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사극돋보기]'육룡이 나르샤' 정도전-정몽주, 함께가지 못한 고려의 마지막 지식인
기사 등록 2016-01-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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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정도전과 정몽주는 함께갈 수 없었던 불구대천의 원수였을까?
25일 방송된 SBS창사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33회에서 정몽주(김의성 분)는 정도전(김명민 분)의 출신 성분을 언급하며 정도전을 탄핵했다. 이 사건으로 정몽주와 정도전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으며 다른 운명을 맞게 된다.
당초 정도전은 토지 개혁을 위해 사찰에 기부하는 것은 금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고려의 뿌리 깊은 불가 사상을 흔드는 발언이었다. 당연히 고려의 기득권 대신들은 정도전의 주장에 반발했고, 정몽주 또한 정도전의 급진적인 생각을 우려했다.
정몽주는 이성계를 찾아가 정도전을 진정시키자고 했고, 이성계 또한 정몽주의 뜻을 받아들여 정몽주를 설득했지만 정도전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성계는 이같은 사실을 아들인 방원(유아인 분)에게 전했다.
앞서 방원은 정몽주와 정도전이 함께 간다고 생각했지만 정몽주와 자신의 생각이 같다는 것을 알고 혼란에 빠졌다. 방원은 정몽주가 무명이 아닌지 "무명으로 위장을 하는 나처럼, 똑같이 위장을 하는건가"라며 정몽주의 의중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편 정몽주는 썩은 고려를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개혁하겠다는 정도전과 끝까지 한 뜻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공양왕(이도엽 분)에게 정도전을 축출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정몽주의 계획에 위기를 느낀 방원은 정몽주가 정도전을 쫓아내면 결국 아버지까지 몰아낼 것이라고 정도전에게 알렸다. 하지만 정도전은 자신이 정몽주를 설득하겠다고 방원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정몽주는 정도전이 천출 신분임을 내세워 탄핵을 했고, 정도전은 끌려나갔다. 방원은 스승인 정도전을 비겁하게 탄핵시킨 정몽주에게 분노하며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복수를 다짐했다.
실제로 정몽주는 고려의 권력을 장악한 이성계가 사냥 중 낙마 사고로 요양하고 있는 틈을 타 권력을 장악하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도전을 몰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때문에 이색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정도전을 천출이라는 이유로 몰아낸 것이다.
정도전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성계가 다시 조정에 출사를 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이성계가 빨리 회복되지 않았다면 정도전은 정몽주의 손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했다. 정몽주의 이같은 시도는 결국 자신의 목을 치는 칼이돼 돌아왔다.
정몽주와 함께갈 수 없다고 판단한 이방원은 결국 선죽교에서 정몽주를 살해했다. 아버지 이성계는 끝까지 정몽주를 설득해 함께하려고 했지만 이방원은 정몽주가 대업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몽주가 살해되면서 고려는 이성계와 정도전의 손에 떨어지고 말았다.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은 끈떨어진 연 신세가 되고 말았다. 또한 고려 권신들은 정몽주마저 제거되자 이성계와 정도전에게 백기투항했다.
하지만 정몽주를 살해한 이방원은 아버지 이성계와 스승인 정도전에게 미운 털이 박히게 됐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이방원은 정도전의 견제를 받았다. 결국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정도전과 이복동생 방번, 방석을 살해했다.
정몽주와 정도전이 힘을 합쳐 새 왕조를 세웠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분명 고려는 이들 손에 떨어졌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성리학에 기반을 둔 정치철학을 갖고 있었기에 같은 노선을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성계가 소외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교적 정치이념에 기반한 신권정치를 주장한 정도전은 왕권정치를 꿈꾼 이방원과 대립할 수 밖에 없었다. 정몽주-정도전으로 대표되는 신권정치파와 이방원을 중심으로한 왕권정치파가 피튀기는 권력 다툼을 벌였을지 모른다.
정몽주는 새 왕조 대신 고려를 선택했고, 마지막 고려인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방원은 태종으로 즉위한 후 정몽주의 신원을 복권했다. 정몽주는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죽어서는 충신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반면 정도전은 조선왕조 건국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방원에게 죽음을 맞은 뒤 조선왕조 후기가 될때까지 이름조차 언급할 수 없는 인물이 된다. 고려말 두 지식인들의 서로 다른 행보와 결말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사진=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쳐]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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