만 추는 것처럼 속여서 몰래 몸무게를 쟀다. 출연자들은 제작진의 지시에 따라 영하 13도의 날씨에 옥상에서 섹시 댄스를 추며 열심히 방송에 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동의 없이 몸무게를 공개하는 봉변을 당한 셈이다.

이날 방송에 나온 여자 아이돌들의 '굴욕 샷'은 많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도 남았다. 무대 위 예쁜 모습만 보여주던 여자 아이돌들의 반전 매력이 드러나 색다름을 더했지만, 제작진이나 MC들이 아무리 불쾌한 상황을 만들거나 속여도 불만없이 방긋 웃어보이며 아이돌의 '본분'을 다하려 노력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다소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마치 관찰 카메라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비춰진 '본분 금메달'. 엄연히 KBS라는 공중파 방송을 통해 어린이나 청소년 등의 전 연령층이 시청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이돌은 이렇게 다뤄져도 괜찮다'는 느낌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상아기자 sanga_yo@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