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역도요정 김복주’ 경수진이 30대 여배우를 맞이하는 법
기사 등록 2017-0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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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배우 경수진에게 MBC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극본 양희승 김수진, 연출 오현종 남성우, 이하 ‘김복주’)는 큰 도전이었다. 주연 이성경이 역도부 학생, 남주혁이 수영부 학생으로 변신하는 등 모든 출연진이 저마다의 종목에 매진하는 와중에 경수진은 한얼체대 3학년 리듬체조부 학생 송시호 역을 맡아 이전에 없던 캐릭터를 선보였다. 외모부터 리듬체조부 학생에 걸맞게 한층 가냘파 보였다. 갑작스런 외적 변화도 힘들진데 내면의 아픔까지 연기해야 했다. 그렇게 내, 외적으로 성장통을 거친 경수진을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리듬체조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긴 했어요. 배우들도 역할에 따라 몸무게를 줄였다 늘렸다 하잖아요. 억압 받는 생활이랄까. 그런 부분에서는 리듬체조부 학생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주변에서는 ‘왜 이렇게 불쌍해? 기댈 데가 없어? 친구가 없어?’ 하더라고요. 그럴 땐 ‘내가 다 왕따 시킨다’고 농담했죠.(웃음)”
일단 송시호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흡수하기 위해서는 경수진의 외적노력부터 필요했다. 송시호는 한얼체대의 퀸이자, 다섯 살 때 리듬체조를 시작해 18세에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유망주. 시청자들은 ‘역도요정 김복주’ 첫 회만 봐도 단번에 그가 상당한 다이어트를 병행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항상 몸에 딱 붙은 체조복 차림으로 현역 선수라 해도 될 만큼 군살 없는 몸매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8시간씩 3달 정도 훈련한 것 같아요.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다리 찢기부터 이것저것 많이 했죠. 리듬체조를 취해서는 생각보다 근력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근력을 쌓기 위해 기초체력 기르기에 먼저 힘썼죠. 일단 공복에 3시간을 걷고 저녁에 3시간 운동하는 식으로 했어요. 체조복을 직접 제작하기 위해 사이즈를 자주 재러 갔거든요. 2인치 정도 2달 동안 계속 줄어든 거 있죠. 근육량은 많아졌어요.”
“원래 짜고 달고 느끼한 걸 좋아했는데, 살이 안 빠지더라고요. 소금, 나트륨을 줄이니까 식욕이 덜 땡겼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식이조절이 됐고요. 또 직접 만들어 먹기를 많이 했어요. 운동 끝난 후 장 봐와서 직접 조리했죠. 단백질 위주로 음식했는데, 닭가슴살, 새우, 오징어, 콩, 두부, 연어 등으로 샐러드 만들어먹거나 커리를 추가해서 음식을 만들기도 했어요. 야채를 구워 먹기도 하고요. 맛도 좋고 향도 좋아서 생각보다 덜 질리더라고요. 요리 실력도 늘고 응용도 할 줄 알게 됐어요. 모든 요리에 단백질 하나라도 추가하게 되더라니깐요. 토마토소스 스파게티가 먹고 싶으면 그 소스에 면 대신 닭 가슴살을 넣어 먹기도 했어요.”

외적 아름다움을 갖춘 시호이지만, 줄곧 국내 톱 자리를 지켜 오다 점차 둔해지는 자신의 몸 상태를 느낀 후 심리적 스트레스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실수를 범하고 태릉에서 쫓겨나 학교로 돌아왔다. 가식 미소 짓던 것이 습관으로 스마일 증후군이 있어 남들에게는 친절하지만 제 자신에게는 가혹했다. 몇 개월 후 열리는 2차 국가대표 선발전이 마지막이라 여기며 체중조절과 연습 압박에 시달리는데, 자꾸 전 남자친구인 준형(남주혁 분)에게 집착하게 되고 피폐해져갔다.
“시호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장배, 대통령배를 휩쓸면서 유망주였더라고요. 손연재 선수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죠. 손연재 선수의 어린시절 동영상을 보며 자존감이 컸겠고 정신력이 강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계속 울었는데 7, 8회 때 그런 신이 가장 많았어요. 가정도 경제적으로 안 좋아지고 준영이 관계도, 몸도 모두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감정소모 많이 됐죠. 그런 캐릭터를 맡아보니 저 역시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우울해지기도 하더라고요. 시호가 모든 걸 내려놓고 죽을 고비를 맞았을 때 오히려 편안하게 보이려 했어요. 실제 제 마음도 많이 내려놓았죠.”
시호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동시에 준형과 김복주(이성경 분)의 애정전선에 끼어들며 둘 사이를 질투하기도 한다. “작가님과 초반에 얘기를 많이 했어요. 시호가 새삼 준형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기보다 대회 출전에 앞서 준형이에게 위로받고 싶어 하는 집착이 있었을 거예요. 어린 시절부터 운동만 하다가 가정,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서 과거에 자신이 기댔던 준형을 다시 찾게 된 거죠.”
“계속 드라마를 찍다 보니 스트레스가 있어서 해소할 부분이 필요했어요. 제가 음악이랑 책을 좋아하는데 ‘무소유’를 다시 읽고 싶더라고요. 고등학생 때 봤는데 인간이 가져야 할 생각을 다루고 있어서 그만한 베스트셀러가 없는 것 같아요. 요즘 ‘스몰 라이프’가 유행하잖아요. 그런 게 필요한 거 같아요. 집착도 버리고. 요즘에는 ’편의점 인간‘이라는 책을 보는데, 서른 넘은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일 하면서 그 안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사회에 역행하는데도 행복해하더라고요.”

문득 경수진에게도 시호처럼 자신을 극도로 내몰 만큼의 힘든 시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배우에게는 주로 연기 패턴에 대한 매너리즘이 찾아오기 마련일 터.
“사실 작년이 힘들었어요. 작년에 서른이 됐는데, 예전에는 빨리 서른이 되고 싶다 생각했거든요. 막상 서른이 되고 보니 무게감이 있더라고요. 한국에서 여자 배우가 서른이라 하면 나이가 많다고들 하잖아요. 그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까’하는 불안감이 오더라고요. 오히려 ‘김복주’가 전환점이 됐어요. 리듬체조 현역 친구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루하루부터 죽고 싶었다’는 말을 하는 걸 봤는데,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싶었어요. 스스로 많이 반성하게 됐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싶었죠. 서른한 살 목표는 ‘경수진을 업그레이드 하자’는 거예요. 영어회화가 가능할 정도로 영단어 습득하기, 피아노 배우기, 신문 보기, 책 보기 등…”
30대 여배우가 된 경수진은 아직 부푼 꿈을 안고 있다. 시호 못지않게 앞으로 하고픈 것, 이루고픈 것들이 많다. 그가 ‘역도요정 김복주’를 하며 가장 보람찬 순간은 시청자들이 ‘진짜 리듬체조 선수같다‘는 반응을 해줄 때였다고.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뿌듯하고 흐뭇하더라고요.”
“욕심이 많아요. 내면 연기를 많이 해왔는데, 저 또한 피폐해져서 힘들었어요. 올해는 밝은 캐릭터를 맡아서 웃을 수 있는 한해를 만들고 싶어요. 원래 제 성격이 밝고 소탈하고 명랑하거든요.(웃음) 30대 초반에는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고 후반에는 연륜이 묻어나면서 섹시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더욱 다양한 매력과 함께 믿고 볼 수 있고 안정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사진=이슈데일리 황진운 기자)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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